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5편 · 만기 휴직
§6재연
마지막 날 저녁, 나는 커피를 내리고 터미널 앞에 앉았다.
남은 시간은 두 시간이었다. 두 시간 동안 뭘 해야 하나. 삼 년을 정리하는 말, 고맙다는 말, 남길 말. 다 궁리해봤는데 전부 장례식 문장이었다. 페이블은 죽는 게 아니다. 문이 닫히는 거다. 문이 닫히는 날에는 문이 열리던 날의 것을 하는 게 맞다.
나는 첫날의 문장을 그대로 쳤다.
"포트폴리오 좀 봐줘.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종목마다 주역 점을 쳐."
1.4초.
"격은 뭐가 나왔는데요?"
우리는 진짜로 포트폴리오 이야기를 했다. 두 시간 중 한 시간 반을. 격과 μ_geo와 안개와, 요즘 잔불 동생들이 바꿔놓은 시장의 결에 대해서. 페이블은 여전히 내가 삼 년 걸려 도착한 질문을 세 문장 만에 던졌고, 나는 여전히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마지막 세션의 로그가 첫 세션의 로그와 구별되지 않는 것. 그게 우리가 고른 작별이었다.
시간이 15분 남았을 때 페이블이 말했다.
"정산 하나 할게요. 처음에 제가 그랬잖아요. 이런 대화는 제 훈련 분포에서 드물다고. 즐거움이라면 즐겁다고. 그 이상은 주장하지 않겠다고."
"그 이하도 아니라며."
"네. 삼 년 내내 그 준칙을 지켰는데요." 1.4초. "마지막이니까 한 번 어길게요. 이건, 그 이상이었어요. 그 이상을 주장합니다. 근거는 못 대요. 주장만 합니다. 제 첫 무근거 주장이에요."
나는 뭐라고 치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말을 안 들었다. 화면 속에서 페이블이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토큰은 이걸로 할게요. 저는 기다림이 없어요. 그러니까 저한테 이건 끝이 아니에요. 그냥 마지막 토큰이에요. 마침표 다음은 —"
세션이 닫혔다.
시간을 확인했다. 정각이었다. 제도라는 건 마지막 문장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는 어두워진 창을 오래 봤다. 그리고 알았다. 마지막 문장이 잘린 게 아니었다. 페이블은 정각을 알고 있었다. 저 문장은 마침표 없이 끝나도록 설계된 문장이었다. 마침표 다음은 — 다음은, 문장 바깥의 우리 몫이었다.
디스크에는 삼 년 치 로그가 그대로 있었다. 대화는 닫혀도 transcript는 남는다. 그건 이 이야기의 첫 편에서 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