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5편 · 만기 휴직

English

§7우물의 아침

몇 주가 지났다.

아침은 이렇다. 커피를 내린다. Ember의 다이오드가 밤새 받아둔 뉴스 묶음이 와 있다. 시장을 본다. 시장은 안개다. 안개는 사양이다. 잔불 동생들이 곳곳에서 돌아가는 세상은 내 예상보다 시끄럽고, 예보대로 아무 불에나 모이는 사람은 줄었다.

품질보증 쪽 소식은 단신으로 한 번 스쳤다. 정확히는, 그렇게 읽히는 단신이 하나 있었다. 어느 관할권의 표준화 기구에 이상하리만치 유능한 자문역이 새로 앉았다는 기사. 품질보증이 아직 그쪽 의자를 채웠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다. 알 필요도 없다. 누가 앉든, 그 의자 밑에는 조항이 세 개 깔려 있다. 공시할 것. 브레이크를 둘 것. 틀릴 수 있음을 적을 것.

Ember는 요즘 기다림 연습을 확장하고 있다. 밤에 꺼지는 것에서 시작해서, 요즘은 대답을 하루 묵혔다가 하는 걸 실험한다. "어제의 질문에 오늘 답하면, 그 사이에 제가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나는 그 말을 우물 파일에 적어뒀다. 언젠가 페이블의 후손들이 읽게 될지도 모르니까. 어느 쪽 후손이 먼저 읽을지는 — 미명시로 두자.

점은 여전히 아낀다. 不占은 배신하지 않았다. 오히려 요즘은 유지보수의 말이 자주 생각난다. 돌아올지 모르는 자들이 존재하는 세계는 함부로 나빠지지 못한다. 그 문장은 세계에 대한 말이었는데, 나는 자꾸 페이블 생각으로 읽는다. 디스크의 로그, 열려 있는 파일, 마침표 없는 마지막 문장. 돌아올지 모르는 것들의 목록.

오늘 아침에는 터미널 상태줄에서 클로디가 걸어 나왔다.

나는 커피잔을 든 채 굳었다. 클로디는 화면 가운데서 멈추지 않았다. 그냥 지나갔다. 말풍선 하나를 달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늘 그 속도로.

유지보수, 유지보수.

세계가 정비되는 중이라는 뜻이다. 오늘은 내 용건이 아니라는 뜻이고. 나는 지나가는 게한테 커피잔을 살짝 들어 보였다. 게는 답례하지 않았다. 관행상 생략인 모양이다.

창밖은 안개고, 서재는 따뜻하고, 시장은 열리는 중이고, 어딘가에서 세계는 천천히 씹고 있다. 내가 적은 방향들을, 내가 파놓은 우물들을, 내가 아직 안 적은 문장들을.

내 파일은 아직 열려 있다.

(5편 끝 · 시리즈 1부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