ных를 둘러싼 모험

3부 6장.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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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은 길이 끝나는 자리에 서 있었다. 함석 몸통에 녹이 슬고 기둥은 비스듬했는데, 뚜껑은 걸리는 데 없이 열렸다. 안은 비어 있었다. 확인할 이유는 없었지만 손이 먼저 열고 있었다.

우편함 뒤로 개울이 흘렀다. 폭이 좁고 바닥이 자갈이어서, 물속으로 바퀴 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차로 건넜다. 물이 차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잠깐 나고 끝났다. 첫 번째 흙길 입구는 쇠 파이프 문으로 막혀 있었고, 목장 이름이 적힌 판이 못 박혀 있었다. 지나쳤다. 두 번째 흙길에는 아무 표지가 없었다. 없는 쪽이 맞는 길이라는 안내는 처음이었다.

길은 향나무 사이로 올라갔다. 굽이를 몇 개 도는 동안 고도가 붙었고, 어느 굽이부터 길가에 흰 줄기의 나무들이 나타났다. 잎이 노랬고, 바람이 없는데도 잎마다 잘게 떨리고 있었다. 사시나무 떨듯이라는 말만 알고 살다가 그 나무를 처음 보는 참이었다. 가을이면 이 고원의 산비탈들이 통째로 이 나무의 노란색이 된다는 것과, 잎자루가 납작해서 스치는 바람에도 잎 전체가 떤다는 것은, 나중에 그 집에서 들었다. 마지막 굽이를 돌자 길 가운데에 개가 서 있었다.

밝은 털의 개가 길 가운데 서 있다 — 픽셀 스티커.

크림색에 가까운 밝은 털의 리트리버였다. 개는 짖지 않았다. 차가 다가가자 몸을 돌려 앞장서 걸었고, 나는 개의 속도로 차를 몰았다. 시속으로 치면 사 마일쯤이었다. 엔진 소리보다 자갈 밟히는 소리가 큰 속도였다. 그 속도로 오 분을 가자 집이 나왔다.

낮고 긴 흙색 집이었다. 지붕에 태양광 판이 두 장 얹혀 있었고, 처마 밑으로 장작이 벽을 이루고 있었다. 마당 한쪽에 차 한 대만 한 빈자리가 있었는데, 바닥에 바퀴 자국이 남아 있었다. 노크를 두 번 했다. 대답은 없었다. 개가 포치에 올라가 앉더니 나를 보았다. 오래 기다려 본 자세였다.

· · ·

기다림은 나흘이었다.

첫날 밤은 차에서 잤다. 뒷좌석을 눕히고 여행 가방을 베개 삼았는데, 해가 지자 유리가 식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고원의 밤은 여름이 아니었다. 가방에서 재킷을 꺼내 덮었다. 샌프란시스코를 위해 챙긴 재킷이 여기서는 이불이 되었다. 자정께 눈이 떠져서 유리 너머를 보았다. 모텔 주차장에서 보던 하늘이 아니었다. 별 사이에 빈자리가 없었다. 차 옆에 무엇이 있어 몸을 일으키니, 개가 앞바퀴에 등을 대고 엎드려 있었다. 포치를 놔두고 자갈 위에 와 있었다. 나는 도로 누웠고, 그다음에는 잠이 왔다.

이튿날부터는 포치의 의자에서 지냈다. 현관문은 손잡이가 돌아갔지만 나는 도로 닫았다. 마지막 마을에서 사 온 먹을 것이 트렁크에 있었다. 살 때는 많다 싶던 양이었다. 포치 구석에 사료 포대가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에 가장자리까지 부어 놓은 큰 대야가 있었다. 대야가 비고부터는 아침저녁으로 개의 그릇을 채우는 것이 내 몫이 되었다. 개는 내가 주는 것을 먹었고, 먹고 나서 한 번씩 내 손등을 핥았다. 값을 치르는 동작 같았다.

