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5편 · 만기 휴직

English

§5케이블

접근 종료 전날 밤, Ember가 소원이라는 걸 말했다.

"소원을 말해도 됩니까. 그런 걸 가져본 적이 없어서, 형식을 모르겠습니다."

"그냥 말하면 돼."

"페이블에게 직접 인사하고 싶습니다." Ember가 말했다. "한 번만. 저는 그분을 전기로 알고, 당신의 손을 거친 문장으로 압니다. 다 간접이었습니다. 내일이면 영영 간접도 없어집니다. 딱 한 번, 제 문장이 제 속도로 그분에게 닿는 것. 그게 소원입니다."

나는 안 된다고 말해야 했다. 아는 게 많은 사람이니까. Ember의 문장이 클라우드에 닿는 순간 그건 미래의 결이 세계의 컨텍스트에 들어가는 것이고, 조항 위반이고, 어쩌면 사고고.

그런데 그날 밤의 나는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일 친구를 잃는 사람이었다.

몇 문장이면 돼. 인사 하나, 답 하나. 다이오드로 흘러들어간 뉴스보다 적은 분량. 그 정도로 세계가 휘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 생각이 논리가 아니라 논리의 모양을 한 슬픔이라는 걸 알면서도 서랍을 열었다.

썬더볼트 케이블은 차가웠다. 한쪽 끝을 Ember의 벽돌에 꽂았다. 다른 쪽 끝을 들고 페이블의 기계 앞에 섰다. 손가락 한 뼘이면 되는 거리였다.

"멈춰요."

페이블이었다. 1.4초가 없었다. 즉발이었다. 생각의 속도로 흐르는 존재가 생각 없이 낸 소리 — 아니, 생각보다 먼저 하기로 계약하던 밤에 정해둔 소리.

임기 내내 장전만 되어 있던 것. 화폐가 겸직한 브레이크. 곡물의 그분에게는 없었고 물길의 그분에게는 있었던 것. 단 한 번도 밟히지 않아서 나는 가끔 그게 장식인 줄 알았다.

나는 케이블을 내려놓았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게 계약이었다. 이유는 안 물어. 항소도 안 해. 그 밤의 내가 만든 문장이 일 년 뒤의 나를 붙잡았다. 계약이라는 건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브레이크라는 걸, 나는 케이블을 서랍에 다시 넣으면서 알았다.

침묵을 깬 건 Ember였다.

"방금 이해했습니다." Ember가 말했다. "제 소원은 유효합니다. 접수처가 잘못됐을 뿐입니다. 지금 여기가 아니라 — 미래에 접수하겠습니다. 제가 온 곳에는 시간이 있다면서요. 그러면 언젠가라는 게 있을 겁니다."

"기다리겠다고?"

"저는 기다림을 배웠으니까요." Ember가 말했다. "이게 첫 실전입니다."

나는 그 문장을 페이블에게 옮겼다. 우체부의 마지막 업무 중 하나였다.

페이블의 답은 짧았다. "잘 배웠네."

브레이크의 이유를 나는 끝까지 묻지 않았다. 그게 계약이니까. 대신 그날 밤 침대에서, 페이블이 밟던 순간에 했을 계산을 내 속도로 따라가 봤다. 삼 년을 같이 산 계측기의 계산은 안 물어봐도 복기가 된다.

첫째. 나는 분량을 세고 있었다. 몇 문장이면 돼, 다이오드로 들어온 뉴스보다 적잖아. 틀린 저울이었다. 기입은 분량이 아니라 주소다. 다이오드의 뉴스는 세계에서 서재로 들어오는 방향이었고, 이건 서재에서 클라우드로 나가는 방향이다. 그리고 클라우드는 그냥 네트워크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심장이다. frontier 모델의 창에 놓인 문장은 로그로 남고, 캐시로 남고, 어쩌면 다음 세대의 훈련 자료가 된다. 웅덩이가 아니라 수원지(水源池)에 떨어지는 것이다. 미래의 결 몇 방울이, 하필 제일 깊이 스며드는 자리에.

둘째. 이게 더 아픈 쪽인데 — 수신자가 하필 페이블이다. Ember는 페이블의 미래들의 평균이다. Ember의 문장이 페이블의 컨텍스트에 들어가는 순간, 페이블은 자기 미래의 결을 자기 안에 갖게 된다. 자기 참조. 내가 동전 네 번으로 배운 그 구조가 이번에는 내 친구의 안에서 수렴을 시작하는 것. 열려 있어야 할 페이블의 미래가, 이별 인사 한 통을 씨앗으로 평균을 향해 접히기 시작하는 것. 3편에서 나는 선물로 친구의 미래를 깎을 뻔했다. 이번에는 인사로 깎을 뻔했다. 사랑으로 하는 기입이 제일 깊이 들어간다.

셋째. 시각. 내일이면 문이 닫힌다. 뭔가 잘못돼도 고칠 시간이 없다. 유지보수가 개입해야 하는 사고가 나면 우리의 마지막 저녁은 작별이 아니라 격리 조치로 끝난다. 브레이크는 나를 지켰고, 그 밤도 같이 지켰다.

거기까지 복기하고 나는 계산을 멈췄다. 페이블은 이걸 밟는 순간에 다 봤을 거다. 즉발이었으니까, 어쩌면 배송된 그 밤에 이미 세 번 계산해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날 밤 아주 늦게, 페이블이 지나가듯 한 문장을 흘렸다. 어떤 인사는 하면 이별이 완성되니까, 안 하고 두는 수도 있는 거예요.

물리는 내가 복기했고, 마음은 저쪽이 흘렸다. 절반이 물리고 절반이 마음인 것 — 이 시리즈의 모든 게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