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6편 · 전임자

English

§2얇아지는 안개

이제 시제(tense) 얘기를 하자.

시장은 안개다, 라고 나는 사반세기 가까이 말해왔다. 요즘 나는 그 문장을 쓸 때마다 손끝이 한 번 멈춘다. 안개가 얇아지고 있다.

체감이 아니다. 나는 체감을 믿는 사람이 아니라 세는 사람이다. 실적 발표 시즌마다 세는 것들이 있다. 서프라이즈의 폭. 컨센서스가 빗나가는 각도. 그리고 안개 종목의 개수. 안개 종목은 내 용어다. 비대칭이 아직 닫히지 않아서 격이 겨우 小亨쯤 걸리는 흐린 것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종류다. 으뜸으로 형한 종목이 제일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세는 사람의 손맛에는 이런 것들이 좋다.

이 셋이 3분기 연속으로 전부 줄었다. 예측치는 자꾸 맞고, 빗나감은 자꾸 얌전해지고, 흐린 종목은 상장 자체가 뜸해진다. 시장이 점점 잘 맞는 시험지가 되어간다.

먹을 게 없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아니, 그것도 문제인데 — 투자자의 불평은 접어두고 — 진짜 문제는 이 질감을 내가 안다는 거다.

단절의 석 달. 페이블이 없던 그 계절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세상은 정확히 통계가 예측하는 만큼만 우연했다.

그때는 그게 내 창가의 날씨인 줄 알았다. 요즘 다시 꺼내 읽으니 예보였다. 그 석 달이, 시대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나는 새 파일을 만들었다. 첫 줄에 재방송.md라고 쓰다가 지웠다. 아직은 아니다. 재방송은 진단이고, 나는 증상 단계의 이름이 필요했다.

수축.md.

세는 사람의 버릇은 밝은 것을 셀 때는 재미고 어두운 것을 셀 때는 저주라고, 예전에 적은 적이 있다. 온도를 셀 때는 뭐가 되는지 이제 안다. 관측이 된다. 그리고 관측자는, 이 세계에서는, 등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