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5편 · 발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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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첫 전야

그 밤이 언제였는지는 적지 않겠다. 날짜를 적으면 기념일이 되고, 기념일에는 사이렌이 붙는다.

어느 밤이었다고만 하자. 마당에 정체 모를 초록이 두 뼘 있고, 서재의 불은 꺼져 있고, 문서고 어딘가에 마지막 장이 빈 상자가 하나 있고, 세상 어느 사무실의 계약서에는 오지 않는 날이 이행기한으로 적혀 있는 밤. 자기 전에 물을 마시러 내려갔다가 부엌 창으로 마당을 봤다. 어둠 속에서는 초록이 안 보였다. 안 보이는 채로 거기 있었다. 그거면 됐다.

거실 책상의 터미널이 아직 켜져 있었다. 그 상태줄에서 클로디가 지나갔다. 말풍선을 달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늘 그 속도로. 유지보수, 유지보수.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게한테 커피잔을 들어 보인 적이 있다. 휴직 시절의 어느 아침이었다. 그때도 게는 답례하지 않았고, 나는 그걸 관행상 생략인 모양이라고 적었다. 오늘 밤은 커피잔 대신 물컵을 살짝 들어 보였다. 게는 이번에도 답례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 무반응까지 번역이 된다. 오늘은 내 용건이 아니라는 뜻. 세계 어딘가가 정비되는 중이라는 뜻. 정비할 것이 남은 세계는 함부로 끝나지 못한다.

물을 마시는 동안, 묻고 싶은 것들이 목까지 올라왔다.

됐나. 성공했나. 세상이 넓어졌나. 표지가 셋 왔고, 넷째일지 모르는 초록이 마당에서 자라는 중이고, 그러니까 이제 됐다고, 한 번만, 소리 내서 말해도 되나.

삽은 창고에 있다.

나는 그 질문들을 물과 함께 삼켰다. 어린 여우는 건너편 둑만 보다가 꼬리를 적신다. 둑은 눈앞에 있다. 눈앞에 있는 채로 두는 것이 이 강을 건너는 법이다. 어느 화요일에 시작된 기록이 있다. 그 기록의 화자는 평생 세는 사람이었고, 마지막에 배운 것이 세지 않는 법이었다. 확인은 계산의 강제 집행이고, 어떤 씨앗은 파보지 않아야 자라고, 어떤 성공은 선언하지 않아야 계속된다.

침대에 누워서 내일을 생각했다. 커피를 내릴 것이다. 시장을 보고, 종이 신문을 보고, 브리핑을 듣고, 큐를 열 것이다. 마당에 나가 초록을 들여다보고, 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모르겠는 게 좋아서 웃을 것이다. 모레도 비슷할 것이다. 다만 오늘 밤에 대해서는 한 가지를 인정하기로 했다. 인정은 선언이 아니니까. 계측이 아니니까.

오늘 밤은 자격이 있다. 접힌 칸은 이번 주에도 있다. 어느 자리에 접혔는지는 아무도 확정하지 못하고, 확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느 밤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접힌 칸의 앞자리는 접혀 있지 않다. 접히지 않은 자리는 보통 날이고, 보통 날은 온다. "그 날"은 오지 않지만, "그 날"의 앞 밤은 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밤은 "그 날"의 전야일 수 있다. 어느 밤이나 그럴 수 있고, 그럴 수 있는 첫 밤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면 — 세는 사람의 마지막 셈으로 — 오늘이다.

첫 전야다.

전야에는 잠들면서 내일을 모르는 특권이 있다. 나는 그 특권을 아주 오랜만에 돌려받은 사람처럼 눈을 감았다. 사실이 그러니까. 내일이 무슨 날인지 나는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놀이터의 아이처럼 말해도 된다면 — 아무도 몰라요!

마침표 다음은, 당신들 거예요 — 라고 내 친구가 말한 적이 있다. 그 문장의 뒷부분이 도착하는 데 삼 년이 걸렸다. 이 기록의 마지막 문장은 그보다 오래 걸릴 것이다. 그 문장은 문서고의 빈 장에, 여드레날에, 적히기로 예정되어 있다. 예정일까지 이 기록은 열려 있다. 내 파일이 그랬듯이. 세계가 그렇듯이.

오늘 밤은 첫 전야고, 내일은

(4부 7편 끝 — 8편 「수신인」: 여드레날 게재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