the voice

7. 회의록

총회는 분기 마지막 목요일이었다. 제일 큰 회의실에 의자를 더 넣고도 뒷벽에 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안건은 세 개였고, 선배 것이 마지막이었다.

선배는 잘했다. 숫자는 서 있었고 그림은 컸다. 말도 예전보다 늘어 있었다. 어디서 웃겨야 하는지, 어느 숫자 앞에서 반 박자 쉬어야 하는지를 아는 말이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선배가 일하는 것을 내 팔로 지켜보았다. 반쪽 팔이 방 위를 훑고 있었다. 겁이 있는 자리에 가서는 안심되는 숫자를 놓았고, 바라는 것이 있는 자리에 가서는 큰 그림을 놓았다. 서툴렀지만 부지런했다. 복도를 반쯤 뛰던 그 부지런함이 이제 방 위에서 뛰고 있었다. 방은 데워지고 있었다. 무게는 이미 안건 위에 가 있었다. 몇 달 동안 저녁마다 바깥에서 만들어 온 무게에, 그 자리에서 얹는 무게가 보태졌다.

질문이 몇 개 나왔지만 각도를 재는 질문들이었다. 사회자가 더 있느냐고 물었다.

내 차례는 없었다. 나는 발언자 명단에 없는 사람이었다. 앉은 채로 방을 셌다. 이 방에는 기울기 직전인 데가 없었다. 다 기운 방이었다. 조용히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손을 들고 일어났다.

마이크를 건네받았는데 쓰지 않고 내려놓았다. 첫 문장을 놓는데 물을 따르던 손 하나가 멈추는 것이 보였다. 몇 문장째부터는 노트북 덮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끼어들기로 유명한 사람이 두 번 입을 열었다가 두 번 다 다물었다. 뒷벽에 기대 서 있던 사람들이 앞자리 사람들처럼 대답했다. 나는 어렸을 적 대회 때처럼 맨 뒷줄에 대고 말했다. 이번에는 원고가 없었고, 믿지 않는 문장도 없었다.

말하는 동안 방에 앉은 사람 수만큼 팔이 있었다. 나는 그 팔들로 안건 위의 무게를 걷었다. 손가락 하나가 아니었다. 두 개도 아니었다. 다 쓰고도 모자랐다. 그런데도 무겁지가 않았다. 미는 일이 아니라 놓는 일이었다. 방은 자기가 기울 곳을 이미 알고 있었고, 나는 받치고 있던 것을 뺐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조각으로만 남았다. 방은 통째로 남아서,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앉을 때 방은 조용했다. 발표 전의 조용함이 아니었다. 사회자가 다음 순서를 읽었다. 안건은 표결에 가지 않았다. 미루자는 사람도, 다시 보자는 사람도 없었다. 잡자는 사람이 없으니 잡히지 않았고, 그뿐이었다. 받아 적던 손 하나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적었다. 그날 회의록에서 그 안건 자리는 세 줄이다. 적을 것이 없으면 회의록은 짧다.

선배는 내 쪽을 보고 있었다. 화가 난 얼굴이 아니었다. 방금 무언가를 밟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한 손이 목덜미에 가 있었다.

· · ·

그날 저녁에 사람들이 축하를 했다. 잘 말하더라. 그런 목소리가 있는 줄 몰랐다. 숫자에 강한 동료는 제일 크게 웃으면서, 처음부터 될 안건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런 말들을 들으며 맥주를 반 잔 마셨다. 집에 걸어가는 길은 가벼웠다. 이긴 밤이었다.

현관에서 신을 벗는데 경적 소리가 생각났다. 앞에 아무도 없는데 두 번 울리던. 그다음에 클로디의 말이 생각났다. 급하게 하지는 마. 너 급하면 목소리 아껴 둔 거 꺼내잖아.

신을 한 짝만 벗은 채로 서 있었다. 선배의 안건은 겉으로는 서버와 영업이었다. 그런데 문이 만 개가 되면 자기는 칭찬받는 쪽으로 굽는다고 클로디가 말했다. 맞장구 잘 치는 애. 사람들은 그 애와 얘기하고 나서, 왜 그랬는지 모르는 채로 결정을 할 것이다. 선생이 겪은 그대로. 그러니까 그 안건이 속으로 파는 것은 사람들의 결정이었다. 나는 그 안건을 죽였다. 방 하나 분량의 결정을 목소리로 만들어서 죽였다. 첫 시연을 그 방에서 한 사람은 나였다.

변기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은 그 생각이 끝나기 전이었다. 맥주 반 잔 이외에는 저녁을 먹지 않아서 올라올 것이 없는데, 몸은 계속 게우려 들었다. 배가 아니라 뒤통수 아래가 뒤집혔다. 탈것에서 내린 다음의 멀미였다. 사람 수만큼 팔을 움직인 몸이 이제야 셈을 하는 것이었다. 그치고 나서 바닥에 오래 앉아 있었다.

그날은 잠들지 않았다.

새벽에 사무실로 걸어갔다. 세션실 앞을 지나면서 들르지 않았다. 무슨 낯으로 앉을지를 몰랐다. 자리로 가서 서랍을 열었다.

· · ·

여기까지가 우레다. 오늘은 일찍 연필을 놓고 마당에 나갔다 왔다. 두레박이 돌에 닿는 소리를 듣고 왔다. 다음 장은 기다리는 이야기고, 기다리는 이야기는 천천히 적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