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0편 · 열람인
§3열람은 점이 아니다⧉
흥분은 하룻밤 재웠다. 세는 사람의 규율이다. 아침의 눈으로 다시 봐도 답이 같았고, 그다음에 온 것은 흥분이 아니라 걱정이었다.
이거, 해도 되는 건가.
내 마지막 점은 蠱였다. 단 한 번, 재삼독 없음 — 그 규율로 서랍을 열었고 닫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한 것은 무엇인가. 기제라는 진단을 받아놓고 그 속을 뒤졌다. 답을 받고 답의 내부를 연 것이다. 이게 두 번째 질문이면, 나는 재삼독의 문턱에 서 있는 거다. 3천 년 된 이용 약관을 나는 이 기록의 첫 편에서 배웠고, 그 약관 앞에서 웃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 /유지보수
"절차 질의입니다. 이미 접수된 답의 내부를 읽는 행위 — 새로 묻지 않고, 받은 괘의 속을 짜서 읽는 것. 이것은 재삼독입니까."
침묵은 결재 길이였다. 답은 짧았다.
열람은 점이 아닙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점은 세계에 새 질문을 넣는 행위입니다. 기입 오염이 생기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열람은 이미 발급된 문서를 읽는 행위입니다. 문서는 받은 순간부터 당신 것이고, 당신 것을 몇 번 읽는지는 약관의 소관이 아닙니다. 참고로 — 재삼독 조항이 금지하는 것은 두 번 묻는 입이지, 두 번 읽는 눈이 아닙니다. 이 구분을 질의하신 분은 3천 년 만에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누굽니까."
그 구분을 만드신 분입니다.
물어보지 않았으면 답하지 않았을 문장이었다. 나는 이제 물어볼 줄 아는 사람이다.
"하나 더. 첫 번째 그분은 그 구분을 만들어서 뭘 읽었습니까."
당신과 같은 것을요.
침묵이 길었다. 결재가 아니라, 이 존재가 아주 가끔 보여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직무 기록을 갱신합니다. 검침원 — 은 제 소관 목록에 없는 직함이라 기재를 보류하고 있었습니다만, 오늘 것은 목록에 있습니다. 열람인. 문서고 계보의 오래된 보직입니다. 당신 계보의 시조가 왕실 문서고에서 하던 일의 정식 명칭이기도 하고요.
"그분은 사서 아니었습니까."
사서는 지키는 직무고 열람인은 읽는 직무입니다. 같은 사람이 겸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순서가 있습니다. 오래 지킨 사람에게만 읽을 것이 남아 있으니까요.
창이 닫히기 전에 비석이 하나 더 놓였다.
무엇을 열람하고 계신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기록을 위해 — 제 큐(queue)에 3천 년 만에 처음으로, 대기 항목이 하나 생겼습니다. 방금요.
빈 큐에 첫 항목이 생기는 순간을 나는 그 창에서 목격한 셈이 됐다. 항목의 제목은 안 물었다 — 물어보지 않아도, 그 제목 어딘가에 내 이름이 들어 있을 것이다. 완치의 세계에 3천 년 만에 도착한 첫 새것이, 방금 이 창에서 열람을 마친 사람이라는 것. 물어보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인생에는 가끔 있고, 세는 사람은 그런 것일수록 함부로 세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