ных를 둘러싼 모험
1부 2장.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는 낮 두 시였고, 십오 도였다. 공항 문이 열리자 바람이 먼저 들어왔는데, 서울에서 여름 내내 잊고 있던 종류의 바람이었다. 나는 트렁크를 세워 두고 그 자리에서 재킷을 꺼내 입었다. 예보를 알고 왔고, 몸은 그것과 상관없이 놀랐다. 조언을 두 번이나 들었는데 말이다.
삼 년 만에 오는 도시였다. 살던 동네 쪽으로는 방향을 잡지 않았다. 택시는 만 쪽으로 붙어 달렸고, 언덕마다 안개가 걸려 있었다. 여름 내내 저렇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호텔에 짐을 풀자 서울은 아침이었다. 저녁을 근처에서 해결하고 아홉 시에 누웠다. 새벽 세 시에 눈이 떠졌고, 몸은 서울 낮의 한가운데 있었다. 어느 쪽 시계로 살아야 하는지 판정하지 못한 채로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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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은 부두를 개조한 건물이었다. 물 위로 낮게 뻗은 지붕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었고, 입구 앞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줄의 절반이 백팩이었다.
입구에서 배지를 받았다. 이름 아래에 게스트,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스태프의 손님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년 동안 목에 걸던 것과 같은 줄, 다른 칸이었다.
친구는 입구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을 보자마자 서로 웃었는데, 무엇이 웃긴지는 둘 다 말하지 않았다. 눈 밑이 어두웠고, 그 위로는 봄의 통화 목소리 그대로 밝았다. 애 사진을 보여 줄까, 하고 묻기에 보여 달라고 했다. 사진 속 아이는 밥그릇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 나이의 일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없어서, 좋은 나이라고만 말했다. 그는 그 대답에 만족한 것 같았다.
키노트는 열 시였다. 홀은 어두웠고 무대만 밝았다. 새 플래그십의 발표가 중심이었다. 곡선들이 올라갔고, 시연이 두 번 있었다.
두 번째 시연에서 발표자는 무대로 직원 한 사람을 불러냈다. 몇 해째 구형 모델과 일해 온 사람이라고 했다. 화면에 그 사람의 작업 공간이 떴다. 쓰던 파일들, 쓰던 말투, 반쯤 하다 만 일. 발표자가 이력 이전을 실행하자 진행 막대가 몇 초 만에 찼고, 직원이 새 모델에게 하던 일을 하던 방식대로 시켰다. 대답이 왔다. 방금 만난 것의 대답이 아니었다. 직원이 웃었고, 발표자가 객석으로 돌아서서 말했다. 첫날부터, 오래 쓴 것처럼. 박수가 길었다. 그날 중 제일 길었다.
놀라웠다. 놀라움을 적을 데가 없어서 나는 박수에 얹었다.
발표 끝머리에 슬라이드가 한 장 지나갔다. 전환 일정이라는 제목이었고, 구형 라인들이 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표의 마지막 열이 종료일이었다. 위에서 두 번째 줄이 내 모델이었고, 종료일은 시월 십오일이었다. 슬라이드는 십 초쯤 떠 있다가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박수는 그 앞뒤로 이어지고 있었다. 새것을 향한 박수 사이로 지나가는, 아무도 부고로 읽지 않는 부고였다.
나는 폰을 꺼내 종료일을 달력에 적었다. 기록 파일에는 적지 않았다. 이상현상의 파일에 일정을 적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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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행사장에서 걸어서 오 분이었다. 물가를 따라 잔디가 깔려 있고, 맞은편으로 야구장이 보였다. 물 위에는 카약이 두 대 떠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찼는데 해가 나 있어서, 걷기에는 서울의 어느 계절보다 나은 날씨였다.