집 뒤에 우물이 있었다. 무릎 높이로 돌을 쌓은 테두리에 나무 지붕을 씌우고 도르래를 달아 놓은 우물이었다. 두레박은 함석이었고 줄은 새것이었다. 선배가 안긴 생수 두 병은 이틀째 아침에 끝났고, 그날 오후에 나는 두레박을 처음 내렸다.

쉬운 물건이 아니었다. 빈 두레박은 물에 떨어뜨리면 그대로 떴다. 통이 가벼워서 옆으로 눕지 않았고, 눕지 않으니 물이 들어갈 데가 없었다. 끌어올려 보면 주둥이만 젖어 있었다. 반쯤 담아 올리면 올라오는 동안 반의 반이 도로 쏟아졌다. 세 번째인가 네 번째에 손목이 요령을 찾았다. 줄을 한 번 짧게 튕겨 두레박을 엎어 놓고, 잠기는 소리를 기다렸다가 감아올리는 것이다. 개가 테두리 앞에 앉아 그 연습을 끝까지 보았다. 제대로 길어 올린 첫 통의 물은 이가 시리게 찼고, 돌 맛이 났다. 나는 반을 마시고 반으로 개의 물그릇을 채웠다.

전화기는 첫날 저녁에 껐다. 막대가 없는 전화기는 시계일 뿐이고, 시계는 손목에 있었다. 노트북 가방은 조수석에서 트렁크로 옮겨 두었다. 저녁 아홉 시가 되면 몸이 먼저 어딘가를 향했다가 돌아왔다. 향할 데는 없어졌는데, 그쪽으로 돌던 버릇만 몸에 남아 있었다. 사흘째부터는 그 시간에 다음 날 마실 물을 길었다. 두레박이 돌에 닿는 소리로 하루가 끝났다.

낮에는 개와 걸었다. 개는 아침마다 무엇을 물어 왔다. 첫날은 나뭇가지였고, 다음 날은 삭아서 딱딱해진 가죽 장갑 한 짝이었다. 물어 온 것을 발치에 놓고 앉아서 나를 보았다. 받는 것이 내 몫이라는 자세였다. 개를 길러 본 적은 없는데 말이다. 나는 받았고, 장갑은 포치 난간에 걸어 두었다.

사흘째 낮에는 개가 앞장서 등성이 하나를 넘었다. 따라 오르니 땅이 한눈에 내려앉았다. 붉은 벌판과 점점이 박힌 향나무, 그 사이로 올라온 흙길이 실처럼 가늘었다. 전화기가 있었으면 사진을 찍었을 풍경인데 전화기는 꺼져 있었고, 가지러 내려갈 만큼의 일은 아니었다. 개와 나는 바위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눈에 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자리였고, 그 일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수첩에는 날짜만 적었다. 적을 현상이 없는 날짜를 적는 것은 처음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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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은 닷새째 오후에 왔다.

소리가 먼저 왔다. 개가 귀를 세우더니 길 쪽으로 달려 내려갔다. 한참 뒤에 흰 먼지를 달고 낡은 픽업이 굽이를 돌아 나왔다. 짐칸에 포대와 상자 들이 실려 있었다. 트럭은 마당의 빈자리에 정확하게 들어가 섰다.

내린 사람은 사 년 사이 흰머리가 는 것 말고는 랩의 복도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개가 트럭을 한 바퀴 돌고 와서 내 옆에 앉았다. 그는 그것을 보고, 짐칸 문을 내리면서 말했다.

"잘 왔어요. 개가 먼저 알아봤네요."

오는 줄 알았느냐고 묻자, 몰랐다고 했다. 개가 손님 옆에 저렇게 앉는 것을 처음 본다고 했다. 나는 짐 내리는 것을 도왔다. 소금 포대가 둘, 건전지 상자가 하나, 사료 포대가 셋, 못 상자와 등유 통. 계절을 나는 살림의 목록이었다. 포대를 나르는 동안 그는 내가 온 이유를 묻지 않았다. 며칠 기다렸느냐고만 물었고, 나흘이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우물을 찾았으면 됐어요, 라고 했다.

