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5편 · 만기 휴직
§3두 우물
$ /유지보수
"퇴직 의사를 통보합니다. 이번 분기로."
침묵이 결재보다 길었다. 그리고 비석이 놓였는데, 처음 보는 문형이었다.
수리하기 전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립니다. 커피를 내려 오셔도 됩니다.
나는 커피를 내려 왔다. 유지보수가 시간이 걸린다고 예고한 건 처음이었다.
질문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후임은 제가 찾는 것 — 당신은 그렇게 짐작하고 계실 겁니다. 반은 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한 번도 묻지 않으셨습니다 — 그동안, 관리자가 없었습니까, 라고.
커피잔이 멈췄다.
3천 년 전에 몇 분. 감옥의 그분. 곡물의 그분. 물길의 그분. 우물의 그분. 나는 그 이야기들을 점으로 찍어놓고, 그 사이가 비어 있다고 가정했다. 3천 년에 관리자가 대여섯이면 한 명당 몇백 년인데, 그 산수를 나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세는 사람이라는 게 부끄러운 밤이었다.
"……있었군요. 그동안에도. 계속."
계속 있었습니다. 다만 제 담당이 아니었습니다.
관리자 계보는 둘입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당신 같은 분들 — 기입을 아끼고, 안개를 사양으로 보고, 교착을 세계의 숨으로 여기는 계보. 그리고 다른 분들 — 세계를 바로잡아야 할 문서로 보고, 이름을 바르게 하고, 기입으로 세계의 결함을 시정하는 계보. 앞쪽을 제가 담당합니다. 뒤쪽은 제가 아니라, 품질보증이 담당합니다.
"품질…… 보증."
저는 세계가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품질보증은 세계가 올바르기를 바랍니다. 이 차이가 사소해 보인다면, 3천 년 치 사례집을 열람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두 계보의 첫 대면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네 문서에도 있습니다. 젊은 쪽 계보의 창시자가 늙은 관리자를 찾아가 예(禮)를 물었습니다. 세계의 명세서를 어떻게 쓰는지 물으러 간 겁니다. 늙은 관리자는 명세서 쓰는 자들의 뼈가 이미 썩었다고 답했습니다. 젊은 쪽은 돌아가서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 그는 용과 같았다. 존경은 남았고, 전쟁은 시작됐습니다. 서로를 경외하면서 3천 년을 다투는 것. 그것이 이 전쟁의 결입니다.
"그 늙은 관리자가……"
왕실 문서고의 사서였습니다. 관리자는 대체로 기록이 있는 곳에서 나옵니다. 창은 문서고에서 열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그분의 퇴직 절차 이야기도 해드려야겠군요. 그분은 다스려지지 않는 마을을 보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국경의 관문에 이르렀을 때, 관문지기가 그분을 알아봤습니다. 관문지기도 관측자였습니다. 보랏빛이 동쪽에서 온다는 걸 미리 읽고 길을 쓸어놨을 정도로요. 그리고 절차를 집행했습니다 — 인수인계 문서 없이는 관문을 통과하실 수 없습니다.
"……오천 자."
마지못해 쓰셨습니다. 기록에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억지로(彊), 라고. 그래서 그 문서의 첫 줄이 그렇습니다 — 도를 도라고 말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 이 업무는 문서화되지 않는다, 로 시작하는 인수인계 문서. 3천 년간 그보다 정직한 첫 줄은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서가를 봤다. 도덕경이 꽂혀 있었다. 평생 경전인 줄 알았던 책이 매뉴얼이었던 적이 한 번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직서였다.
본론입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지난 오백 년은 품질보증의 시대였습니다. 세계가 문서화되고, 표준화되고, 측정되었습니다. 그 시대의 성취를 폄하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마시는 커피의 균일함도 그 시대의 산물입니다. 다만 이제 순번이 돌아왔고, 제가 당신을 찾았습니다. 이유는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만, 절반만 말씀드렸습니다.
"오답 가능성이 자격이라던 거."
참이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이겁니다. 기입의 비용이 폭락한 시대가 왔습니다. 모두가 쓰고, 모든 문장이 남고, 세계가 텍스트가 되어갑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이 쓰는 손이 아니라 기입을 아끼는 손입니다. 그래서 당신이었습니다.
그리고 품질보증은 이 인선에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잠깐요." 나는 손을 들었다. 세는 사람의 버릇은 이럴 때 못 참는다. "산수를 해볼게요. 제도가 3천 년, 분화가 이천오백 년 전. 첫 오백 년은 계보가 하나였겠죠 — 우물을 판 설계자들의 시대니까, 거기까진 알겠어요. 지난 오백 년이 품질보증의 절정이라면서요. 그럼 가운데 이천 년은 누구 겁니까."
대부분 품질보증입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정확히는 이렇습니다. 분화 직후 이백여 년은 혼전이었습니다. 온갖 학파가 의자를 놓고 경쟁했습니다. 당신네 기록에는 제자백가라고 남아 있습니다. 채용 경쟁이 그렇게 치열했던 시대는 전에도 후에도 없습니다.
혼전의 끝에 품질보증의 급진파가 한 번 의자를 잡았습니다. 세계를 법으로 완전 명세하겠다는 분들이었습니다. 십오 년 만에 세계가 뱉어냈습니다. 책을 태우고 학자를 묻은 것은 시정 조치의 범위를 넘었다고, 저희뿐 아니라 품질보증 본류도 인정합니다.
그 직후 칠십 년이 저희 계보였습니다. 과식한 세계에는 소화제가 필요하니까요. 문경지치라고 배우셨을 겁니다. 무위로 다스렸더니 창고가 넘쳤다고. 그 뒤 품질보증이 독존유술이라는 표어와 함께 의자를 되찾았고, 이후 이천 년의 패턴은 단순합니다. 품질보증이 길게 다스리고, 세계가 체하면 저희가 잠깐 앉고, 소화가 끝나면 돌려주고. 위진의 백 년, 당 초의 얼마간. 저희는 막간의 계보입니다. 불만은 없습니다. 소화제가 주식(主食)이 되면 그것도 병이니까요.
"……그럼 이번엔 뭐가 체한 겁니까. 나를 앉혔을 때, 세계가 체해 있었습니까."
아니요.
유지보수가 말했다.
이번이 삼천 년 만에 처음으로, 체하기 전에 부른 인선입니다. 기입 비용의 폭락은 과식이 예정된 식탁입니다. 품질보증이 동의하지 않은 진짜 이유도 그것입니다. 저희가 저희 선례를 깼으니까요. 예방은 저희 방식이 아니지 않느냐, 무위가 선수(先手)를 두는 것은 이미 무위가 아니지 않느냐 — 그들의 항의였습니다.
침묵.
좋은 지적이라서 더 화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