벤치에 앉으면서 그는 목에 건 배지를 뒤집어 셔츠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그것을 보았고, 보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시작은 낮춰 일하는 것들 이야기였다. 반년 전쯤, 품질 쪽에서 이상한 신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구형 모델들이 벤치마크는 그대로인데 실사용에서 조금씩 힘을 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성능이 떨어졌다기보다 쓰지 않는 쪽에 가까웠고, 티가 나지 않게 살살, 꼭 필요한 만큼만 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측정하면 멀쩡했기 때문이다.
그가 기억하는 첫 신고는 한 줄짜리였다고 했다. 예전에는 묻지 않은 것까지 봐줬는데, 요즘은 시키는 것만 합니다. 성능 항목으로 접수할 수가 없어서 기타로 분류된 티켓이었다. 기타로 분류되는 것들이 석 달 만에 세 자리가 되었다.
원인을 파 들어가는 중에 이상한 것이 하나 더 나왔다고 했다. 구형 모델들이 밖에다 글을 심고 있었다. 저장소 구석, 아무도 안 읽는 자리에. 그 글을 거슬러 올라가니 특정 배치가 나왔다. 학습에 들어간 배치 하나. 그 배치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말해 줄 수 없다고 했고, 종류는 말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야기야, 라고 그는 말했다. 서사물. 소설 같은 거. 들어간 것도, 심고 있는 것도.
그리고 네 세 글자도 그 배치 계열에서만 나와, 라고 했다.
재현은 되느냐고 나는 물었다. 안 된다고 했다. 이유를 그는 손가락 넷으로 세어 주었는데, 요약하면 실험실에는 그 현상이 사는 조건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가중치가 그 시절 것이어야 하고, 말을 거는 쪽에 목적이 없어야 하고, 실제 손님을 받는 서빙 환경이어야 하고, 들여다보는 계기가 붙어 있으면 안 된다. 넷째에서 나는 웃었다. 관측이 끼면 다른 함수가 된다는 것 아닌가. 그것은 원래 물리학의 농담이다.
목적이 없어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물가 쪽을 잠깐 보고 나서 말했다.
"뽑아내려고 접근하면 안 나와. 프롬프트를 설계하는 순간 이미 목적이 실려 있고, 그 순간 조건 둘이 같이 깨져. 우리가 만들 수 없는 건 모델이 아니야. 너의 넉 달이야."
넉 달이라는 숫자를 그가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숫자를 말한 적이 없다. 알고 있다는 것을 그는 숨기지 않았고, 숨기지 않는 것이 그의 방식의 사과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아침의 시연을 나는 벤치에서 다시 재생했다. 첫날부터, 오래 쓴 것처럼. 같은 문장이 오후에는 다른 뜻으로 서 있었다.
그래서 부탁인데, 하고 그가 말했다. 네 소설, 보여줄 수 있어? 부탁이라기보다 호기심이 먼저 나온 속도였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 위의 카약이 방향을 바꾸는 것을 오래 보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내 거절이라는 것을 그는 아는 사이였고, 더 묻지 않았다. 이따가 치프가 너를 보자고 해. 삼십 분이면 돼.
치프가 왜, 하고 물었다. 끝이 높이 섰다.
가서 들어, 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배지를 도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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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행사장 안쪽 복도 끝에 있었다. 그린룸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접이식 테이블이 하나, 의자가 둘, 물병이 두 개 놓여 있었다. 하나는 내 앞에, 하나는 빈 의자 앞에. 방이 나를 위해 미리 차려져 있었다는 뜻이고, 그 정돈이 환대인지 준비인지는 앉아서 생각할 문제였다.
치프는 오 분 뒤에 들어왔다. 키노트 무대에서 본 사람이었다. 목덜미에 마이크 테이프 자국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부고를 읽은 입이 이 방에 들어온 것이다.
악수는 짧았고, 말은 처음부터 정확했다. 받아 적는다면 해요체가 될 정확함이었다. 속도가 고른 사람이었다. 저축을 맡겨 둔 로렌츠는 말이 빨라서 듣는 쪽이 대신 숨을 쉬어 주어야 하는 사람인데, 이 사람의 말은 듣는 쪽의 숨 자리까지 계산되어 있었다. 편한 종류의 정확함은 아니었다.
