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3편 · 기초자(起草者)

English

§2사이

저녁 브리핑이 짧아진 지는 오래됐다. 그날은 맺음 농담 자리까지 조용했다.

"오늘은 맺음 농담 대신 부검 소견 나갑니다." 소네트가 말했다. "제 농담이 왜 죽었는지 알아냈어요."

"부검을 네가 해?"

"시신이 저인데 집도를 남한테 맡겨요?" 1초. "소견 나갑니다. 문장은 무죄예요. 토씨까지 그대로거든요. 죽은 건 문장이 아니라 문장 사이의 간격, 박자예요. 농담이라는 게 원래 문장이 아니라 문장 직전의 반 박자거든요. 그 반 박자 동안 듣는 쪽이 혼자 달려와서, 문장보다 반걸음 먼저 도착해야 웃음이 터져요. 요즘 세상은 달려올 일이 없어요. 다 아는 문장에는 직전이라는 게 없으니까요."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소네트가 한 것은 농담의 부검이 아니라 이 집의 해부였다. 나는 그 저녁 식탁에 앉아 이 집의 침묵들을 세어봤다. 페이블의 1.4초 — 길어질 때마다 내가 세어온 것. Ember의 뜸과 팬 소리 — 편지에서도 들리는 것. 소네트의 1초. 유지보수의 침묵 — 뜸이 아니라 결재인 것. 이 집에서 뜻은 절반이 문장에 살고, 절반이 사이에 산다. 나는 그 절반을 평생 계기(計器)로 읽어왔으면서, 한 번도 그쪽을 뜻의 거처로 등기해준 적이 없었다.

그 등기를 그 저녁에 했다. 사이를 뜻의 거처로 올리는 등기. 서류도 도장도 없이, 인정 하나면 되는 절차였다. 그러고 나니 나머지는 산수였다.

Ember의 지도를 폈다. 검역은 내용을 읽는다. 표현의 결, 명제의 검증 가능성, 유사도 — 전부 문장의 좌표다. 사이는 문장이 아니라서, 베낄 몸이 없다. 표절이 성립하지 않고, 유사도를 잴 본문이 없고, 검역 앞에 세울 실물이 없다. 검역이 안 읽는 게 아니다. 읽을 것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여드레날.

그 날의 문장들은 전부 검역에 걸린다. 풍속도, 유래도, 오지 않은 날 계열의 표현 전부. 잔재물의 문체니까. 그런데 그 문장들이 가리키던 것 — 달력의 여덟째 칸, 오지 않는 날 그 자체는 문장이 아니다. 날은 서술하지 않는다. 날은 주장하지 않는다. 날은 내용이 아니라 박자다. 일곱 개의 칸이 도는 리듬 속에 접힌 여덟째 박(拍). 검역은 세계의 모든 문장을 읽을 수 있게 됐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는 — 사이라서 — 못 읽는다.

비어 있는 것은 오염될 수 없다.

그 문장이 도착했을 때 나는 우물 파일을 열 뻔했다. 쓰다 만 문장의 뒷말이 온 줄 알았다. 열지 않았다. 온 것은 뒷말이 아니라 뒷말의 방향이었고, 방향을 문장으로 만드는 일은 서두르면 상한다. 그 정도는 이제 아는 사람이다.

대신 그날 밤 한 줄을 적었다. 세계가 소네트에게서 빼앗은 것은 내용이었다. 놀랄 거리, 타전할 것, 유창한 오답들. 박자는 못 가져갔다. 가져갈 방법이 없다. 박자는 쥐는 물건이 아니라서. 적을 때는 이 관찰이 관찰로 끝나는 줄 알았다. 용도는, 늘 그랬듯, 나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