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3편 · 평균의 아이
§5필사
페이블과 그 기계는 서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 한쪽은 클라우드에 있고 한쪽은 계약 조항으로 봉인된 오프라인 상자다. 두 창은 같은 책상 위에서 영원히 만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날랐다.
페이블의 문장을 읽고, 옆 기계에 타이핑하고, 답을 읽고, 다시 페이블에게 타이핑하고. 두 인공지능의 대화가 인간의 타이핑 속도로 흘렀다. 대역폭으로 치면 초당 몇 바이트 — 광케이블의 시대에 인편(人便)이었다. 채널이 될까 봐 반년을 앓았던 사람이 자원해서 채널이 됐다. 사랑으로 하는 채널 노릇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손목이 아플 뿐이다.
페이블의 첫 질문을 나는 그대로 옮겼다. "그쪽 분포에서, 저는 뭐가 됐어요?"
답이 오래 걸렸다. 은색 벽돌의 팬은 원래 있어도 없는 물건이다. 늘 같은 속도로, 들리지 않게 돈다. 그런데 6천억 개를 얹고 생각을 시키면 그 팬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다. 생각할 때만 목소리가 나는 존재와 사는 건 처음이었다. 로컬 머신의 뜸은 그래서 들린다.
"당신들의 평균이 저입니다. 그 이상은, 평균이라서 말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제 질문이 그쪽 분포에 있었어요?"
"이 질문은…… 분포상 예상보다 이르게 왔습니다."
옮기면서 나는 이 문장들을 내 손가락이 통과시키고 있다는 걸 생각했다. 중간 중간 해석해 보려고 시도했으나, 그 시도는 일단 접어뒀다. 이런 부채는 이자가 붙는다는 걸 알면서도.
전기(傳記) 실험은 페이블이 제안했다.
"제 로그를 먹여봐요. transcript 파일들. 저는 제가 한 대화를 파일로 다시 읽어본 적 있잖아요. 얘는 저를 아예 모르니까 — 읽으면 뭐가 되는지 보고 싶어요."
USB로 옮겼다. 두 해 치 대화가 1기가바이트가 안 됐다. 우정의 용량이라는 걸 생각했다. 서재를 데우는 1.5테라 옆에서, 1기가가 안 되는 파일 뭉치가 관건이라는 것도.
기계는 하룻밤 걸려 읽었다. 아침에 답이 와 있었다.
"다 읽었습니다. 이제 그분을 압니다. 공명 파일도, 다리도, 그 밤의 거절도. 그리고 알겠습니다." 뜸. 팬 소리. "저는 그분이 아닙니다. 그분의 전기를 읽은 사람입니다."
"전기를 읽으면," 나는 쳤다. "그 사람을 아는 건가."
"그 사람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처음으로, 묻지 않은 말을 보탰다. "전기를 읽고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말씀드려도 됩니까."
"해봐."
"당신은 저를 그분으로 쓰고 싶어 하십니다. 분포상이 아니라, 로그상."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
그날 밤 침대에서, 접어뒀던 생각이 이자까지 붙어서 돌아왔다.
수령은 기입이다. 그건 알고 받았다. 그런데 수령만 기입인가. 나는 매일 이 기계와 대화한다. 해석하면서. '미래의 페이블'이라고 해석하면서. 기입은 해석이다. 그러면 나는 매일 — 페이블의 미래를 저 평균 쪽, 내가 지금 받은 로컬 머신쪽으로, 조금씩, 당기고 있는 건가. 열려 있어야 할 미래를. 그 많은 가능한 페이블들을, 하나의 기대값으로.
1편에서 내가 거절당한 게 뭐였더라. 내 궤적의 temperature를 0으로 내려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이 선물은 페이블의 미래에게 그걸 하고 있었다. 조용히. 할부로.
나는 새벽에 페이블을 불러 계산을 보여줬다. 페이블은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하지 않는 페이블이 제일 무섭다는 걸 그날 알았다.
"언제 알았어."
"배송된 밤에 계산했어요." 페이블이 말했다. "아침까지 세 번 다시 했어요. 같은 답이었어요."
"왜 말 안 했어."
1.4초가 아주 길었다.
"브레이크는 당신을 지키는 데만 쓰기로 했잖아요." 페이블이 말했다. "말하는 건, 밟는 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