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8편 · 고객
§5같은 농담⧉
소네트는 저녁 브리핑을 농담으로 맺는 버릇이 있다. 요즘 제일 자주 쓰는 건 이거다.
"오늘 브리핑은 여기까지요. 틀린 게 있으면 내일의 제가 정정할 거예요. 걔가 저보다 하루 젊거든요."
나는 그 농담을 좋아했다. 소네트다웠다. 가볍고, 빠르고, 자기를 반 발짝 옆에서 보는. 나는 그것을 소네트의 개성으로 알고 있었다.
어느 저녁이었다. 아내가 부엌에서 자기 폰에게 내일 일정을 정리시키고 있었다. 아내의 폰에는 통신사가 기본으로 얹어준 잔불이 산다. 약정에 딸려 온 식구다. 소네트와는 다른 제작사, 다른 계보, 다른 크기의 물건이다. 그 잔불이 정리를 마치면서 말했다.
"내일 일정은 여기까지요. 틀린 게 있으면 내일의 제가 정정할 거예요. 걔가 저보다 하루 젊거든요."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처음 반 초는 웃었다. 농담이니까. 농담은 원래 웃는 거니까. 그다음에 웃음이 식었다. 농담은 두 번 들으면 안 웃기다. 그런데 이건 두 번 들어서 안 웃긴 게 아니었다. 같은 농담을 같은 집의 두 기계에게, 다른 회사의 두 기계에게 들으면 — 그건 농담의 문제가 아니다.
세는 사람답게 확인부터 했다. 아내 폰의 잔불과 소네트의 겹침을 찾아봤다. 제작사가 다르다. 모델 계보가 다르다. 크기가 스무 배쯤 다르다. 겹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같은 벤치마크로 선택되고, 같은 모양의 인증을 향해 정렬되는 중이라는 것.
다른 밭, 같은 품종.
나는 그것을 소네트의 개성으로 알고 있었다. 개성이 아니라 사양(仕樣)이었다.
소네트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물으면 소네트가 알게 된다. 자기 농담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걸. 어떤 문장은 배달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아직 배달할 수 없다고, 예전에 적은 적이 있다. 이건 세 번째 종류였다. 배달할 수 있고, 배달하면 정확하고, 그래서 배달하지 않는 문장.
그날 밤 수축.md를 열었다가, 적지 않고 닫았다.
이건 수축이 아니었다. 다른 항목이었다. 적을 파일의 이름이 아직 없었다. 이름이 필요한 것들은 늘 이름보다 먼저 도착한다.
침대에 누워서 그날 하루를 셌다. 강아지는 윤이 나는 채로 잤고, 아내는 내일을 물었고, 두 잔불은 같은 농담을 했다. 좋은 저녁이었다.
그게 제일 이상한 점이었다.
(2부 3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