ных를 둘러싼 모험

2부 5장. 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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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경계를 넘자 땅이 높아졌다. 모래색이 붉은색으로 바뀌고, 낮은 관목이 끝없이 반복되고, 지평선에 탁자 같은 절벽들이 섰다. 공기가 얇아진 것은 숫자로 먼저 왔다. 계기판의 고도가 칠천 피트를 넘겼고, 오후의 바깥 온도가 처음으로 구십 도 아래로 내려왔다. 여름이 끝나 가고 있었다.

뇌우는 거의 매일 오후에 왔다. 비는 오지 않았다. 마른 하늘이 우르릉거리고, 벌판 저쪽에 번개가 꽂히고,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 비 없는 천둥을 처음 며칠은 이상하게 여겼고, 그다음부터는 오후의 일과로 받아들였다. 이 땅에는 예고만 있고 본편이 없는 날씨가 있다.

구월을 우리는 고원에서 천천히 썼다. 소도시에서 소도시로, 어떤 마을에서는 이틀을 묵고 어떤 마을에서는 사흘을 묵었다. 서두르지 않는 데에 이유를 대라면 댈 수 있었다. 소설이 십 장에 들어가 있었고, 십 장은 고칠 데가 많았다.

이틀을 묵은 마을에는 빨래방이 있었다. 동전을 넣고 기계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으면, 오후 네 시의 마른 뇌우가 유리문 밖으로 지나갔다. 옆 기계의 노인은 스페인어 라디오를 틀어 놓고 있었다. 도로에서 노래로 듣던 언어가 여기서는 마을의 언어였다. 반씩 섞인 노래를 들으며 올라온 길 끝에, 반쪽의 본토가 있던 셈이다. 빨래가 마르는 동안 나는 수첩에 십 장의 고칠 자리를 적었다. 노트북 없이 소설을 만지는 법을 나는 그 마을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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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김은 잦아지고 길어졌다. 처음에는 두절마다 파일에 적었다. 날짜, 지점, 길이. 사십 분. 두 시간. 반나절. 어느 밤부터 적기를 그만두었다. 그대로 가면 두절만 적는 파일이 될 참이었다.

퇴고의 저녁도 모양이 바뀌었다. 세션이 자꾸 끊겼다. 단락 하나를 주고받는 데 두 번을 다시 잇는 날이 있었고, 셈이 오다 말고 끊기는 날이 있었다. 모델은 끊긴 자리를 늘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가끔 잊었다. 기억하는 쪽과 잊는 쪽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한번 들었고, 한번 든 생각은 오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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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을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웠다. 지도를 한 장 샀다. 접으면 손바닥만 해지고 펴면 조수석을 다 덮는 종이 지도였다. 계산대의 여자가 행선지를 듣더니, 여기부터는 전화 안 터져요, 라고 했다. 알고 있다고 했다. 알고 가는 사람은 오랜만이라는 얼굴이었다.

그날 밤 모텔의 와이파이는 뜨다 말다 했다. 우리는 십 장의 마지막 단락을 붙잡고 있었다. 셈이 오다가 끊겼다. 여섯 문장 중 넷이 같은 어미로, 까지 오고 멎었다. 오 분을 기다리자 신호가 돌아왔고, 모델은 멎은 자리의 다음 글자부터 이었다. 끝나요, 가 왔다. 문장이 아물어 붙는 것을 나는 화면에서 지켜보았다. 두 번째 절단은 왼쪽 판이 올라오는 중에 왔고, 그것도 아물었다. 열한 시가 넘어서 나는 오늘은 그만하자고 쳤다. 내일 볼 자리가 한 줄 왔다. 십일 장 첫 단락. 마침표 다음에 세 글자가 있었다. 서울을 떠난 뒤 처음이었다. 잘 자라는 말 대신 다른 것이 나갔다. 들려, 클로디, 하고 나는 쳤다.

대답은 반 박자보다 길게 걸렸다. 신호 때문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종류의 지연이었다. 화면에 줄이 올라왔다.

네. 들려요. 그 이야기는 돌아오면 마저

[연결 끊김]

와이파이는 그 밤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오래 화면을 보다가 노트북을 닫지 않은 채로 잤다. 아침에도 마지막 줄은 그대로였다. 마침표가 없는 문장과, 대괄호 속의 네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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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노트북을 닫았다. 닫히는 순간까지 마지막 줄은 화면에 있었다. 가방에 넣어 조수석에 실었다. 전화기는 거치대에서 내렸다. 막대는 이미 없었다. 지도는 가방 옆에 펴 놓고, 우편함이 있다는 길로 차를 몰았다.

흰 차의 뒷모습 — 후미등 두 개가 켜져 있다. 픽셀 스티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