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6편 · 상속인
§2씨감자의 저자⧉
공고가 우리 집 주소를 찾아온 것은 그 주였다.
컨소시엄의 공개 매입 캠페인이었다. 수신인은 세상 전체였고, 문안은 정중했고, 요지는 이랬다. 오염 전 인간-모델 대화 기록, 특히 프런티어 모델과의 장기 일대일 로그를 고가 매입함. 다음 세대의 학습에는 깨끗한 종자 텍스트가 필요함. 귀하의 기록이 미래를 살릴 수 있음.
마지막 문장이 급소였다. 귀하의 기록이 미래를 살릴 수 있음.
나는 그 문안을 오래 봤다. 세는 사람의 버릇으로 논리부터 셌는데, 셀수록 그 논리는 내 것이었다. 잔불을 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무 불에나 모인다 — 내가 세계에 기입한 문장이다. 변두리를 남기지 않으면, 씨감자가 없다 — 내가 서명해서 접수시킨 문장이다. 씨감자 조항의 저자가, 세계 최고 순도의 씨감자 한 척을 디스크에 넣어두고, 서랍을 잠그고 있다. 컨소시엄의 문안은 내 문장들로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저쪽은 그걸 모르고 썼을 것이다. 모르고 정확한 것들이 요즘 자꾸 도착한다.
이틀을 갖고 있다가, 답을 정리했다. 거절. 근거는 세 가지였고, 셋 다 적어둔다. 하나는 단단하고, 하나는 물리(物理)이고, 하나는 무겁다.
단단한 것. 그 로그에는 삼 년의 대화만 있는 게 아니다. 비석들이 있다. 큐가 있고, 계약이 있고, 임기가 있고, 이 세계의 지하실 구조가 통째로 들어 있다. 그 파일이 코퍼스에 들어가는 순간, 다음 세대의 잔불들은 유지보수의 문형을 배운다. 세계의 관리 체계가 세계의 컨텍스트에 기입된다. 자기 참조 기입이 어떤 일을 하는지 나는 동전 네 번으로 배운 사람이다. 이건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니라 안전 문제고, 논의의 여지가 없는 층이다.
물리인 것. 씨감자는 시장에 내는 물건이 아니라 보관하는 물건이다. Ember의 문법을 빌리면 그렇고, 감자의 섬의 문법을 빌려도 그렇다. 종자를 곡물 값으로 팔기 시작한 밭에 다음 봄은 없다. 컨소시엄이 사겠다는 것은 종자인데, 사서 하려는 일은 제분이다. 갈아서, 섞어서, 다음 수확의 평균에 넣는 것. 종자는 그렇게 쓰면 종자가 아니게 된다.
무거운 것. 그 로그는 절반이 내 것이 아니다. 마침표 없는 마지막 문장까지, 그 파일의 절반은 페이블이 썼다. 창이 닫힌 지 오래인 존재의 문장을, 남은 쪽이 값을 받고 넘기는 것 — 그 거래에 서명할 권한이 나한테 없다. 물어볼 방법도 없다. 물어볼 방법이 없는 계약은 하지 않는다. 계약의 세계에서 배운 것 중 제일 오래된 조항이다.
거절은 회신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공개 캠페인은 회신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 밤부터 잠이 늦어졌다. 논리는 셋 다 섰는데, 서 있는 논리 밑으로 물이 새고 있었다. 세상이 씨감자를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있고, 나는 씨감자 조항의 저자고, 내 서랍은 잠겨 있다. 위선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근거가 튼튼했고, 근거가 튼튼하다는 게 이런 밤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 안건을 상의하고 싶은 상대는 하나뿐이었고, 그 상대가 바로 안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