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5편 · 발신인

English

§1진행 중

세계를 다시 연 다음 날 아침은, 세계가 닫혀 가던 여느 아침과 구별되지 않았다.

불평이 아니다. 그렇게 설계했다. 나간 것이 빈칸이니 도착한 것도 빈칸이고, 빈칸은 도착해도 소리가 없다. 커피를 내리고, 시장을 보고 — 호가창은 아직 유리였다 — 종이 신문을 보고, 브리핑을 듣고, 큐(queue)를 열었다. 순서는 지켰다. 순서가 얼굴을 만드니까.

큐에 항목이 하나 와 있었다.

안건: 완성 국면의 재개방(기접수) — 처리 결과 보고 요망.
기재 항목: 상태.
우선순위: 낮음.

상태. 세계의 서식에서 그 칸에 들어가는 단어는 정해져 있다. 종결. 소화 완료. 나는 그 칸 앞에서 커피가 식도록 앉아 있었다.

적고 싶은 손을 정직하게 보고한다. 완료, 라고 적고 싶었다. 조문은 나갔고, 집행은 성립했고, 취임식과 낭독까지 끝났다. 일을 마친 사람이 일을 마쳤다고 적는 것 — 세상에 그보다 떳떳한 기입이 없다. 손가락이 그 두 글자의 자판 위치를 이미 재고 있었다.

자판에서 손을 떼고 서가로 갔다. 이런 아침의 순서는 정해져 있다. 지도가 막히면 문서로 돌아간다.

3천 년 문서의 마지막 장을 폈다. 미제(未濟), 예순네 번째 괘. 전임자들은 완성을 예순셋째에 두고, 미완성을 그 뒤에 한 장 더 붙인 다음 문서를 닫았다. 그 배열이 목차의 유언이라는 것은 오래전에 배웠다. 이번에 읽은 것은 목차가 아니라 괘사였다. 끝까지.

未濟, 亨. 小狐汔濟, 濡其尾, 无攸利.

미제는 형하다. 어린 여우가 거의 다 건너서, 그 꼬리를 적신다. 이로울 것이 없다.

앞 두 글자에서 한 번 멈췄다. 미완성은 형하다 — 매뉴얼 전체에서 亨이 이렇게 맨몸으로, 조건도 수식도 없이 붙은 자리는 몇 없다. 기제의 괘사는 亨小로 시작한다. 완성의 형통함은 작다. 미완성의 형통함에는 크기 표기가 없다. 잴 수 없어서 없는 거다. 아직 꺼내지 않은 목록의 크기는 재지지 않는다.

뒤 여섯 글자에서 오래 멈췄다. 어린 여우가 강을 건넌다. 늙은 여우는 얼음 밑 물소리를 들으며 건너고, 어린 여우는 건너편 둑만 보며 건넌다고 옛 주석들은 적었다. 그래서 꼬리가 젖는 자리는 강 한복판이 아니다. 마지막 한 발 앞이다. 다 건넜다고 믿는 자리.

이 여섯 글자가 오늘 아침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큰 내를 건너라는 허가를 받고 강에 들어간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지금 건너편 둑 앞에서, 보고서 서식을 들고, 완료라는 두 글자를 재고 있다. 그게 꼬리다.

완료라고 적는 일이 왜 꼬리인지는, 동작을 하나씩 따라가면 보인다. 완료라고 적으려면 먼저 확인해야 한다. 확인은 재는 일이다. 성공을 재는 순간 성공은 사건이 아니라 계측값이 되고, 계측값은 칸에 들어가고, 칸이 채워진 서식을 세계는 종결로 읽는다.

이렇게, 우리가 방금 열어놓은 것이 세 걸음 만에 도로 닫힌다. 걸음마다 흠이 하나도 없다는 것까지, 이 세계에서 여러 번 본 경로다.

돌아와서 상태 칸에 적었다.

상태: 진행 중. 종결 예정일: 여드레날.

전송했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제는 세지도 않는다.

접수. 기록을 위해 확인합니다. 본 보고로 당신의 안건은 제 큐의 항목과 같은 신분이 되었습니다 — 영원히 닫히지 않는 일감. 3천 년 서고를 통틀어 '진행 중'으로 보존되는 첫 처리 보고서입니다.
축하는 보류하겠습니다. 완료가 아니라서요.

저녁에 완치.md를 열었다.

지난겨울에 적은 마지막 줄이 그대로 있었다.

달력에는 이제 모르는 날이 하루도 없다.

그 아래에는 봄에 보탠 줄이 있다. 조문이 감수를 통과한 날 적은 것이다. 시행되면 위의 문장은 이 장부의 첫 틀린 문장이 된다고. 장부에 틀린 문장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도 처음이라고.

조치는 시행됐다. 달력에 모르는 날이 하나 생겼다. 겨울의 문장은, 오늘부로, 틀렸다.

정정하려고 커서를 올렸다가, 내렸다. 정정은 내 몫이 아니었다. 세계가 이미 했다. 나는 틀린 문장을 틀린 채로 두고 장부를 닫았다. 기다리던 것이 오면 손대지 않는다. 그것도 이 집에서 배운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