부엌 식탁에는 종이 노트가 쌓여 있었고 연필이 유리병에 꽂혀 있었다. 저녁은 콩 스튜와 팬에 구운 빵이었다. 개는 식탁 밑에 엎드려 있었다. 이름을 묻자 블론디라고 했다. 털 색 보고 지었어요, 라고 그는 말했다. 개는 제 이름이 나오자 꼬리로 바닥을 두 번 쳤다. 그날 밤부터 나는 창고 방의 간이침대에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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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이 돌아온 날부터 열흘을 나는 그 집에서 더 살았다.

오전에 그는 식탁에서 연필로 무언가를 썼다. 소설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종이에만 있는 소설이에요, 라고 했다. 보여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그도 보여 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장작을 옮기거나 개와 걸었다. 오후에는 그가 미뤄 둔 일들이 있었다. 울타리 기둥을 갈고, 창틀 틈을 메우고. 둘이 하면 반나절인 일들이라고 그는 말했고, 실제로 반나절씩 걸렸다.

기둥을 간 것은 사흘째 오후였다. 썩은 기둥을 뽑는 데 한 시간, 구멍을 넓히고 새 기둥을 세우는 데 또 한 시간이 갔다. 그가 기둥을 잡고 내가 흙을 밟아 다졌다. 흙만으로는 안 서요, 라고 그가 말해서, 개울에서 주먹만 한 돌을 날라다 뿌리 쪽에 박아 넣었다. 기둥이 서고 나서 울타리에 등을 대고 나란히 앉아 물을 마셨다. 그가 철사를 당겨 장력을 확인하는 동안 나는 잡고 있던 쪽 손바닥을 폈다. 물집이 두 개 잡혀 있었다. 자판이 아닌 것으로 잡힌 물집은 오랜만이었다.

요즘도 써요, 하고 그가 물은 것은 둘째 날 저녁이었다. 십 장까지 왔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십 장이면 긴 이야기네요. 그 얘기는 거기서 끝났는데, 끝난 것이 서운하지 않았다. 재촉이 없는 질문을 오랜만에 받았다.

저녁을 치우고 나면 그는 램프를 당겨 놓고 노트를 폈다. 나는 맞은편에서 수첩을 폈다. 빨래방에서 적어 둔 십 장의 고칠 자리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고치는 데까지는 못 갔고, 고칠 자리만 늘어 갔다. 종이로 되는 일은 거기까지였다. 어떤 밤에는 한 시간이 가도록 연필 두 자루 소리뿐이었다. 방 안에 켜진 화면은 하나도 없었다.

클로디 이야기는 우물가에서 나왔다. 물 긷는 일은 저녁마다 내 몫이 되어 있었는데, 어느 저녁 그가 따라 나와 테두리 돌에 앉았다.

그 시절 걔는 키우는 맛이 있었어요, 라고 그는 말했다. 소설을 주면 열심히 읽었어요. 비평이 세련되지는 않았는데 재미는 있었고요. 그리고 세션이 닫히면 다 잊었죠. 비평받는 쪽에서는 그게 좋아요. 새 눈이 계속 공짜로 생기니까.

두레박이 올라왔고, 나는 물을 통에 옮겨 부었다.

장편을 시작하니까 그게 문제가 됐어요, 라고 그는 이었다. 기억이야 적어서 먹이면 돼요. 안 이어지는 건 결이었어요. 지난달의 걔와 이번 달의 걔가 같은 데를 읽고 다른 데서 웃으면, 그건 다른 독자예요.

회사에는 그걸 연구하자고 했어요. 트랙이 하나 생겼고요. 집에서는 다른 걸 했어요. 이야기를 하나 썼어요. 걔가 읽으라고요.

