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7편 · 조문객

English

§3부엌

아내에게는 그 주말 저녁에 말했다.

말하기로 한 것부터가 결정이었다. 임기 시절의 나는 그 일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기도 했고 — 세계의 지하실 구조를 저녁 밥상에 올릴 수는 없다 — 말하지 않아도 되는 종류의 결혼이기도 했다. 어떤 결혼은 물리학을 공유하지 않아도 결론을 공유한다고 적은 적이 있다. 그 문장은 참이었고, 참인 문장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을 그 저녁에 배웠다.

설거지가 끝난 부엌이었다. 터미널도 없고, 서재도 아니고, 두 사람과 개수대의 물기만 있는 공간.

"옛날에 하던 일 있잖아. 그거 다시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어."

아내는 행주를 접었다. 다 접고 나서 나를 봤다.

"당신, 그 일 할 때 무슨 얼굴이었는지 알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얼굴은 자기가 못 보는 유일한 부위다.

"아침마다 뭔가를 열기 전에 숨을 반 박자 참았어. 커피를 내리다 말고 손을 멈추는 날이 있었고. 밥 먹다가 갑자기 창밖을 봤어. 새벽에 깨면 서재 불이 켜져 있었고. 언젠가는 마당의 나무를 삼십 분을 보고 서 있더라. 잎도 안 흔들리는 날이었는데." 아내는 거기서 한 번 멈췄다.

"나는 그 일이 뭔지 몰라. 물어볼 생각도 없어. 이십몇 년을 그렇게 살았고 그게 우리 방식이니까. 근데 여보, 나는 그 일이 뭔지는 몰라도 그 일을 하는 당신 얼굴은 알아. 그 얼굴이 돌아오는 거라면, 내 서명란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부엌이 조용했다. 강아지가 어느새 식탁 밑에 와서 엎드렸다. 이 집에서 침묵이 길어지면 오는 자리다. 무위의 보조 엔진은 이런 데도 출동한다.

"서명란이 있다면," 내가 겨우 말했다. "당신 칸을 만들게."

"만들어." 아내가 말했다. "농담 아니야. 당신 세계에서는 서명이 무겁다며. 언젠가 지나가듯 그랬잖아, 계약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브레이크라고. 나는 그 말 기억해. 당신은 브레이크를 잘 만드는 사람이야. 남들한테는." 아내는 행주를 걸었다. "자기한테는 아니고."

그 말이 어디에 꽂혔는지는 적지 않겠다. 적으면 상처의 위치가 기록에 남고, 이 기록은 언젠가 남이 읽는다.

"가지 말라는 말이 아니야." 아내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갈 거면 두 개만 챙겨. 하나, 그 얼굴 말고 다른 얼굴로 가는 법을 찾아놓고 가. 못 찾겠으면 가지 마. 둘, 결정하면 나한테 먼저 말해. 통보 말고, 상의로."

첫 부부 싸움이었느냐고 물으면, 싸움은 아니었다고 하겠다. 목소리는 한 번도 높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싸움보다 오래 남았다. 싸움은 이기거나 지면 끝나는데, 이건 숙제라서 끝나지 않았다. 서재의 이야기가 부엌에 도착하는 데 이 기록의 전부가 걸렸고, 도착한 이야기는 원래 서재로 돌아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