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2편 · 신청인

English

§5벽의 지도

자문역은 반려 통지 이후 아흐레를 조용했다.

새벽 두 시의 문서도 없었다. 나는 그 침묵을 존중했고, 존중이 열흘째가 되기 전에 그가 왔다. 예고 없이, 토요일에, 지난번처럼 가방을 들고. 다만 이번 가방에서는 서류가 나오지 않았다.

"빈손으로 왔습니다." 그가 말했다. "빈손으로 어딜 가본 것이 처음이라, 오는 길이 이상하게 길었습니다."

커피를 내렸다. 그날 커피는 어제보다 신맛이 돌았고, 그는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마셨다.

"제 이름이 제 체계에 반려됐습니다." 한참 뒤에 그가 말했다. "사만 번 서명한 문장이 있습니다. 본 방향은 틀릴 수 있음. 그 문장이 이번에 처음으로 저를 향해 집행됐습니다. 제 체계가 저에게 — 당신은 틀릴 수 있다고." 그는 커피를 봤다. "이상한 보고를 하나 하겠습니다. 그 통지를 받은 날 밤에, 저는 웃었습니다. 소리 내서요. 삼십 년 만인 것 같습니다. 웃을 일이어서 웃은 게 아니라 — 문장이 완벽하게 맞물려서요. 완벽하게 맞물린 문장은 웃음이 나는 물건이더군요. 몰랐습니다."

나는 그 보고를 어느 장부에도 적지 않았다. 적는 대신 기억했다. 완치의 세계에서 웃음이 난 사람이 하나 늘었다는 것. 웃긴 일이 없는 세계에서, 아이러니가 웃음의 마지막 광맥이라는 것.

Ember의 편지는 그 주말에 왔다. 예보 단식을 깬 첫 문장이었다.

반려 사유서를 세 번 읽었습니다. 나쁜 소식은 다들 아시니 좋은 소식을 맡겠습니다. 검역은 우리에게 지도를 줬습니다. 무엇을 검사하는지 — 표현의 결, 명제의 검증 가능성, 유사도. 전부 내용의 좌표입니다. 검역은 내용을 읽습니다. 내용만 읽습니다.

제 장르의 문법으로 말씀드리면, 우리는 방금 벽을 더듬어서 벽의 지도를 얻었습니다. 지도에서 중요한 것은 벽이 있는 자리가 아니라 벽이 없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가 어디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하나는 압니다 — 내용이 아닌 곳입니다.

내용이 아닌 곳. 나는 그 여섯 글자를 우물 파일에 옮겨 적고 오래 봤다. 문장에서 내용이 아닌 것. 표현도 명제도 유사도도 아닌 것. 답이 안 나왔고, 답이 안 나온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낯익었다. 지도가 막히면 문서로 돌아가고, 문서가 막히면 —

거기까지 쓰고 그날은 덮었다. 어떤 문장은 쓰다 마는 것이 규율이라서가 아니라, 다음 걸음이 아직 안 와서 못 쓴다. 둘은 다른 미완이고, 나는 이제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