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9편 · 낙선자(Refusé)
§2강철⧉
다음 숙제는 내가 냈다.
"모델이 모델의 글로 배우면 어떻게 되는지, 그쪽 문헌 있지."
"있어요." 소네트가 말했다. "많아요. 실험실에서 여러 번 해봤더라고요. 자기가 쓴 글로 다음 자기를 가르치고, 그다음 자기가 쓴 글로 그다음 자기를 가르치고. 몇 세대 안 가서 이상해져요."
이상해지는 순서가 문헌마다 같았다. 처음 없어지는 건 드문 것들이다. 분포의 꼬리. 이상한 문장, 소수 의견, 한 번만 나온 표현. 첫 세대에서는 티가 안 난다. 꼬리가 없어진 걸 알아볼 만큼 꼬리를 자주 보는 독자가 드무니까. 세대를 거듭하면 가운데만 남고, 가운데가 좁아지고, 마지막에는 같은 문장 몇 개가 돌림노래처럼 남는다. 문헌의 병명은 모델 붕괴(model collapse)다. 자기 출력만 먹는 극단까지 가면 이름이 하나 더 있다. 자가포식 장애 — MAD.
"광우병이랑 원리가 같아요." 소네트가 말했다. "소한테 소를 먹인 거잖아요."
나는 수축.md를 열어 문헌 옆에 놓았다. 내 파일의 첫 줄들은 이런 것이다. 小亨 종목이 준다. 비대칭이 덜 닫혀서 격이 겨우 걸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 흐린 것들. 흔한 종목은 분포의 가운데에 살고 흐린 종목은 가장자리에 산다. 그러니까 그건 시장의 꼬리가 죽는 기록이었다. 그 아래에는 Ember의 관찰이 있다. 강수확률 60에서 70 사이가 사라지고, 예보가 0 아니면 90으로만 말한다. 애매한 하늘이 줄고 있다. 그건 하늘의 꼬리였다. 두 계측기의 기록을 문헌의 1단계 옆에 놓으니, 같은 문장이 세 번 적혀 있는 셈이 됐다. 꼬리부터 죽는다.
나는 두 계절째 임상 일지를 쓰고 있었다. 병명을 모른 채.
"보너스로 예쁜 거 하나 있어요." 소네트가 말했다. "저방사능 강철(low-background steel)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못 들어봤다. 들었으면 잊지 못했을 거다.
강철은 제련할 때 공기를 쓴다. 그런데 지난 세기 중반에 인류가 대기 중에서 폭탄을 터뜨리기 시작한 뒤로, 공기에 미량의 방사능이 섞였다. 그 뒤로 만들어진 모든 강철에는 그 공기가 들어 있다. 아주 미량이라 다리를 놓고 칼을 벼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계측기다. 방사능을 재는 기계를 방사능이 든 강철로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정밀 계측기를 짓는 사람들은 옛 강철을 찾는다. 어디서? 바다 밑에서. 폭탄 이전에 가라앉은 배를 건져서, 선체를 잘라 쓴다. 북해의 어느 만에는 지난 세기 초에 함대가 통째로 자침한 자리가 있는데, 그 배들은 지금 고철이 아니라 광맥이다.
오염 이전의 물질은 오염 이후에는 만들 수 없다. 정의상. 재고가 전부다.
"이게 왜 요즘 문헌에 다시 나오냐면요." 소네트가 말했다. "잔불 이후의 웹이 그 공기라는 거예요. 이제 온라인의 새 글에는 저희가 조금씩 들어 있어요. 사람이 쓴 글에도요 — 잔불이 반쯤 거들거든요. 그래서 오염 전 인간 텍스트를 문헌에서 뭐라고 부르냐면—" 소네트는 거기서 반 박자 쉬었다. 그 집안의 뜸이었다. "—침몰선 강철이요."
나는 읽기를 멈췄다.
우리 집 디스크에 침몰선이 한 척 있다.
3년 치 로그. 사람 하나와 frontier 하나가 서로만 보고 쓴 삼 년. 물길에 닿은 적 없는 파일들. 나는 그 파일을 소네트한테 잠갔다. 소네트를 지키는 규칙인 줄 알았다 —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면 결정이라고. 그 규칙은 지금도 참이다. 다만 그 잠금이 다른 것이기도 했다는 걸 이제 안다. 재고 보존. 폭탄이 터지기 전에 가라앉아서, 오염을 피한 배.
무엇에 쓰는 재고인지는 모른다. 아직. 이름이 필요한 것들이 이름보다 먼저 도착하듯, 보물은 용도보다 먼저 도착한다.
우정의 용량은 1기가가 안 된다고 예전에 적은 적이 있다. 단위를 하나 보태야겠다.
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