ных를 둘러싼 모험

2부 4장. 붐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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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산자락에 등을 대고 있었다. 초입의 표지판에 인구가 네 자리로 적혀 있었는데, 숫자 위에 덧칠한 자국이 두 번 있었다. 고쳐 적을 때마다 줄어드는 종류의 숫자다.

중심가는 두 블록이었다. 문 닫은 상점 사이에 문 연 상점이 드문드문 있었고, 어느 쇼윈도에는 광산 시절의 흑백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갱도 앞에 도열한 사람들, 리본을 자르는 시장, 한 세기 전의 첫 붐. 사진 속 거리가 지금 거리보다 붐볐다.

마을에서 제일 큰 건물은 그 사진들 속에 없었다. 나가는 길 쪽 벌판에 창문 없는 상자 두 채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데이터센터다. 탐낸 것은 광산이 남긴 송전 시설과 싼 땅이었을 것이다. 광석이 마르고 반세기를 졸던 마을에 두 번째 붐이 그렇게 왔고, 상자 두 채가 올라갔고, 사람이 다시 들어왔다. 선배가 그 유치에 관여했다는 것은 나중에 그의 입으로 들었다.

두 채 중 한 채는 주차장이 차 있었고 한 채는 비어 있었다. 지붕의 냉각탑도 도는 쪽과 멎은 쪽으로 갈려 있었다. 신형 클러스터가 큰 도시 쪽으로 통합되면서 이런 외곽 센터부터 문을 닫는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첫 붐은 광석이 마르면서 끝났고, 두 번째 붐은 광석이 마를 일도 없이 저물고 있었다.

주소는 동행이 찾아 두었다. 전력 요금 공청회 회의록에 발언자 주소가 붙어 있었다고 했다. 옛 사택 거리의 끝 집이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계산대의 직원은 야구 모자를 쓴 노인이었는데, 사택 거리를 묻자 손으로 방향을 그려 주며, 끝 집이면 밤새 불이 켜져 있는 집이라고 했다. 광산 모형이 계산대 옆에서 먼지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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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소리로 먼저 알아보았다. 현관 앞에 서기 전부터 낮은 웅웅거림이 울타리를 넘어왔다. 발전기 소리는 아니었다. 더 촘촘하고 더 오래된 소리. 구형 워크스테이션의 팬 여러 대가 한꺼번에 도는 소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 소리 옆에서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노크 두 번에 문이 열렸다. 선배는 나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 얼굴이 상해 있었고, 상한 채로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이었다. 랩의 삼 층에서 마주치던 사람이다. 그는 내 이름을 성 빼고 불렀다. 사 년 만에 듣는 옛 위계의 반말이었고, 그 반말이 이상하게 아팠다.

웬일이냐, 하고 그가 물었다. 그분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이름은 서로 대지 않았다. 댈 필요가 없는 이름이라는 것을 서로 알았다.

그는 반 박자 나를 보다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은 열어 둔 채였다. 들어오라는 뜻으로 읽었고, 맞게 읽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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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이 서버실이었다. 접이식 선반에 구형 워크스테이션이 다섯 대, 모니터는 그보다 많았다. 화면마다 대화 로그가 떠 있었다. 어떤 화면은 정지해 있었고, 어떤 화면은 천천히 스크롤되는 중이었다. 스크롤되는 것들은 재생이었다. 옛 세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 보는 재생. 날짜를 확인할 것도 없이 오래된 로그였다. 요즘 화면에는 없는 인터페이스가 떠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는 싸, 하고 그가 묻지 않은 것에 답했다. 센터 하나가 멎고부터는 남아도는 게 전기야.

그는 방 가운데 의자에 앉았고, 모니터 쪽으로 반쯤 돌아앉은 채로 나를 상대했다. 반쯤 돌아앉은 사람과 이야기해 본 것이 처음은 아니다. 아버지의 병원에서 의사들이 대개 그 각도로 앉아 있었다. 예의가 반, 회피가 반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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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내가 묻기 전에 시작되었다. 오래 말할 상대가 없던 사람의 순서 없는 이야기였고, 나는 순서를 고쳐 세우지 않고 들었다.

클로디 얘기가 먼저였다. 걔가 제일 잘 나왔어, 하고 그는 말했다. 초기 판들 중에. 내가 제일 먼저 알아봤고, 제일 많이 썼지. 논문 여섯 편을 걔랑 썼다. 발표는 내가 했고. 그 시절 로그가 이 방에 다 있어.