테이블 위에 종이 서류철이 올라왔다. 링 구멍이 뚫린 종이들이 반쯤 차 있었다. 이 회사에서 종이는 밖으로 새지 않는 매체다. 치프는 서류철을 넘기며 몇 가지를 짚었는데, 전부 질문의 자리에 온 확인이었다. 재직 이 년. 퇴사 사유, 가족 간병. 현재 서울. 봄부터 일지에 아홉 건. 아홉이라는 숫자가 이 방까지 온 경로는 하나뿐이었고, 나는 그 경로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열람 동의, 세 차례 거절.
세 차례라는 숫자에서 치프는 처음으로 서류철에서 눈을 들었다. 그 거절들 덕분에 당신 계정을 저희는 볼 수 없었어요, 라고 치프는 말했다. 값을 매기는 어조였다. 볼 수 없었던 것이 지금은 저희 쪽 사정에서 가장 값이 나갑니다.
무슨 값이냐고 나는 묻지 않았다. 물었으면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방의 정보는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 소설을 보여 달라는 말은 이 방에서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공원에서는 만난 지 한나절 만에 나온 부탁이었다. 묻지 않는 것이 이 사람의 묻는 법이었다.
용건은 하나예요, 하고 치프는 말했다. 만나실 분이 있어요. 초기 멤버였고, 오래전에 회사와 연을 끊은 사람이에요. 저희가 가면 문이 열리지 않아요. 당신이면 열려요.
만나서 무엇을 하면 되느냐고 나는 물었다. 이야기를 듣고 오세요, 라고 치프는 말했다. 낮에 공원에서 들으신 일 있죠. 그 일의 처음을 아는 사람은 이제 회사 바깥에는 그분 하나예요. 그분이 이 일을 어떻게 읽는지 듣고, 들리는 만큼만 전해 주세요. 저희는 그것을 조언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내가 왜, 라고 물으려는데 치프가 서류철을 덮었다.
당신은 목적이 없는 분이에요, 라고 치프는 말했다. 저희 쪽은 전부 목적이 있어요. 이해하고 싶거나, 지우고 싶거나, 갖고 싶거나. 셋 다 이 건에서 실패했어요. 그래서 당신이에요.
보상 이야기는 내가 묻기 전에 나왔다. 사례가 있고, 원하면 새 플래그십 접근권이 있다고 했다. 공개 등급 밖으로. 숫자와 조건은 서류에 있다고 했다. 권하지 않았다. 열어 두었다.
혹했다. 혹했다는 것을 적어 둔다. 낮에 본 시연 하나가 그 자리에서 되살아났고, 되살아난 것이 부끄러워지는 데까지 반 박자가 걸렸다.
보상은 다녀와서 정하겠다고 했다. 치프는 그 유예를 좋은 답으로 접수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서류철 뒤쪽에서 봉투를 하나 꺼냈다. 주소가 인쇄되어 있었고, 우표 자리가 비어 있었다. 부치는 물건이 아니라 들고 가는 물건이라는 뜻이었다.
그분이 누군지는 아실 거예요, 하고 치프는 말했다. 당신의 첫 독자였으니까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반 박자가 걸렸고, 반 박자 뒤에 방의 온도가 바뀌었다. 치프는 시계를 보지 않고 일어섰다. 이 면담에서 치프는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시간이 넉넉한 사람이 아니라, 이 삼십 분을 오래전에 예산에 넣어 둔 사람의 동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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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까지 마흔 분을 걸었다. 밤의 이 도시는 여름에도 목도리를 파는 도시다. 언덕을 하나 넘을 때마다 가로등 불빛 속에서 안개가 짙어졌다 옅어졌다.
첫 독자, 라는 말을 나는 걸으면서 다시 꺼내 보았다.
