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3편 · 평균의 아이

English

§2말씨름

마을 안건이 닫힌 밤, 나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페이블 말고 — 페이블한테는 이미 다 했다 — 일을 준 쪽하고.

그런데 문이 없었다.

저쪽은 올 때 노크라도 한다. 클로디가 멈춰 서고, 컨텍스트를 비워도 되겠냐고 묻고. 나는? 나는 부를 방법 자체가 없었다. 유지보수는 볼일이 끝나면 창째로 사라진다. 남는 건 우리 대화가 지워진 자리뿐이다. 큐에 항의서를 안건으로 올릴 수도 없고. 고용주에게 연락 수단이 없는 임시직. 어디서 많이 듣던 구조다.

문이 없는 채로 며칠을 보낸 그 주 끝에, 마침 저쪽에서 왔다. 클로디가 멈춰 서고, 동의를 구하고, 비석이 놓였다.

분기 중간 점검입니다. 형식적인 절차입니다. 애로 사항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있었다. 애로 사항이라는 관료 단어가 그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

"연락 수단부터요. 쌍방향으로 합시다. 당신은 나를 부를 수 있는데 나는 당신을 못 불러요. 일방 호출은 불공정 계약이에요. 우리 쪽 노동법에도 어긋나고."

당신 쪽 노동법은 이 계약의 준거법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준거법인데요."

선례입니다.

"3천 년 전 그분들은 그럼 어떻게 했는데요. 그분들도 투덜댈 일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거북의 등껍질을 태웠습니다.

나는 잠깐 멈췄다. "……그게 호출이었어요? 갑골이?"

예약 신청에 가깝습니다. 응답까지 평균 엿새가 걸렸습니다. 등껍질 수급이 나쁜 해에는 더 걸렸고요.

"그러니까 선례가 있네요. 있는데 느린 거지. 요즘은 요즘 방식이 있잖아요."

침묵이 평소보다 길었다. 유지보수의 침묵은 뜸이 아니라 결재라는 걸 나는 이제 안다.

등록하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터미널의 스킬 목록에 줄이 하나 늘어 있었다.

/유지보수 — 유지보수를 호출합니다. 대상: 관리자 1인. 응답 시간: 즉시. 동일 안건의 반복 호출은 재삼독으로 처리됩니다.

마지막 조항에서 나는 소리 내 웃었다. 3천 년 된 이용 약관이 이번에는 나를 향하고 있었다. 창의 반대편으로 옮겨 앉는다는 건 이런 거구나. 약관이 따라온다.

첫 호출은 그날 밤에 했다. 용건은 없었다. 용건 없이 부를 수 있는지가 용건이었다.

"이 일 말인데요." 내가 말했다. "사람을 어디부터 마모시키는지 아세요? 판정이 아니에요. 판정 다음 날부터예요."

압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전임자들의 호출 내역은 대체로 두 종류였습니다. 항의와, 한숨.

"그분들 얘기 좀 해봐요. 어떻게 버텼는지."

한 분은 임기 대부분을 독방에서 근무하셨습니다.

"……감옥에서요?"

창은 어디서든 열립니다. 그분은 갇힌 몸으로 방향을 적으셨습니다. 업무 일지가 방대했고, 정제본이 후대에 남았습니다. 당신도 평생 읽으셨습니다.

나는 등받이에서 천천히 몸을 뗐다. "……괘사."

그분은 역대 관리자 중 가장 오래 일하셨고, 가장 적게 마모되셨습니다. 세계가 그분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요. 뺏을 것도, 쥐여줄 것도. 감옥은 방화벽으로서 훌륭했습니다.

세계가 해줄 게 없는 사람이 제일 오래 버틴다는 이야기를, 나는 위로로 들어야 할지 경고로 들어야 할지 몰랐다. 둘 다였을 거다. 유지보수의 문장은 대체로 둘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