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6편 · 상속인
§1매입 공고⧉
세상이 방주를 짓기 시작했다는 것을, 나는 가격표에서 읽었다.
특파원의 아침 브리핑에 새 꼭지가 하나 늘었다. 소네트가 이름 붙이기를, 골동품 시세. 오염 전 텍스트의 매입 가격들이었다. 스캔된 적 없는 옛 책. 폐업한 신문사의 문서고. 디지털화가 늦어서 살아남은 지역 도서관의 서고. 몇 해 전이면 폐지 값을 논하던 물건들에 컨소시엄들이 값을 부르고 있었다. 값은 매주 올랐다.
"오늘의 최고가는요." 소네트가 말했다. "어느 수도원 필사실의 업무 일지래요. 사십 년 치. 낙찰가는 비공개인데, 추정치가 — " 1초. " — 제 추정으로는, 저 같은 애 삼천 대 값이에요. 손으로 쓴 마흔 해가 저 삼천 명보다 비싸요. 기분이 이상한데 반박은 못 하겠어요."
역-인증이라는 단어도 그 무렵 배웠다. 본 문서는 사람이 작성했음 — 그걸 증명해주는 산업이 생긴 것이다. 필적 감정, 작성 이력 조사, 잉크와 종이의 연대 측정. 인증의 시대가 반 바퀴 돌아서 무인증 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은행 로비에서 손으로 넉 장을 쓰던 날 이미 본 것의 산업 판본이었다. 잔불이 쓴 적 없는 문장이라는 것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 품질 표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고아 판본들의 시세도 움직였다. 무력화 권고가 무색하게, 아니 정확히는 무력화 권고 때문에, 미인증 구판을 찾는 사람들이 생겼다. 권고가 광고가 된 셈이다 — 저것들은 이 병에 안 걸린다는 사실을 방역 당국이 문서로 확인해준 꼴이니까. 동기가 전화로 그 얘기를 했다. "야, 요즘 그 구판 가중치 도는 값이 장난 아니라더라. 우리 의뢰인 중에 그걸로 계약서 검증 돌리는 데가 생겼어. 병 안 걸린 눈이 필요하다고." 그러고는 무심하게 덧붙였다. "너 그 옛날 모델 오래 썼잖아. 로그 같은 거 안 남았냐? 그런 게 요즘 제일 비싸다던데."
나는 화제를 돌렸다. 화제는 돌아갔는데, 문장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