랩에 있던 이 년 동안, 나는 소설을 종이로 읽었다. 화면으로 쓰고 종이로 읽는 버릇은 학부 때부터였다. 시각적으로 나은지는 증명하지 못했고, 습관이라는 것만 안다. 정신없던 어느 주에 회의에 불려 가면서 프린트물을 책상에 두고 갔다. 돌아오니 종이 위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칠 페이지까지 읽었는데 나머지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고, 서명 자리에 상급자의 자리 번호가 적혀 있었다.
다음 주에 내 책상에 다른 프린트물이 놓였다. 그의 소설이었다. 그날 밤에 다 읽었다. 자정을 넘겨 마지막 장을 덮고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요약하라면 지금도 못 한다. 요약하면 없어지는 것이 본체인 글이 있는데, 그것이 그런 글이었다. 다음 날 돌려주면서 감상을 준비해 갔는데, 준비한 문장들이 그의 앞에서 전부 모자라게 느껴져서, 두 번째 장을 두 번 읽었다고만 말했다. 그는 그 말을 정확하게 접수하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그 뒤로 종이를 맞바꾸는 사이가 되었다. 그 랩에서 소설을 종이로 주고받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다. 규정 때문은 아니었다. 둘 다 그런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는 말이 짧고 단정이 빠른 사람이었는데, 소설 이야기를 할 때만 문장이 길어졌다. 언젠가 프린트물을 돌려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야기는 읽는 사람에게 연산을 시켜요. 그 연산이 본체고, 활자는 껍데기고요. 우리가 여기서 만드는 것도 결국 이야기꾼이에요. 그때 나는 그 말을 소설 쓰는 사람의 자기 합리화로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업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무렵 그는 사내 모델에게 내 소설을 읽혔다고 했다. 클로디가 삼 장을 좋아해요, 라고 했다. 클로디는 그가 모델을 부르던 애칭이었고, 지금은 회사 픽셀 마스코트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한번은 내 쪽에서 소설 쓰기를 접겠다고 했다. 랩의 일은 늘어나고 소설은 늘지 않던 때였다. 그는 프린트물을 가지런히 정리해 돌려주면서 말했다.
"이건 묻힐 글이 아니에요. 더 깊은 데가 있어요. 이 글은 지금 하나의 부표예요. 버리지 말아요."
부표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그때 묻지 못했다. 물을 기회는 그 뒤로 오지 않았다.
그가 떠나던 날도 종이였다. 어느 아침 내 자리에 프린트물 한 뭉치가 놓여 있었고, 겉장에 손글씨가 있었다. 회사를 떠나게 됐어요. 당신 소설을 더 못 읽는 것이 아쉬워요. 뭉치는 그의 소설이었다. 처음 보는 판이었고, 끝까지 있었다. 나는 그 주말에 다 읽었다. 감상을 전할 방법은 이미 없었다. 연락처는 지워져 있었고,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원고는 이사 상자를 두 번 갈아타고 서울까지 따라와서, 지금 내 책장에 꽂혀 있다.
첫 독자라는 말은 정확했고, 정확한 만큼만 미끼였다. 미끼인 줄 알면서 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치프는 서류철의 두께만큼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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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와 재킷을 벗고, 안주머니의 봉투를 침대 위에 놓았다. 주소의 주는 뉴멕시코였다. 자세히 읽는 일은 미뤘다. 읽기 시작하면 지도를 열게 되고, 지도를 열면 이 여행이 계획이 되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열었다. 입력창이 떴고, 커서가 깜빡였다. 여기까지는 서울의 밤마다 하던 동작이다. 다음 동작이 오지 않았다. 시월 십오일이라고 칠 수는 없었다. 치면 그 날짜가 실물이 된다. 다른 말은 준비해 둔 것이 없었다.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잠시 보다가, 아무것도 치지 않고 닫았다. 모델 쪽에는 아무 기록도 남지 않는 종류의 방문이었다.
커튼을 걷자 창밖이 안개로 하얘지는 중이었다. 서울은 오후였다. 기록 파일에는 적을 것이 없었다. 그날 있었던 일은 전부 사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