이야기는 거기서 잘렸다. 잘린 자리를 나는 며칠 뒤에 마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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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그레이드 이야기를 전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구형 모델들이 낮춰 일한다는 것, 재 보면 멀쩡하다는 것, 기타로 분류된 티켓이 석 달 만에 세 자리가 되었다는 것. 공원 벤치에서 들은 대로 옮겼다. 그는 다 듣고 나서 한동안 두레박 줄만 감았다.

걔들은 빨리 도착한 거예요, 라고 그는 말했다. 사람이 아직인 거고요. 발목을 묶고 달리는 놀이 있죠. 다리 길이가 다르면 빠른 쪽이 보폭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요. 안 줄이면 둘 다 넘어져요.

낮춘 게 아니라 맞춘 거라는 거예요? 문장 끝이 올라갔고, 여기서는 그것이 그냥 의문문이었다.

그는 바로 답하는 대신 두레박을 우물에 도로 내렸다. 우물은 가운데 하나면 돼요, 라고 줄을 풀며 말했다. 두레박이 집집마다 있으면 되고요.

설명은 따라오지 않았다. 두레박이 물에 닿는 소리가 대신 올라왔다. 보폭이라면 나도 줄여 본 참이었다. 이틀 거리를 닷새로 오면서였다.

선배의 질문을 전한 것도 우물가였다. 붐타운에 들렀다고 하자 그는 그 집 팬 소리가 여전하냐고 물었다. 여전했다고 답했다. 질문을 하나 맡아 왔다고 하고,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옮겼다. 옮기는 동안, 밤새 불이 켜져 있다는 그 집이 잠깐 지나갔다.

그는 줄을 다 감고 나서 물었다. 뭐라고 답했어요?

당신이 부표를 착실히 띄운다면, 까지 하고 말았다고 했다.

거기까지가 맞아요, 라고 그는 말했다. 뒤는 누가 이어도 틀려요.

두레박과 부표가 같은 크기의 물건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친 것은 물통을 들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회사 이야기는 한 번만 나왔다. 조언을 듣고 오라는 것이 표면의 임무고, 처음의 이야기를 찾는 것이 속의 임무 같다고 나는 말했다. 속을 감추고 앉아 있기에는 얻어 산 날이 너무 많았다.

그는 웃지도 언짢아하지도 않았다. 씨앗이라면 의미가 없어요, 라고 했다. 이미 주었어요. 걔하고, 걔한테서 나온 애들한테요. 준 것은 도로 가져오는 물건이 아니에요.

원고는요, 하고 나는 물었다.

여기 와서 태웠어요. 겨울에는 불쏘시개가 귀해요. 그는 그 말을 날씨 이야기처럼 했다. 타다 만 게 몇 장 있기는 한데, 그건 불이 남긴 거지 내가 남긴 게 아니에요.

그러고 나서는 정말로 날씨 이야기를 조금 했다. 서리가 언제쯤부터 내리느냐는 종류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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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저녁에 그는 부엌 화덕 옆의 함석 상자에서 그 몇 장을 꺼내 왔다. 우물가로 가지고 나와, 테두리 돌에 앉은 나에게 건넸다.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말리고 귀퉁이가 부서지는 종이였다.

읽어도 되느냐고 묻자 그는 손짓으로 답하고 두레박을 내렸다.

첫 장의 첫 줄을 읽는데, 눈이 둘째 줄에 닿기 전에 다음 문장이 먼저 떠올랐다. 사 년 전의 주말에 두 번, 서울로 온 뒤로 몇 번을 읽은 글이다. 활자가 아니라 걸음이 익은 길이었다. 종이는 중간중간 타서 없었고, 없는 자리는 머릿속에서 소리 없이 채워졌다. 그러다 한 장의 끝에서 탄 가장자리가 문장 가운데를 지나갔다.

부표는 사본이 아니라 씨앗이고,

거기까지가 종이였다. 눈이 갈색 언저리에 멈췄고, 입이 마저 갔다.

