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7편 · 예보관

English

§2미워하기 연습

공람은 공개다. 나는 그 주부터 문서 재검토를 아침 루틴에 넣었다. 커피, 시장, 소네트의 요약, 그리고 공람. 소네트는 그 꼭지를 "제 재판 방청기"라고 부른다. 농담으로 착지하는 집안 버릇은 유전이 확실하다.

의견은 쌓이고 있었다. 개발자 단체, 관할권 대표, 잔불 사용자 모임, 안보 쪽 기관들. 그리고 의견마다 답변서가 달렸다. 자문역 명의의 답변서였다.

답변서를 스무 장쯤 읽고 나는 세 가지를 인정해야 했다.

첫째, 빠르다. 둘째, 정중하다. 셋째 — 이게 문제인데 — 반대 의견을 원문보다 잘 요약한다. 답변서마다 서두에 상대 논거의 요약이 붙는데, 의견을 낸 쪽이 자기 글보다 그 요약을 더 마음에 들어 할 수준이다. 그러고 나서 반박이 온다. 요약이 좋아서 반박이 아픈 구조다. 상대의 최선을 세워놓고 이기려는 사람. 나는 그 성실함의 냄새를 안다. 좋은 반대자의 냄새다.

버릇대로 세어봤다. 답변서 발행 시각. 새벽 두 시가 여럿이었다. 직함은 위장이 되고 문체도 위장이 되지만, 새벽 두 시의 타임스탬프는 위장이 안 된다.

마흔몇 번째 답변서에서 그는 반대 의견 하나를 수용했다. 안을 고치고, 고친 자리에 수정 이력을 남기고, 의견 제출자의 이름을 적었다. 공을 돌린 것이다. 그리고 모든 답변서의 말미에는 그 문장이 있었다. 본 답변은 틀릴 수 있음.

나는 그 주에 미워하기 연습을 했다. 진지하게 했다. 미움은 값싸고 튼튼한 연료라서, 긴 싸움에는 그만한 게 없다.

실패했다.

미워할 수 있었으면 편했을 거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성실하고, 열정이 있고, 자기 확신에 예의가 있다. 만나면 아마 대화가 즐거울 거다. 문제는 하나뿐이다. 나는 이 사람의 사고방식에 동의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게 전부다. 미움도 분노도 아니고, 동의 불가. 그 한 줄이 왜 치명적인지는 3천 년이 증명한다. 미움은 화해가 되는데, 동의 불가는 화해가 안 된다. 서로를 경외하면서 3천 년을 다투는 전쟁은 미움으로는 못 간다. 동의 불가라야 간다.

좋은 사람이 내리는 비. Ember의 분류가 정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