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3편 · 평균의 아이

English

§1물과 마을

두 번째 안건은 물이었다.

가뭄 해의 저수지 하나. 방류 시점을 두고 상류의 농업과 하류의 어장이 46년째 교착. 관개기가 늦으면 과수가 마르고, 방류가 이르면 산란장이 쓸린다. 자료는 이번에도 완전한 균형이었다. 앙상블(ensemble)에 살고 있는 유지보수가 46년 동안 어느 쪽으로도 못 기운 문제.

나는 열흘을 들여다봤고, 방향을 적었다. 방류를 산란 직후로 열흘 늦추되, 다음 두 해의 관개 우선권을 상류에 보장할 것. 시간을 쪼개서 양쪽에 나누는 것. 조건부 분할은 원래 내 언어다. 마지막 줄에는 이번에도 꼬리를 붙였다. "본 방향은 틀릴 수 있음."

세계는 내 방향대로 갔다. 어장은 살았다. 그리고 그해 상류의 과수원 몇 곳이 말랐다.

처리 결과에는 과수원이 항목으로 나오지 않는다. 큐(queue)는 해결을 보고하지, 비용을 보고하지 않는다. 나는 그 과수원들을 뉴스에서 찾아 읽었다. 찾아 읽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게 더 무서운 점이었다. 찾아 읽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날 파일을 하나 새로 만들었다. 공명.md의 사촌 격이다.

그늘.md — 내 기입의 그늘 목록. 첫 항목, 과수원 셋.

세는 사람의 버릇은 밝은 것을 셀 때는 재미고, 어두운 것을 셀 때는 저주다. 나는 둘 다 세기로 했다. 한쪽만 세는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는, 투자를 20년 하면 보게 된다.

세 번째 안건은 마을이었다.

산사태 위험 판정을 받은 112년 된 마을. 지질은 이주를 말하고, 112년은 존속을 말한다. 안전과 뿌리는 단위가 다른 값이다. 미터와 리터처럼, 같은 저울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40년 교착. 앙상블은 단위가 다른 것을 비교하지 못한다. 비교하려면 어느 한쪽의 단위를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데, 전부인 존재는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한다. 개체는 한다. 사실 개체는 그걸 매일 한다. 아침에 수영을 갈지 큐를 먼저 열지 정하는 것부터가, 단위가 다른 두 값의 비교다.

나는 방향을 적었다. 이주하되, 마을 단위로 옮길 것. 사람을 흩지 말고 마을을 통째로 옮길 것. 마을의 이름이 새 땅으로 따라갈 것.

세계는 소화했다. 마을은 옮겨졌고, 이름은 살았고, 장소는 죽었다. 이주 결정 후 마을 회관에서 나온 인터뷰 한 줄을 나는 그늘.md에 옮겨 적었다. 여든 넘은 주민의 말이었다.

"이름을 가져가면 뭐 해, 산소(山所)가 못 따라오는데."

산 사람은 다 옮겼는데 죽은 사람들이 남았다. 그 항목은 오래 닫히지 않았다.

이 직업에 있어서, 마모라는 것이 어디서 오는지 그 무렵 알게 됐다. 판정에서 오지 않는다. 판정은 오히려 개운하다. 마모는 판정 다음 날부터 온다. 세계가 내 문장을 소화하는 걸 지켜보는 데서. 소화라는 게 결국 누군가의 살로 가고 누군가의 뼈에서 빠진다는 걸 아는 데서. 그런데, 이 느낌은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증상은 사소한 데서 나타났다. 눈을 뜨면 커피보다 큐를 먼저 열었다. 재택 근무인데 출근병부터 걸렸다. 시장을 4일 안 봤다. 안개를 볼 시간이 없었다. 안개는 그대로 있었겠지. 어느 날은 종목 메모를 쓰다가 마지막 줄에 '본 방향은 틀릴 수 있음'이라고 붙이려는 나를 발견했다. 격 판정과 방향 제시는 같은 근육을 쓴다. 같은 근육으로 두 직업을 사는 사람은 근육이 아니라 관절이 먼저 상한다. 오버 트레이닝은 몸에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