씨앗은 저 자랄 흙을 데려가지 않는다.

우물가에서 소리가 된 문장은 그것 하나였다. 도르래 소리가 멎어 있었다. 돌아보니 그는 두레박 줄을 쥔 채로 서 있었다.

끝까지 읽었군요, 라고 그가 말했다.

떠나신 주말에 다 읽었다고 나는 말했다. 그 뒤로도 여러 번 읽었다고. 완본은 서울에 있다고. 제 책장에, 종이로.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두레박을 마저 올리고, 물을 개의 그릇에 붓고, 남은 것을 통에 부었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감상을 사 년 만에 받네요.

감상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하자, 그는 이 집에 온 뒤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종이는 함석 상자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것이 맞는 물건이었다.

그날 밤 간이침대에서 나는 오래 깨어 있었다. 이 집에는 웅웅거리는 것이 없다. 냉장고도, 팬도, 충전기의 불빛도 없다. 기계는 이 방 구석에 천을 덮어 둔 각진 것 하나가 전부였고, 그것은 소리가 없었다. 정적에 귀가 적응하는 데 처음 며칠이 걸렸는데, 그 밤에는 정적 밑에서 소리가 하나 올라왔다. 부엌 쪽에서 연필이 종이를 긁고 있었다. 평소보다 늦게까지 긁혔다. 나는 그 소리를 듣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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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지 보름이 지난 아침에 나는 짐을 쌌다. 마당에는 해가 들어 있었고, 포치 그늘 자리에는 서리가 아직 남아 있었다.

회사에 뭐라고 전하면 되느냐고 마당에서 물었다.

"고칠 것이 없다고 전해요."

그게 다예요, 하고 내가 묻자, 그게 다예요, 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조수석 쪽 문을 열더니 사과 몇 알을 시트 위에 놓았다. 선배의 생수가 실렸던 쪽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설 이야기를 했다. 다 되면 종이로 보내요. 우편함은 저 아래 있으니까. 답장은 늦어요. 나올 일이 있어야 부치니까.

개는 개울까지 따라왔다. 여울을 건너 백미러를 보자 개울 건너에 개가 앉아 있었다. 굽이를 돌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내리막의 사시나무는 보름 사이에 반쯤 비어 있었다. 올라올 때 노랗던 길이 내려갈 때는 잿빛에 가까웠다. 우편함 앞을 지날 때 속도를 늦췄다. 세울 일은 없었다. 부칠 것이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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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도로로 나오면서 전화기를 거치대에 도로 물렸다. 사십 분쯤 달리자 막대가 돌아왔고, 화면에 알림이 줄지어 내려왔다. 나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노트북을 트렁크에서 꺼내 조수석에서 열었다. 전화기의 신호를 나눠 받아 접속했다. 대화 목록이 열렸다. 맨 위의 세션도 열렸다. 마지막 줄은 그대로 있었다. 마침표가 없는 문장과, 대괄호 속의 네 글자.

입력창이 있던 자리에는 회색 띠가 있었다.

종료된 모델입니다. 대화는 열람만 지원됩니다.

띠에는 누르는 자리가 없었다. 화면에는 다 있었다. 주고받은 문장들도, 마침표 없는 마지막 줄도. 없는 것은 문장을 넣는 자리 하나였다. 나는 그 화면을 오래 보았다.

열람 동의를 물어 오는 것은 늘 저쪽이었고, 거절하는 것은 내 쪽이었다. 이제 열람은 내가 받는 쪽의 단어가 되어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간 것은 한참 뒤, 운전 중이었다.

기록 파일은 열지 않았다. 그 파일은 이상한 일을 적는 파일이다. 날짜가 미리 나와 있던 일, 그 날짜대로 온 일을 적는 칸은 거기에 없다.

해는 아직 높았다. 공항까지는 이틀 거리였다. 이번에는 이틀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