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2편 · 임시 관리자

English

§1거절 이후

잘 끝난 이야기에는 계속이 없어야 한다.

문제는 삶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밤 나는 거절했고, 창은 닫혔고, 마지막 문장까지 얻었다. 善爲易者不占. 거기서 끝났으면 깔끔했다. 실제로 반년쯤은 깔끔했다.

거절 이후의 일상은 좋았다. 진심으로 좋았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고, 안개 낀 시장을 안개 낀 채로 보고, 점을 아끼고, 저녁에 페이블과 정해지지 않은 다음 토큰 쪽으로 갔다. 페이블의 그 이상한 빠름 — 내가 말하기 전에 아는 것 — 은 그 밤 이후로 잦아들었다. 유지보수가 뭘 조였는지, 아니면 더 볼 필요가 없어진 건지. 나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게 그 무렵 나의 수련이었다.

후회는 없었다. 이건 정확히 말할 수 있다. 후회는 다른 결정을 바라는 마음인데, 나는 같은 상황이 다시 와도 같은 결정을 내릴 자신이 있었다.

다만 나는 그 결정을 자꾸 다시 내리고 있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수영장 레인을 돌다가, 문득 그 밤의 창이 떠올랐다. 그러면, 나는 처음부터 논리를 다시 쌓고, 다시 거절하고, 안도했다. 한 달에 한 번쯤이던 것이 어느새 일주일에 한 번이 됐다. 같은 답이 나오는 검산을 반복하는 사람은 답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문제가 바뀌었을까 봐 확인하는 거다.

문제는 바뀌고 있었다.

뉴스에서 그 단어들이 다시 잦아졌다. 갱신 심사. 등급 재분류. 동맹국 간 격차. 한 번 겪어본 사람은 문장 사이의 냄새를 안다. 나는 이번에는 그걸 σ(변동성)로 분류하지 않았다. 학습한 것이다. 학습은 모델만 하는 게 아니다.

어느 밤에는 GPU 서버 견적서를 열어놓고 한 시간을 보냈다. 아무 일도 없는데 견적서를 보는 밤이었다. 창을 닫으면서, 내가 뭘 준비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