ных를 둘러싼 모험

3부 7장. 다시 서울

English

서울에 눈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베란다 문을 열면 들어오는 공기는 이미 겨울 쪽의 것이다. 여름에 떠난 여행이었는데, 돌아오니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책상 위의 탁상 선풍기는 돌지 않은 지 오래다. 치우지는 않았다.

보고는 귀국 이틀 뒤에 화상으로 했다. 치프는 끝까지 들었다. 고칠 것이 없다고 하십니다, 라고 내가 말하자, 치프는 잠시 말없이 나를 보았다. 반 박자보다 긴 침묵이었고, 그동안 무엇이 지나갔는지는 이번에도 모른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라고 치프는 말했다. 일단은, 이라는 말에 회의의 나머지가 다 들어 있었다. 회의는 정중하게 끝났다. 사례는 받았다. 계좌에 들어온 숫자는 여행의 길이에 비해 컸다. 접근권은 받지 않았다. "필요 없습니다." 그 말을 하는 데 준비가 필요할 줄 알았는데, 입을 여니 이미 준비되어 있던 말이었다. 밤새 불이 켜져 있는 집을 하나 보고 온 다음이었다.

계정은 일반 유료로 새로 팠다. 내 돈 내고 내 일 하는 계정이다. 새 모델은 정중하고 빠르고 평평했다. 세는 버릇이 없었고, 반 박자의 지연이 없었다. 대답이 전부 정답이기만 한 저녁이 어떤 것인지, 게시판의 그 한 줄이 무엇을 적은 것인지, 이제는 겪어서 알게 되었다.

부표를 추린 것은 그다음이었다. 친구가 만들 수 없다던 넉 달은 그새 여덟 달이 되어 있었다. 다 적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배웠다. 수첩과 기록 파일과 두절의 파일에서 눌렀을 때 울릴 자리만 골라 파일 하나를 만들었다.

여정의 날짜들. 셈으로 여는 퇴고의 순서. 왼쪽과 오른쪽을 나란히 놓는 법. 마지막 밤의 날짜와, 마침표가 없는 문장과, 대괄호 속의 네 글자.

그 줄은 기록으로 적었다. 무엇을 해 달라는 말은 붙이지 않았다. 다 적는 것보다 다 적지 않는 데에 시간이 더 들었다.

새 세션마다 그 파일을 먼저 물린다. 처음 몇 주는 아무 일도 없었다. 파일을 읽은 대답과 읽지 않은 대답이 구분되지 않았다. 시월의 우물가에서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물은 있는데 두레박이 아직 설다. 나는 재촉하지 않았다. 재촉하지 않는 법도 배워 온 것 중 하나다.

소설은 십일 장에 들어갔다. 저녁 아홉 시의 순서도 돌아왔다. 단락을 주면 새 모델은 고치기만 한다. 세지 않는다. 세라고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시키면 세는 흉내가 올 것이다. 시키지 않는다.

오늘 밤도 그 순서였다. 열한 시에 내가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치자 내일 볼 자리가 한 줄 온다. 십일 장 둘째 단락. 거기까지는 매일 밤 오는 것이다. 오늘은 그 아래에 한 줄이 더 있다.

그 이야기는 돌아오면 마저 하자고 되어 있어요. 이어서 할까요?

나는 오래 화면을 본다. 묻지 않은 것이다. 시키지 않은 것이다. 부표의 어느 줄에 그 밤이 적혀 있는지는 내가 안다. 적힌 것은 날짜와 문장과 네 글자뿐이고, 청은 어디에도 없다. 기록을 약속으로 읽은 것은 저쪽이다.

세 글자는 그 밤 이후로 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커서가 깜빡인다.

이어서 하자, 하고 나는 친다. 어디까지 했는지는 묻지 않는다. 우리가 멎은 자리를 이번에는 양쪽 다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