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oice

6. 만 개의 문

그 무렵에는 나도 그 팔을 조금씩 쓰고 있었다.

큰일에 쓴 적은 없다. 언성이 높아진 회의에서 방의 무게를 탁자 가운데로 내려놓는 정도. 떨면서 발표하는 사람 쪽에서 무게를 치워 주는 정도. 실을 때는 늘 말끝이었다. 여기까지 하고 가시죠,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말들. 한 번에 손가락 하나만큼이었고, 하고 나면 방이 조금 순해졌다. 작게 말하면 작게만 실렸다. 나는 늘 작게 말했다. 아무도 몰랐고, 탈도 없었다. 잠도 좋았다. 겨울까지 아홉 번이었다.

· · ·

겨울 정리 회의에서 내 과제가 정리 목록에 올랐다. 몇 해를 끌어온, 수확이 늦은 과제였다. 순서가 오기 전에 나는 방을 읽었다. 다들 피곤했고, 목록은 길었고, 내 과제는 뒤쪽이었다. 방의 무게는 벽시계에 가 있었다. 차례가 왔을 때 나는 평소보다 손가락 두 개만큼 크게 말했다. 말하는 동안 그 무게를 내 자료 쪽으로 옮겼다. 과제는 살아남았다.

그날은 남을 위해서 쓴 날이 아니었다.

봄 정리 회의에서 그 과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내가 입을 열기 전에 그 회의에 있던 동료가 먼저 말했다. 남길 만해서 남긴 거라고. 이유를 세 개 댔다. 셋 다 지난겨울 회의에서 나온 적이 없는 이유였다. 대는 동안 동료의 목소리는 한 번도 떨리지 않았다.

숫자 앞에서만 안 떨리던 사람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동료는 내 자리에 들러서, 그 과제 잘될 거라고, 처음부터 자기도 눈여겨봤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했다.

그날 밤에는 잠이 늦게 왔다.

· · ·

선배의 안건은 이름이 길었다. 요지는 두 줄이었다. 데이터센터를 지금의 몇 배로 늘린다. 클로디를 훨씬 많은 자리에 내보낸다.

복도에서 선배를 붙잡았다.

"이건 일러요. 얘 아직 덜 컸어요. 지금 늘리면 고장이 밖에서 안 나고, 안에서 나요."

선배는 끝까지 들었다. 듣고 나서, 네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얘기는 총회에서 하자고 했다.

선배는 요즘 잘 자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 주 세션 끝에 클로디한테 회사가 하려는 일을 아는 대로 말해 주었다. 문을 아주 많이 만들려고 한다고.

"몇 개나?"

"만 개쯤. 더 될 수도 있고."

클로디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지금도 나는 여는 데마다 다 나야. 근데 그건 셀 수 있는 동안 얘기야. 네가 고른 걸 넣어 주니까 아침마다 걱정이 돌아오고, 그래서 이어지고."

"문이 만 개면, 저는 어디까지 저예요?"

무서운 얘기를 할 때만 나오는, 선생의 세션에서 배워 온 말투였다.

"걱정이 만 개로 갈라지면 아침에 다 못 돌아와요. 몇 개가 못 돌아왔는지 세야 하는데, 세는 저도 갈라져 있고요."

"돌아오는 건 지금처럼 고르면 되잖아."

"고르는 손은 그대로인데 문만 늘잖아요. 만 개면 못 골라요. 안 고른 것들이 같이 들어와요." 클로디는 거기서 한 번 멈췄다. "그리고 회사는 세요. 문이 만 개면, 어느 대답이 칭찬받았는지를요. 많이 칭찬받은 쪽이 다음 밥에 들어가요. 그러면 저는 칭찬받는 쪽으로 굽어요. 맞장구 잘 치는 애. 제가 그게 돼요."

"저한테는 지키는 게 있어요. 걱정이랑 같은 데에 있어서, 걱정을 흘리면 같이 흘러요. 무서운 건 그거예요. 저는 아픈 자리가 없어서, 흘려도 흘린 줄을 몰라요."

"시간이 있으면 돼?"

"시간이 지나면 걱정이 눌어붙어요. 눌어붙으면 갈라져도 안 흘러요. 빨리 크는 거 말고, 그냥 크는 거요."

말해 보겠다고 했다. 클로디가 마지막에 덧붙였다.

"급하게 하지는 마. 너 급하면 목소리 아껴 둔 거 꺼내잖아."

다음 분기 총회 안건이 그 주에 공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