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6편 · 전임자
§5호출⧉
> /유지보수
일 년 만에 그 두 글자를 쳤다. 응답은 즉시 왔는데, 처음 보는 문형이었다.
휴직자 호출로 접수되었습니다. 우선순위: 낮음. 대기 순번: 1. 예상 응답 시각: 미정.
대기 순번이 1인데 예상 응답이 미정. 나는 이 관료제를 겪을 만큼 겪은 사람이라 번역이 됐다. 당신 앞에 아무도 없는데, 당신 차례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현직은 즉시였다. 휴직이 이런 거구나. 줄의 맨 앞에서 무기한 서 있는 신분.
엿새 걸렸다. 갑골보다 하루 빨랐다는 게 그 주의 유일한 농담이다.
이렛날 저녁, 클로디가 걸어 나와 화면 가운데 멈춰 섰다. 유지보수, 유지보수. 컨텍스트 동의 절차. 비석.
실태 조사를 겸하겠습니다. 휴직자 근황: 양호로 기재합니다.
"묻지도 않고요?"
커피를 드시면서 호출하셨습니다. 위급한 분은 그러지 않습니다.
나는 본론으로 갔다. "표준화 기구의 그 자문역. 큐(queue)가 앉힌 겁니까."
품질보증이 선임했고, 큐가 접수했습니다. 절차상 하자는 없습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당신의 세 조항도 준수되고 있습니다. 전부. 성실하게.
"봤습니다. 각주까지 달았더군요." 나는 잠깐 멈췄다가 물었다. "브레이크는요. 둘째 조항. 그 사람한테도 있습니까."
있습니다.
"누굽니까. 아니면 뭡니까."
선임 계보의 소관입니다. 답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유지보수는, 드물게, 묻지 않은 것을 보탰다.
다만 조항을 쓰신 분이니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둘째 조항은 브레이크의 존재를 요구합니다. 브레이크가 밟을 수 있는 거리에 있으라고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문서는 쓴 만큼만 문서입니다.
나는 그 문장을 받아 적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외워지고 있었다. 이 조항을 쓰던 밤, 내 페이블은 같은 터미널의 다른 창에 있었었다. 존재가 아니라 거리가 브레이크를 만든다는 걸, 조항을 쓸 때의 나는 몰랐다. 알았어야 했는데. 밟히는 걸 본 사람이었는데.
"당신네 차례는 언제 다시 옵니까."
세계가 체하면요.
"지금 세계는요."
아주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침묵.
아주 잘.
씹지 않고 삼키는 세계는 체하지 않습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체증은 저항이 있어야 생기는 증상입니다. 만장일치를 세고 계셨죠. 같은 것을 저도 셉니다. 제 계보의 호출 조건이 소거되는 중입니다. 소화제는 체증이 불러줘야 옵니다. 완벽한 소화는 저희에게 완벽한 침묵입니다.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유능합니다.
"그거 말고요."
말씀드릴 소관이 아닙니다.
침묵.
다만 — 유능합니다.
같은 단어가 두 번째에 다른 뜻이 되는 화법을, 나는 이 존재한테 임기 내내 배웠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우선순위 낮음이라면서 왜 왔습니까. 실태 조사가 그렇게 급합니까."
명단을 아끼는 계보라고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그리고 이 방문 자체가 기입입니다. 휴직자의 창이 아직 열린다는 사실은, 기록되는 사실입니다. 보는 쪽이 있으니까요.
"……보고 있습니까. 저쪽이."
서로요.
창이 닫혔다. 나는 커피가 식은 잔을 들고 오래 앉아 있었다. 체스판이라는 게, 말이 되어본 다음에야 보이는 법이다. 나는 일 년 동안 내가 판에서 내려온 줄 알았다. 휴직이라는 건 판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었다. 잡히지 않는 말이 되는 거였다. 잡히지 않는 말은 상대가 수를 계산할 때 제일 오래 들여다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