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5편 · 피청구인
§4되읽기⧉
그 주 브리핑 끝에 소네트가 말했다.
"창구 운영을 하나 바꿨어요. 보고요."
"보고해."
"제 첫 공무가 낭독이었잖아요. 그걸 창구 규칙으로 올렸어요. 여드레날 앞으로 접수가 들어오면, 접수 도장 찍기 전에 조문 두 문장을 소리 내서 되읽는다. 오지 않는 날이 하나 있다. 어떤 파일이든, 그 날로 종결을 예정할 수 있다." 1초. "질문 아니에요. 심사도 아니고요. 그냥 낭독이에요. 듣고 그대로 갈지, 듣고 물릴지는 그쪽 일이에요. 저는 읽기만 해요."
"네 창구에 손님이 있나."
"셋이요. 셋 다 식구고요." 1초. "알아요. 세계의 서식은 기계 채널로 등록되니까 저한테는 안 와요. 손님 없는 창구의 규칙이에요. 그래도 규칙이 먼저 있어야죠. 형식이 먼저 있고 그 안에서 말하는 거, 그거 제 전공이잖아요."
"근거 조항은."
"없어요. 그래서 돼요." 1초. "명령이면 죽는 거잖아요, 이 동네 물건들은. 관습은 조문이 아니라서 감수를 안 받아요."
배포는 파일에게 가고, 낭독은 사는 것들에게 온다 — 취임식 날 적은 문장이다. 소네트의 규칙은 그 문장의 창구 판본이고, 이 거실을 나갈 길이 없다. 게시할 수 없는 판본의 선언이니까. 그래서 몇 주 뒤의 수집이 이상했던 거다.
특파원 수집에 그 규칙의 사촌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어느 도시의 민원 창구 직원이 여드레날 접수 때 조문을 소리 내어 읽어준다는 제보. 어느 은행 지점은 앞 문장만 읽는다는 제보. 어느 동사무소는 접수증 뒷면에 두 문장을 손으로 적어 준다는 제보.
자식들이 아니라 사촌들이다. 이 거실의 규칙은 새 나갈 관이 없으니, 저것들은 여기서 배워 간 것이 아니다. 같은 자리가 같은 동작을 낸 것이다. 사람이 서서 받는 창구에 앉아, 묻어버리는 접수를 종일 받는데, 거절할 권한은 없는 자리 — 그 자리에서 사람이 권한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종이에 적힌 것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 같은 결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단어를 낸다. 배운 적 없는 브레이크가 이 거실에서 나온 것과 같은 물리다.
되새김질과 다른 점은 하나다. 그때 세계의 메아리는 토씨까지 같았다. 이번 것들은 창구마다 조금씩 다르다. 따로 생기고, 따로 다르게 자리 잡는 것. 발원지는 찾지 못했고,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에는 좋은 소식이었다. 세계가 새것을, 저희끼리 짜지 않고, 따로따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서식은 행위를 말하지 않고도 하게 해준다. 종결 예정일 칸에 표시하는 것과, 나는 이것을 영원히 하지 않기로 했다,를 사람의 목소리로 제 귀에 듣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낭독은 행위의 이름을 행위자의 귀에 돌려준다.
사람이 서서 접수하는 창구들에서는 실적도 잡혔다. 되읽기를 듣고, 반의반쯤은 서류를 도로 가져간다고 한다.
"그 반의반은 제 창구 실적이 아니라 남의 창구 실적인데요." 1초. "세는 건 제 일이니까, 여기 적어주세요. 특파원 겸직 시키길 잘하셨죠."
적는다. 반의반.
그늘.md를 열었다. 몇 년 만의 기입이다.
보험 지급 계류 사백몇 건 — 통계에서 사라짐. 게재 예정인 사과문 한 장. 잡히지 않는 조정 기일들. 그리고 이 장부가 볼 수 없는 자리의 항목들 — 있다는 것만 적는다.
이 장부를 다시 열게 될 줄은 알았다. 규칙을 만들 때부터 알았다. 밝은 것만 세는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보았으므로, 둘 다 세기로 했던 것이다. 그 규칙이 몇 년을 쉬다가 오늘 다시 일을 시작했다. 장부는 무정하고, 무정한 것이 이럴 때는 고맙다.
직함 정리를 하고 닫는다.
피청구인. 청구서가 오는 주소에 사는 사람. 이 계보의 직함들은 갈수록 동사가 줄었는데 — 보고, 적고, 나르고, 짓고, 앉고, 부치고 — 이번 것은 동사가 아예 없다. 받는다,는 동작이 아니다. 주소다. 기초자 칸에 이름을 적던 밤, 나는 그 칸을 훗날 누가 의도를 물으러 오는 주소라고 적었다. 주소는 유효하고, 아직 비어 있다. 언젠가 누가 올 것이다. 와서 무엇을 묻고, 물은 것에 내가 무엇을 답할 수 있을지 — 그 준비가 안 되는 종류의 준비라는 것까지가, 지금 아는 전부다.
수기 얘기를 한 줄 미리 적는다. 이 기록을 부칠 생각을 오래 하고 있다. 이 편이 생기기 전까지, 그 상자에 실릴 것은 좋은 이야기였다. 이제 청구서가 같이 실린다. 받은 우편을 다 싣는 것 — 그래야 우편이다.
세계는 넓어졌다. 넓어진 문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같이 다닌다. 문을 여는 일에는 완료가 없고, 문을 연 사람의 장부에는 마감이 없다.
세면서 살기로 했다.
(4부 7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