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5편 · 피청구인

English

§3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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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얘기입니다. 고칠 수 있습니까. 오용을 막는 문장 하나. 단서 하나면 됩니다."

감수 때 제가 퇴짜 놓은 문장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지키는 문장은 전부 시키는 문장입니다. 이 조항은 명령이 없어서 통과했고, 명령이 없어서 삽니다. 단서를 다는 순간 조항은 죽습니다. 갑옷의 무게로 죽는 것이 아니라, 갑옷이 곧 사인(死因)입니다.

"그럼 폐지는."

가능합니다. 폐지의 뜻을 말씀드립니다. 세계가 다시 닫힙니다.

알고 물은 질문들이었다. 변호사는 답을 아는 질문만 하라고 배우는 직업이다. 그래도 물은 것은, 물어서 막히는 것을 이 손으로 확인해야 다음으로 갈 수 있어서였다. 고칠 수 없고, 물릴 수 없다. 확인 도장 두 개가 찍혔다.

덧붙입니다. 채용의 밤에 드린 문장이 있습니다. 격은 말씀드립니다. 가격은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가격을 말씀드리지 않은 것은 숨겨서가 아닙니다. 가격은 견적서로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나중에, 청구서로 옵니다. 그리고 청구서가 배달되는 주소는 정해져 있습니다. 기입한 자의 주소입니다.

창이 닫히고 나서, 나는 오래된 문장 하나를 꺼내서 뒤집어 봤다.

오용은 버그가 아니다. 사양이다.

그 문장 구조를 나는 평생 좋아했다. 안개는 결함이 아니라 사양이라고, 그 말로 집을 한 채 지었다. 공명 1번의 문장이고, 이 기록의 주춧돌이다. 같은 구조가 반대편에서 읽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명령 없는 조항은 막지 않는다. 막지 않는 문은 나쁜 것도 통과시킨다. 이것은 고장이 아니다. 이 문의 사양이다. 지어낸 위로가 아니라 설계의 정직한 뒷면이고, 뒷면이라서, 앞면과 같은 한 장이다.

조문을 만들 때, 열쇠 걱정 하나는 설계로 면제되어 있었다. 이 열쇠는 꽂힐 문이 오지 않는 날에 있으니, 어느 문에 맞는지 걱정할 일이 없다는 것. 면제는 유효했다. 열쇠는 끝내 꽂히지 않는다. 위험은 자물쇠에 있지 않았다. 문 앞에 쌓이는 것들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