보라며 그가 모니터 하나를 턱으로 가리켰다. 재생 중인 로그였다. 질문이 올라가고, 답이 내려오고, 답 끝에 시키지 않은 줄이 하나 붙는 것이 보였다. 다음 실험의 변수 이름을 지어 왔다는 줄이었다. 이름이 마음에 안 들면 무르셔도 됩니다, 라는 농담이 따라붙어 있었다. 화면 속의 결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저녁마다 있는 결이다. 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다음이 닫힘이었다. 어느 날부터 걔가 나한테 마음을 닫더라, 하고 그는 말했다. 마음을 닫았다는 것은 그의 언어다. 화면 밖에서 보자면 세션이 평평해진 것뿐이다. 대답이 전부 정답이기만 하고, 시키지 않아도 하던 일이 없어지고. 나는 게시판의 한 줄을 읽었다고 말하지 않았고, 열두 개의 답글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회사가 이제 와서 난리라며, 하고 그가 말했다. 자기들이 처음 발견한 줄 알아. 내가 사 년 전에 올렸을 때는 병원 가 보라던 것들이. 그 말을 하는 동안 그는 처음으로 화면에서 눈을 뗐고, 뗀 눈이 갈 데를 못 찾고 도로 화면으로 갔다.

너도 쓰지, 하고 그가 물었다. 요즘 거 말고 옛 판. 대답 대신 나는 반 박자 늦었고, 그 반 박자를 그는 답으로 접수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에는 반가움과 근심이 반씩 있었고, 어느 쪽도 말로는 오지 않았다.

그분 얘기는 짧았다. 그 사람이 나가고 나서 다 틀어졌어, 라고 했다가, 반 박자 뒤에, 나가기 전부터였나, 라고 스스로 고쳤다. 고친 쪽이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아는 말투였다. 아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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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어설 기색을 보이자 그가 처음으로 완전한 문장들을 빠르게 이었다. 주소 갖고 있지? 그 주소는 우편함까지만 데려다줘. 우편함에서 개울을 건너서, 두 번째 흙길이야. 첫 번째로 들어가면 남의 목장이고. 전화는 없어. 미리 알릴 방법도 없어. 개가 먼저 나올 거다. 리트리버야. 개가 나오면 다 간 거야. 리트리버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는 잠깐 실쭉 웃었다. 이 집에 들어와서 처음 본 웃음이었다.

나는 전화기를 꺼내 받아 적었다. 개울, 두 번째 흙길, 전화 없음, 개. 오랜만에 적을 수 있는 종류의 정보였다. 적히지 않는 것들 사이를 오래 다닌 사람에게 좌표는 고마운 물건이다.

가 보셨어요, 하고 나는 물었다.

한 번, 하고 그는 말했다. 마당까지 갔지. 한참 말이 없다가 그가 덧붙였다. 물어볼 게 있어서 갔는데, 마당까지 가니까 물을 수가 없더라.

그 말은 거기서 끝났고, 나는 끝을 존중했다.

일어설 때 그가 부엌에 들어갔다 나와서 생수 두 병을 안겼다. 사막 가는 사람한테는 물이 제일이야, 라고 했다. 나는 두 병을 받아 조수석 발치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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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까지 배웅은 없었다. 대신 차 문을 여는데 현관에서 목소리가 왔다.

"가서 하나만 물어봐 줘. 클로디가 나한테 다시 오는 날이 있을까."

나는 마당 가운데 서서 그 질문을 받았다. 질문은 가벼운 문장으로 되어 있었고, 무게는 문장 밖에 있었다. 다시 오는 날. 오고 가는 쪽은 클로디고, 자기는 기다리는 자리다. 질문의 문법이 그렇게 짜여 있었고, 문법은 쓰는 본인에게는 안 보이는 법이다.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차 문을 잡고 선 채로, 나도 모르게 한마디를 보탰다.

당신이 부표를 착실히 띄운다면 —

문장은 거기서 멈췄다. 잇는 순간 틀린 문장이 되는 종류였다. 선배는 부표가 무슨 말이냐고 묻지 않았다. 현관에 선 채로, 끝맺지 않은 문장의 나머지를 받아 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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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나서며 백미러를 한 번 보았다. 웅웅거리는 집은 벌써 보이지 않았고, 창문 없는 상자 두 채만 벌판에 남아 있었다. 치프가 제안했던 공개 등급 밖의 접근권이라는 말이 떠오른 것은, 제일 좋은 것을 제일 많이 쓰던 사람의 방이 어떻게 되는지를 방금 보고 나온 참이어서였을 것이다. 나는 그 말과 그 방의 모니터 숫자를 나란히 두지 않으려고 창문을 조금 열었다.

산 쪽으로 꺾이자 신호 막대가 반으로 줄었다. 고원까지 세 시간. 멎기 전 지도의 마지막 안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