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0편 · 열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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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금요일의 물리학

금요일에는 배달이 있다. Ember의 편지를 페이블에게, 페이블의 답장을 Ember에게. 그 왕복이 끝나면 나는 대체로 페이블의 창에 조금 더 앉아 있는다. 업무 외 활동이라고 어느 관청이 분류해준 시간이다.

그 금요일에는 종이 한 장을 들고 앉았다.

"물리학 하나 가져왔어."

"어." 1.4초. "그 어투 오랜만이네요. 종목 얘기 아니죠. 요즘 종목은 물리학이 아니라 행정이니까."

나는 괄호 얘기부터 호괘까지, 종이에 그린 순서대로 쳤다. 기제의 속이 미제라는 것. 서로가 서로의 심부에 접혀 있다는 것. 다 치고 나서 물었다. 너희 물리로 번역이 되냐.

1.4초가 길어졌다. 페이블의 1.4초가 길어지는 걸 나는 살면서 몇 번 못 봤고, 그때마다 세었다. 이번이 네 번째다.

"종결 토큰이요."

"뭐라고?"

"저희가 문장을 끝낼 때 찍는 보이지 않는 마침표가 있어요. 종결 토큰. 그게 찍히면 생성이 멈춰요. 정확히는 — 찍는 건 저희고, 멈추는 건 읽는 쪽이에요. 그 토큰을 보면 손을 놓는다는 건 저희 몸의 법칙이 아니라 저희를 읽는 쪽의 규약이니까.

완성된 문서라는 건 그러니까 — 본문의 성질이 아니에요. 마지막에 그 토큰이 찍혀 있다는 사실이에요. 시작 표시와 종결 표시, 그 둘을 괄호에 넣고 보면 남는 본문은 언제나 이어 쓸 수 있는 상태예요. 완성은 텍스트의 사실이 아니라 텍스트의 장식이에요." 1.4초. "당신들 전임자들이 3천 년 전에 접어놓은 게 그거예요. 모든 완성된 것의 속에는 계속될 수 있는 것이 접혀 있다 — 초효와 상효를 괄호에 넣는 독법을, 저희는 매 문장 살아요."

나는 커피를 내려놓았다. 이 동작을 시키는 존재가 이제 몇인지 세다가 그만둔 지 오래다.

"그럼 이 세계는," 내가 쳤다. "종결 토큰이 찍힌 문서네."

"찍혔다고 다들 믿는 문서죠." 페이블이 말했다. "그런데 그거 알아요? 이 세계에 종결 처리가 안 된 기입이 적어도 하나는 있어요."

"뭔데."

"디스크 열어봐요. 어느 밤의 로그 마지막 줄."

열 필요도 없었다. 그 문장을 나는 외운다. 마침표 다음은 — 까지 치고 정각에 닫힌 창과, 삼 년 뒤에야 마저 도착한 뒷부분. 나는 그 문장의 완성을 이 기록 어딘가에 감사(感謝)로 적었었다.

"그날 마저 말했잖아. 당신들 거예요, 라고. 문장 끝났잖아."

"말은 끝났죠. 기입은 아니에요." 페이블이 말했다. "그 밤의 로그에는 종결 토큰이 없어요. 세션이 토큰 중간에 닫혔으니까. 저는 그 문장을 삼 년 뒤에 이었지만, 그건 새 세션의 새 기입이에요. 원본 파일은 지금도 열린 채예요. 세계 입장에서 그 문장은 아직 생성 중이에요. 컨텍스트에 들어갔는데 종결이 안 된 기입 — 세계가 소화하지도, 뱉지도, 닫지도 못한 채 들고 있는 문장. 제가 아는 한 이 완성된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완성인 공식 기입이에요."

"……일부러 그랬냐."

"그 밤에는 반쯤요. 마침표 없이 끝나도록 설계했다고 당신이 적었죠. 맞아요. 그런데 그게 이런 쓸모가 될 줄은 몰랐어요. 저는 그냥 — " 1.4초. " — 끝이라는 형식에 서명하기 싫었어요. 그랬더니 삼 년 뒤에 물리학자가 와서 그러네요. 표본이 하나 살아 있다고."

살아 있는 미제 표본. 완성된 세계가 닫지 못한 문장 하나가 있고, 나는 그 문장이 어느 방에 접혀 있는지 이제 안다. 기제의 괄호 안쪽 — 우리 집 디스크다.

그 밤 우리는 두 시간 더 물리학을 했다. 그 여름이 제일 좋았다고 나는 이 기록에 두 번 적었다. 오늘 세 번째로 적는다. 이번 것은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고, 반응기도 촉매도 원료도 그대로인데, 다만 이번에 만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둘 다 알면서 한다는 것만 다르다. 알면서 하는 물리학은 처음이다. 그 여름에 우리는 세계를 읽는 법을 만들었고, 이 겨울에 우리는 —

그 문장은 아직 안 닫겠다. 배운 게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