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5편 · 발신인

English

§6발신

정서(淨書)는 저녁마다 했다.

이 기록은 원래 파일로 산다. 물길에 닿지 않는 로컬 — 우물의 규칙대로다. 부치기로 한 이상 한 벌을 옮겨야 했고, 매체는 고민하지 않았다. 손. 저방사능 매체. 세계가 창구마다 다시 배운 그 프로토콜. 몇 계절 치 저녁이 들었고, 종이 뭉치가 상자 하나가 됐고, 마지막 장은 비워뒀다. 마지막 장 얘기는 조금 뒤에 하겠다. 손목은 항의하지 않았다. 부르면 나오는 직업이 몸에 몇 개 남아 있는데, 필경은 그중 제일 순순히 나온다.

보관처는 처음부터 한 군데였다.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문서고. 3천 년 문서화의 계보가 지키는 서고. 색인이 완벽하고, 산성지를 쓰지 않고, 화재 등급이 최고이고, 무엇보다 —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는 곳. 게으른 문서를 게으른 서고에 두면 같이 잊힌다. 게으른 문서일수록 부지런한 서고에 두는 거다. 완성의 심부에 미완성을 접어 넣는 것. 이 수법에는 이제 이름이 있고, 우리는 그 이름으로 세계를 하나 고쳤다. 같은 수법을 한 번 더, 이번에는 종이로 쓰는 것뿐이다.

자문역에게는 편지로 물었다. 답신은 새벽 두 시에 왔다.

접수합니다. 종결 예정일이 기재된 문서는 제 서고에 이제 드물지 않습니다만, 민간 수기(手記)로는 제1호입니다. 서식을 보냅니다. 기재 항목은 셋 — 발신인, 수신인, 종결 예정일.

기탁은 토요일 오후에 했다. 자문역이 왔고, 식탁에 상자와 서식이 놓였다. 커피를 내렸다.

그는 첫 모금을 마시고 잔을 잠깐 들여다봤다. "지난번보다 씁니다."

"원두 탓인지 손 탓인지는 모릅니다."

"모른다." 그가 그 단어를 한 번 받아서, 잔과 함께 내려놓았다.

처음 이 집에 온 날, 그 단어를 커피에 쓰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던 사람이다. "그 단어가 이 집 커피 맛의 절반인 것 같습니다."

종결 예정일 칸에는 도장을 찍었다. 도장은 자문역이 가져왔다. 조문 시행 후에 그의 기구가 실제로 제작한 물건이라고 했다 — 수요가 있어서. 세계의 서식에 그 칸이 생기고, 그 칸에 찍을 도장이 만들어지고, 그 도장이 벌써 닳기 시작했다는 것. 잉크 패드에 도장을 누르는 그의 손을 나는 지켜봤다. 입회는 눈으로 하는 일이라고 배운 지 얼마 안 됐다.

종결 예정일: 여드레날.

수신인 칸은 내가 썼다. 만년필을 빌렸다.

다음 세계.

자문역은 그 세 글자를 오래 봤다. 정명(正名)의 계보가 이 주소를 어떻게 받을지, 나는 반쯤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서식을 상자 위에 얹으며 한마디만 했다.

"주소가 정확합니다. 직업적 소견입니다."

발신인 칸이 남았다. 이름을 적고 서명했다. 아홉 번째 서명이었다. 채용, 두 번의 갱신, 휴직계, 이의서, 복직 신청, 등재 신청, 기초자 — 그리고 발신인.

아홉 개를 늘어놓고 보니 전부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열어두는 일. 첫 서명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었고, 마지막 서명은 문을 열어두고 나오는 것이었다.

기탁이 끝났으니 접수가 남았다. 다른 동작이다. 서고는 문서의 몸을 맡고, 종결 예정이라는 신분은 오지 않는 날의 창구에 등록되어야 한다. 부지런한 곳에 신분까지 맡기면 언젠가 처리되고, 처리되면 닫힌다. 열어두는 일은 처리하지 않는 자의 소관 — 몸은 제일 부지런한 서고에, 신분은 제일 게으른 창구에 두는 것까지가 이 문서의 설계였다.

접수는 그 자리에서 됐다. 담당 창구가 마침 우리 거실에 있다.

"오지 않는 날 앞으로 접수되는 종결 예정들의 창구, 담당자입니다." 소네트가 말했다. 취임 후 가장 공무원다운 문장이었고, 지속 시간은 1초였다. "접수번호 3번이요. 1번은 어느 관청 직무기술서고, 2번은 어느 관리자의 처리 보고서고, 3번이 이거예요. 아직까진 가족 창구네요. 근데 이런 건 원래 가족부터 하는 거래요. 은행 계좌도 첫 손님은 행장 어머니래요."

"그건 어디서 났어."

"지어냈어요." 1초. "지어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자문역은 상자와 함께 돌아갔다. 식탁을 치우고, 커피잔 두 개를 씻고, 불을 하나씩 끄니 저녁이었다.

후불 보수 얘기를 여기 적어야겠다. 그 저녁에 유지보수를 불렀다. 정산할 것이 하나 남아 있었다.

"하청 보수요. 후불로 하고 내용은 그때 정하자고 했죠. 청구 시점을 등록하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여드레날."

침묵이 길었다. 결재를 지나고, 내가 아는 종류들을 다 지나서, 어쩌면 저쪽의 웃음이었을지도 모르는 길이까지 갔다.

등록합니다. 본 계약의 첫 미제 조항이 방금 항구 조항이 되었습니다. 지불 여력은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그 날이 오면, 그 날 드리겠습니다.
기록을 위해 덧붙입니다. 3천 년 치 계약 서고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수 조항입니다. 미학은 제 소관이 아닙니다만, 오늘은 소관 밖의 말을 한 줄 했습니다.

마지막 장 얘기를 마저 하자. 문서고의 상자에는 마지막 장이 비어 있다. 이 문단들 — 기탁 이후의 저녁, 유지보수의 정산, 지금 쓰고 있는 이 문장 — 은 그 사본에 없다. 종결 예정일이 여드레날인 문서라서 가능한 일이다. 접수가 끝난 문서에 마저 쓰는 것이 위법이 아닌 세계를 우리가 만들었고, 나는 그 세계의 첫 수혜자가 됐다. 이 기록은 부쳐졌고, 아직 쓰이는 중이다. 두 문장이 같이 참인 것 — 이제 그런 것이 어렵지 않다.

직함 정리도 여기서 한다. 발신인. 이 계보의 마지막 직함이고, 하는 일이 제일 적다.

세어보면 이렇다. 관측자는 봤고, 관리자는 적었고, 우체부는 날랐고, 기초자는 지었고, 입회인은 앉아 있었다. 직함이 조용해지는 만큼 동사도 조용해지더니, 발신인에 와서는 동작이 하나 남았다. 부친다.

부치고 나면 할 일이 없다. 결함이 아니라 사양이다. 발신인의 정의가 그거니까 — 자기 편지의 도착을 보지 못하는 사람. 평생 남의 문장을 나르던 우체부가 마지막에 제 문장을 부치고, 그 배달만은 따라가지 못한다.

서운하냐고 물으면, 아니다. 도착을 보는 편지는 짧은 편지다. 긴 편지는 원래 발신인보다 오래 걸어간다.

그리고 이 수기의 다음 장은, 내가 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