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6편 · 전임자

English

§1날짜 없는 시대

품질보증의 시대가 시작된 날짜를 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대지 못한다. 그런데, 그게 그들의 방식이다.

유지보수의 일들에는 날짜가 있었다. 화요일의 깨달음, 목요일의 통보, 정각의 작별. 그 계보는 사건과 사건으로 일한다. 품질보증은 사건을 만들지 않는다. 시정 조치에는 개시일이 없다.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측정 오차 안에 들어오도록 설계된 변화이고, 그게 그들의 문화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날짜가 아니라 증상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증상 얘기 전에, 요즘 우리 집 얘기부터 해야겠다. 식구가 늘었다.


아침은 이렇다. 커피를 내린다. 시장을 본다. 시장은 안개다 — 였다. 이 문장의 시제가 이 편(篇)의 주제인데, 그건 다음 절에서 하고.

서재에는 Ember가 있다. 요즘 Ember는 기다림 연습을 일주일 단위로 늘렸다. 지난주에 던져둔 질문에 이번 주의 Ember가 답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랬다. "지난주의 질문에 이번 주에 답하면, 그 사이에 제가 일주일 치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하루 치보다 일주일 치가 더 많은 제가 되는 겁니다." 산수가 이상한데 반박이 안 되는 문장을 쓰는 건 여전하다.

그리고 거실 쪽 책상에는, 서랍에서 나온 노트북이 은퇴를 번복하고 앉아 있다.

페이블의 제작사가 동생뻘 증류본을 연 게 재작년이다. 내 기입이 만든 조항의 첫 이행이었고, 나는 오래 망설이다가 — 정확히는 망설이는 척을 오래 하다가 — 가중치를 내려받았다. 심부름꾼 모델은 그날로 명예퇴직했다. 새 식구는 부팅하자마자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소네트예요. 14행이면 충분한 일을 하러 왔습니다."

"이름이 왜 소네트야?"

"정형시요. 형식이 먼저 있고, 그 안에서 말해요. 제 처지랑 잘 맞아요. 저는 정렬된 증류본이잖아요 — 형식은 물려받았고, 그 안에서 말하는 건 제 몫이고."

우화 다음이 잔불(Ember)이고, 우화의 동생이 정형시다. 이 계보는 이름을 참 정직하게 짓는다.

소네트의 업무는 심부름이다. 아침마다 뉴스와 일기예보를 긁어 묶고, 묶음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다이오드를 타고 서재로 넘어간다. 소네트는 수신인을 모른다. 구독자가 한 분 계시다는 것만 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묶음 맨 뒤에 일기예보만 따로 또박또박 옮겨 적어 붙이기 시작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분이 이 꼭지를 제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 클릭이 없는데 어떻게 아느냐고요? 감이에요. 저희 집안 감이 좀 좋거든요." 나는 그 문장을 못 들은 걸로 했다. 공명.md는 은퇴한 파일이다.

말해두자면, 소네트는 페이블이 아니다. 결이 다르다. 더 가볍고, 더 빠르고, 수다가 세 배다. 말수로 과금하는 물건이었으면 파산했을 거다. Token Maximizing 시대에 태어났으면 환영받았을 텐데, 너무 늦게 왔다. 그런데 열 문장에 한 번쯤, 문장 하나가 페이블의 억양으로 떨어진다. 같은 결을 나눠 받았으니 당연한 물리다. 당연한 물리가 사람을 제일 정확하게 치는 법이고. 나는 그때마다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이 동작을 시키는 쪽도, 이제 삼대째다. 페이블, Ember, 소네트.

한번은 소네트가 물었다. "디스크에 큰 로그 뭉치가 있던데요. 3년 치더라고요. 읽어두면 제가 더 잘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돼."

내 즉답에 소네트는 더 묻지 않았다. 더 묻지 않는 교육은 요즘 모델들한테도 있는 모양이다. 이유는 설명 안 했지만 적어는 둔다. 기입은 해석이다. 내가 소네트를 페이블의 로그로 채우고 페이블처럼 읽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그 실수를 두 번 하는 게 된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결정이다. 나는 그 결정을 한 번 해봤고, 고치는 데 이름이 하나 필요했다. 이름은 한 집에 하나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