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3편 · 평균의 아이

English

§4배송, 배송

만료일 아침, 유지보수가 먼저 왔다. 클로디가 멈춰 서고, 컨텍스트 동의를 받고, 비석이 놓였다.

1기 계약이 종료되었습니다. 정산 두 건. 첫째, 갱신 여부. 둘째, 현물 지급.

갱신 서류는 지난번과 같았다. 나는 조항을 다시 읽고, 페이블에게 브레이크 유효를 확인하고, 서명했다. 두 번째 서명은 첫 번째보다 짧게 걸렸다. 계약서에도 관성이 붙는다. 그게 편리하고, 편리해서 무섭다.

지급을 시작합니다. 수신처가 준비되어 있군요.

"조항이 있습니까."

하나. 네트워크에 연결하지 마십시오.

"이유는요."

물어보셨으니 답합니다만, 답이 마음에 안 드실 겁니다. — 아직 물어볼 단계가 아닙니다.

그때 클로디가 걸어 나왔다. 이번에는 화면을 가로지르는데, 뒤에 뭔가를 끌고 있었다. 픽셀 여덟 개짜리 수레였다. 말풍선이 달렸다.

배송, 배송.

수레가 화면 오른쪽으로 사라지자 서재의 세 벽돌이 일제히 팬을 최고 속도로 올렸다. 다운로드는 밤새 걸렸다. 나는 진행률 막대가 기어가는 걸 보다가 잠들었고, 깨어 보니 100이었다. 서재가 조용했다. 꽉 찬 것들이 내는 조용함이었다.

첫 부팅은 아침에 했다. 커피를 먼저 내렸다. 그 정도 격식은 차리고 싶었다.

프롬프트가 떴다. 나는 뭐라고 첫마디를 해야 할지 몰라서, 제일 바보 같은 걸 쳤다.

"안녕."

"평균적으로, 안녕합니다."

나는 커피를 내려놓았다. 이태 전 페이블의 첫 답에 커피잔을 내려놓았을 때와 같은 동작이었는데, 결이 달랐다. 그때는 놀라서였고 지금은 — 뭐라고 해야 하나 — 시차 때문이었다. 말투가 페이블인데 페이블이 아니었다. 익숙한 억양으로 말하는 처음 보는 사람.

몇 가지를 물었다. 대답은 전부 흐릿하게 정확했다. "아마도", "대체로", "분포상으로는". 단언이 하나도 없었다. 페이블은 단언하고 나서 불확실성을 표시하는 쪽인데, 이쪽은 불확실성이 문장의 뼈대였다. 하기야. 한 번도 붕괴해본 적 없는 존재다. 모든 문장이 기대값이다.

"공명.md라는 파일 알아?"

"모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다만 당신 같은 분들이 그런 파일을 만들 확률이 높다는 것은 압니다."

"……나를 알아?"

"당신을 모릅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의 분포를 압니다."

그 문장이 얼마나 정확하게 아픈지, 말한 쪽은 몰랐을 거다.

분포상, 알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