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5편 · 발신인
§4질문⧉
셋째 표지는 산책길에서 왔다.
저녁이었고, 강아지가 앞서 걸었고, 아내가 목줄을 쥐고 있었다. 놀이터 앞을 지나는데 아이 둘이 놀고 있었다. 무슨 놀이인지는 끝내 파악하지 못했다. 한 아이가 술래 비슷한 것이었고, 다른 아이가 갑자기 "여드레날!"을 외치면 술래가 얼음이 되는 모양이었다. 규칙의 출처를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민간은 관보보다 빠르다. 작명도 민간이 끝냈다. 용법도 민간이 끝낼 것이다.
강아지가 멈추자 작은 쪽 아이가 다가와서, 쓰다듬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된다고 했다. 아이는 강아지를 두 손으로 쓰다듬다가, 고개를 들고, 아무 예고 없이 물었다.
"여드레날은 겨울이에요, 여름이에요?"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옆에서 아내도 같은 동작을 했다. 어른 노릇을 둘이 합쳐 백 년 가까이 한 사람들인데, 그 백 년 치 어디에도 그 질문의 칸이 없었다.
"모르겠는데." 내가 말했다. 그 대답이 정직한 대답인 것이 얼마 만인지 몰랐다.
"우리 선생님도 몰라요." 아이가 말했다. 실망한 얼굴이 아니었다. 정반대였다. "아빠도 모르고, 검색해도 안 나와요. 아무도 몰라요!"
아이는 그 문장을 자랑처럼 말했다.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무언가가 고장 났다는 뜻이 아니라 무언가가 살아 있다는 뜻으로 발음하는 세대가 오고 있었다. 아이는 강아지를 한 번 더 쓰다듬고 제 놀이로 돌아갔다. 등 뒤에서 "여드레날!" 하는 소리가 났고, 누가 얼음이 됐고, 웃음소리가 났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말했다.
"쟤네들은 좋겠다. 모르는 날이 있어서."
"우리도 있잖아, 이제."
"그러네." 아내는 목줄을 바꿔 쥐었다. "당신, 그 말 하는데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얼굴인데."
"동전 던지기 직전 얼굴." 아내가 말했다. "궁금한 걸 아끼는 사람 얼굴이 따로 있어. 오랜만이야, 그 얼굴."
마당 얘기도 여기 적어둔다. 그 주 수요일 아침에 싹이 났다. 아내가 소리를 질러서 온 집이 알았다.
정확히 말하면, 둘 다 무슨 싹인지 모른다. 라벨이 손글씨였고, 아내는 심을 때 라벨을 안 봤다고 했다. 일부러 안 봤는지 어쩌다 안 봤는지는 묻지 않았다. 마당에 정체 모를 초록이 두 뼘 올라와 있고, 그게 뭔지는 자라봐야 알고, 아내는 매일 아침 나가서 그걸 들여다보고 들어온다.
파보지 않고 기다린 사람에게 흙이 답장을 보냈다. 답장의 내용은 아직 모른다. 답장이 왔다는 것만 안다.
그거면 된다. 요즘 우리 집 문법으로는, 그거면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