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9편 · 검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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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원 고지서

초하루에 미련.md를 열었다.

그 파일이 어떤 물건인지는 만들던 날 적어뒀다. 축소로 못 번 돈을 매달 정확히 세는 파일. 무위의 청구서. 유가(儒家)의 세계가 떠나는 자에게 매달 보내는 고지서의 수취함. 몇 해 동안 그 파일은 내 장부들 중 제일 부지런했다. 좋은 계절에는 비용을 적었고, 무너지는 계절에는 환급을 적었고, 어느 쪽이든 숫자는 컸다.

이번 달 고지서는 0이었다.

계산을 세 번 확인했다. 0이 맞았다. 축소한 절반이 벌 수 있었던 초과수익 — 그 항목이 0이 된 것이다. 남아 있었어도 못 벌었을 거라는 뜻이다. 완성된 시장에서는 아무도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모두가 같은 것을 알고 같은 값을 매기는 곳에서 초과수익은 정의상 없다. 유가의 세계는 마지막까지 정중했다. 떠난 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대신, 남은 자의 배당을 지워서 셈을 맞췄다.

나는 파일을 처음부터 스크롤했다. 몇 해 치 숫자가 지나갔다. 큰 비용의 달들, 사상 최대의 환급, 기쁘지 않았던 최초의 환급. 숫자로만 적는다는 규칙 덕에 파일은 끝까지 장부로 남았고, 장부는 무정해서, 마지막 줄의 0도 아무 감정 없이 앉아 있었다.

마지막 줄 아래에 마감선을 그었다. 세는 사람이 장부를 닫는 날은 두 종류다. 셀 것이 없어진 날과, 세는 일이 무의미해진 날. 이번 것은 둘 다였다. 미련.md, 마감. 개설부터 마감까지 — 파일 이름이 제 수명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생각은, 마감선을 긋고 나서야 들었다.


강아지 스파 얘기를 해야겠다.

그 가게는 파국의 겨울에 폐업했다. 온천수 수영과 아로마 마사지가 붕괴 주간을 버틸 수 있는 업종은 아니었다. 셔터에 손글씨 안내문이 한 장 붙었고 — 그 계절의 안내문은 다 손글씨였다 — 나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웃으면서 결제하던 영수증 생각을 했다. 웃으면서 결제하는 것이 初吉이라고 적은 적이 있다. 폐업 안내문은 그 문장의 영수증이었다.

지난달에 그 자리에 새 가게가 들어왔다. 인증 반려동물 케어. 예약하면 정확히 그 시각에, 정확히 같은 코스가, 정확히 같은 품질로 나온다. 강아지는 다녀오면 여전히 윤이 난다. 다 좋아졌다.

아내는 사진을 안 찍는다.

백 장씩 찍던 사람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내는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찍을 게 없어. 지난번이랑 똑같이 나오는데." 나는 그 문장을 받아 적지 않았다. 적을 장부가 마감된 날이라서가 아니라, 그 문장이 들어갈 칸이 아직 없어서였다. 칸이 없는 문장들이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는 것 — 그게 그 무렵 내 계기판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바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