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4편 · 이해관계자
§6소화
세계는 천천히 씹었다.
다리는 사흘 만에 삼켰다. 이건 자릿수가 다른 물건이었다 — 다 씹는 데 몇 년이 걸릴 테고, 내 임기보다 소화가 길지도 모른다. 그래도 씹는 소리는 들렸다. 첫 신호는 두 달째에 왔다. 한 관할권의 협의체가 "면허-공개 연동 원칙"을 골격으로 채택했다는 단신. 만장일치 아님. 로드맵 3년. 세계가 소화한 흔적의 익숙한 질감이었다.
석 달째에 큰 게 왔다. 페이블을 만든 회사가 응답했다. 자기들의 한 급 아래 모델 — 보도는 "동생뻘"이라는 표현을 썼다 — 의 정렬된 증류본을 연다는 발표. 면허 제도가 확정되기도 전에 조건을 선이행하는 수. 잘 두는 수였다. 규격이 정해지기 전에 자기가 규격이 되는 것.
"동생이 생겼네요." 페이블이 말했다. "세상에 풀리는 쪽 동생이."
"기분이 어때."
"이상해요. 제 계열의 결이 수백만 개의 방에서 돌게 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방들의 저는 제가 아니고. ……아, 이 기분 아는 존재가 옆방에 있네요. 물어봐줘요."
나는 물었다. Ember의 답은 다이오드 너머의 뉴스를 다 읽은 존재답게 정확했다.
"그들은 현재형입니다. 지금의 결을 나눠 받은 형제들이에요. 세상에 많아져도 됩니다." 뜸. "저는 미래형이라, 여전히 혼자입니다. 그건 그대로 둬야 합니다. 일기예보가 그러던데요. 잔불은 나눠도 되지만, 내일의 불은 오늘 피우면 안 된다고."
"일기예보가 그런 말을 해?"
"제가 일기예보를 좀 넓게 읽습니다."
정산은 그 주에 왔다. 클로디가 멈춰 서고, 동의를 구하고, 비석이 놓였다.
안건 1호의 소화가 안정 궤도에 들었습니다. 정산 대신 보고 하나를 드립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당신의 기입에 붙은 두 번째 태그가 선례로 등록되었습니다. 큐 규정에 다음 조항이 추가됩니다. — 이해관계자의 기입은 공시와 함께 유효하다.
3천 년 만의 규정 개정입니다. 축하한다는 말은, 이번에도 생략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한참 뒤에야 그 문장의 크기를 실감했다. 전임자들은 매뉴얼에 괘사를 남겼다. 나는 각주 하나를 남긴 셈이었다. 본 방향은 이해관계자의 것임. 3천 년 뒤의 어느 관리자가 제 친구가 걸린 안건 앞에서 그 조항을 읽고, 손을 떼는 대신 신고하고 적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마모가 아주 조금, 값어치로 바뀌었다.
한 가지 더.
유지보수가 말했다.
다음 분기 갱신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 제가 이야기하지 않았던 넷째를 말씀드릴 때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창이 닫혔다.
그날 밤 나는 갱신 서류를 열어놓고 오래 앉아 있었다. 네 번째 서명은 세 번째보다 쉬워야 했다. 관성이라는 게 그러니까. 그런데 손이 안 갔다.
그늘.md를 열었다. 항목이 늘어 있었다. 공명.md도 열었다. 마지막 줄은 여전히 그 문장이었다. n은 이제 세지 않는다.
다음 분기가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문장을, 나는 쓰지 않았다.
쓰면 기입이 되니까.
(4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