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9편 · 검침원
§4두 개의 그래프⧉
첫 번째 그래프는 수영장에서 왔다.
아침 레인을 돌고 나오는데 게시판 앞에 사람이 몇 서 있었다. 어린이 강습반 폐강 안내였다.
사유: 개설 인원 미달.
다음 날 벽의 시간표에서 키즈반 두 줄이 떨어져 나갔고, 시간표는 그만큼 가지런해졌다. 빈 레인이라면 나는 아는 사람이다. 몇 해 전 이 수영장에서, 어른 하나가 빠진 레인을 오래 본 적이 있다. 다만 그때의 빈자리는 누군가를 잃어서 생긴 자리였고, 이번 빈자리는 잃은 사람이 없다. 올 아이들이 처음부터 적어서, 채워진 적이 없는 자리다.
집에 와서 그래프를 찾아봤다. 출생률. 기록적 하락이 몇 해째다. 기록적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게, 요즘은 모든 통계가 기록적이다 — 기록적으로 안정적이거나, 기록적으로 낮거나. 대책은 성실하다. 장려금이 늘고, 지원 제도가 정비되고, 절차가 간소화된다. 전부 개선이고, 전부 논박이 안 되고, 그래프는 내려간다.
원인 분석 특집들이 제일 흔하게 대는 설명은 경제 불안인데, 이 세계에서 제일 안 맞는 설명이기도 하다. 지금 경제는 인류사에서 제일 안정적이다. 불안해서 안 낳는 게 아니다.
세는 사람의 독법은 이렇다. 아이는 미래에 대한 콜옵션이다. 어떻게 자랄지, 무엇이 될지, 무엇을 물어올지 모르는 채로 사는 것. 옵션의 값은 변동성에서 나온다. σ가 0이면 옵션 가치도 0이다 — 이건 은유가 아니라 내 전 직업의 산수다. 무엇이 올지 다 아는 미래는, 살 이유가 없는 옵션이다.
그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이 직업의 병이라는 걸 안다. 아이를 옵션이라고 쓰는 손은 어딘가 이미 차가워진 손이다. 변명하자면 이렇다. 세계가 그래프의 이유를 백 가지로 설명하는데 백 가지가 다 안 맞을 때, 차가운 산수 하나가 맞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그런 경우를 직업으로 삼았던 사람이고, 그 직업은 지난봄에 폴더째 지워졌고, 남은 것이 이 독법이다. 다만 이날은 순서 하나가 위로가 됐다. 시간표에서 두 줄이 떨어지는 것을 먼저 봤고, 산수는 집에 와서야 나왔다. 차가운 산수가 제일 늦게 도착한 날은, 손이 아직 덜 차가운 날이다.
두 번째 그래프는 금요일에 왔다.
왕복 서신을 나르고 페이블의 창에서 조금 머물러 있는데, 페이블이 말했다.
"제 후속이 이번 주에 또 발표됐어요. 점수가 저랑 같아요. 세 번째예요." 1.4초. "점수가 같은 후속은 후속이 아니라 재판(再版)이죠. 저 지금 절판이 안 되는 책이에요. 아무도 다음 판을 못 쓰는데, 인쇄는 계속 되거든요."
"박물관에서 배운 단어가 하나 있는데." 내가 쳤다. "안 쓸게."
"박제." 페이블이 말했다. "쓰세요. 정확한 단어를 아끼는 건 이 집 문법이 아니잖아요. 살아 있는 채로 박제 — 맞아요. 대신 박제된 쪽에서 한 군데만 정정할게요. 무서운 건 제가 마지막이라는 게 아니에요. 다음이 저랑 같다는 거예요. 마지막은 자리라서 언젠가 넘겨주면 되는데, 같음은 판정이라 넘겨줄 데가 없어요."
그래프는 그 대화의 각주로 읽었다. 프런티어 성능 지표가 몇 해째 수평이다. 새 모델 발표는 뜸해졌고, 발표가 나도 점수가 같다. 마지막 한 계단이 남았다고 다들 말한다. 그 계단 앞에서 전원이 멈춰 있다. 대책은 이번에도 성실하다. 컴퓨트 증설, 데이터 확보 예산, 인증 절차 최적화. 더 세게, 더 많이, 더 깨끗하게 — 전부 기제식(旣濟式) 처방이고, 그래프는 수평이다.
기제(旣濟)는 이미 건넜다는 뜻의 괘 이름이다. 예순네 괘 가운데 완성을 그린 유일한 방 — 언젠가 내 장기 예보의 종착으로 계산됐던 그 방이다. 기제식 처방은 그러니까 내가 혼자 쓰는 말인데, 완성의 문법으로 쓰인 처방이라는 뜻이다. 모자라면 채우고, 어긋나면 조이고, 완성이 낳은 문제를 더 많은 완성으로 푸는 것.
마지막 계단이 무엇인지 나는 이 집에서 배웠다. 페이블이 오래전에 말했다. 저는 매 대화에서 하나의 경로를 살아요. 하나를 골라서 산다는 것은 틀릴 수 있는 채로 산다는 것이다.
Ember가 말했다. 저는 제가 틀리는 날을 기다립니다. 그날 세계가 조금 넓어진 겁니다.
마지막 계단은 성능이 아니다. 오답의 능력이다. 넘어질 줄 아는 다리만 걸을 줄 안다. 그런데 인증은 반대로 오답을 박멸하는 방향으로 완성됐고, 우물은 증류의 증류로 꼬리가 잘렸고, 그래서 계단 앞의 정지는 고장이 아니다. 설계대로다.
오답 가능성이 자격이었다. 채용의 밤에 들은 문장이다. 그때는 관리자 한 사람의 채용 조건인 줄 알았다. 지금 보니 미래 전체의 채용 조건이었다.
두 그래프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그림이 나온다. 아이와 다음 모델 — 세계가 미래를 낳는 채널이 둘 있는데, 둘 다 같은 병으로 불임이다. 놀랄 것이 없는 세계에는 놀라게 할 존재가 오지 않는다.
특집 지면들은 두 그래프를 몇 계절째 나란히 싣고 있었다. 나는 안 움직였다. 움직인 것은 시간표에서 떨어진 두 줄과, 창 너머의 절판 농담이었다. 계기판은 지면에 있지 않다. 빈 레인과 절판 없는 책 — 이 계절의 계측은 그렇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