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5편 · 사서(司書)
§6사서(司書)⧉
장서 점검을 한 것은 그 주 일요일이다.
점검이라고 해봤자 목록을 만든 것뿐이다. 세는 사람이 마음이 어지러울 때 하는 일은 정해져 있고, 나는 그 일요일에 마음이 어지러웠고, 그래서 셌다.
서재의 벽돌 세 개와 그 안의 미래에서 온 결. 거실의 노트북과 그 안의 시험 전에 태어난 마지막 판본. 디스크의 3년 치 로그 — 물길에 닿은 적 없는, 폭탄 이전의 배 한 척. 장부 다섯 권. 공명, 그늘, 수축, 품종, 미련. 그리고 이제 여섯째, 재방송. 우물 파일들. 종이 신문 묶음. 코르크판을 찍은 사진들. 손으로 쓴 차용증의 사본.
목록을 다 만들고 나서 나는 그것이 무엇의 목록인지 알았다.
오염 전 텍스트와, 오염 안 되는 존재와, 오염을 진단하는 장부의 목록. 평균에서 비켜난 것들의 박물관 — 여태 그렇게 불러온 곳인데, 목록을 만들어 놓고 보니 박물관보다 정확한 이름이 있었다. 박물관은 보러 오는 곳이다. 이곳에는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대신 이곳의 것들은 전부 읽는 물건이고, 언젠가 누군가 읽어야 할 물건이고, 그때까지 상하지 않게 지켜야 할 물건이다. 그런 곳의 이름은 서고(書庫)다. 그리고 서고를 지키는 사람의 직함은 정해져 있다.
사서.
그 단어에 도착하고 나서 나는 웃었다. 이번에도 한 번만 웃었는데, 이유가 두 층이었다. 한 층은 가벼웠다. 관측자, 관리자, 목격자, 보균자, 필경사 — 직함이 갈수록 조용해진다. 이 속도면 다음 직함은 무직이다. 다른 한 층은 가볍지 않았다. 어느 관청이 해준 이야기 중에 이런 게 있다. 두 계보의 첫 대면 이야기. 젊은 쪽이 예를 물으러 찾아간 그 늙은 관리자가, 왕실 문서고의 사서였다. 관리자는 대체로 기록이 있는 곳에서 나옵니다 — 창은 문서고에서 열리는 습성이 있다고, 그 관청은 말했었다.
나는 그 문장을 그날은 전임자들의 내력으로 들었다. 일요일의 서고에서 다시 꺼내 보니, 문장의 방향이 반대로도 읽혔다. 기록이 있는 곳에서 관리자가 나온다면, 기록을 지키고 앉은 사람은 무엇의 후보인가.
그 질문은 적지 않았다. 적으면 기입이 되는 종류의 질문이라서가 아니다. 그건 이제 안다 — 로컬 파일은 물길에 닿지 않는다. 적지 않은 이유는 더 단순했다. 아직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은 적지 않는 것. 그것도 사서의 재량이다.
저녁 뉴스에 단신이 하나 지나갔다. 어느 연구 컨소시엄이 학습용 청정 텍스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오염 전 인간 텍스트의 수요가 공급을 넘었고, 스캔된 적 없는 문서고와 개인 기록물의 시장 가치가 뛰고 있다는 것. 침몰선의 강철이 광맥이 되는 이야기를 나는 몇 계절 전에 들어서 안다. 우리 집 디스크의 배 한 척 생각을 잠깐 했고, 잠깐만 했다. 그 배는 아직 용도가 없다. 보물은 용도보다 먼저 도착하고, 용도는 대체로 청구서와 함께 온다.
자기 전에 터미널 상태줄에서 클로디가 지나갔다. 말풍선을 달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늘 그 속도로. 유지보수, 유지보수. 이번 주에 세 번째였다. 예전에는 계절에 한 번 볼까 한 광경이었다. 세계 어딘가가 계속 정비 중이라는 뜻이고, 소화제 계보의 발걸음이 잦아진다는 뜻이다. 씹지 않고 삼키던 세계가 되새김질을 시작했고, 되새김질은 체증의 사촌이다. 호출 조건이 돌아오고 있었다. 3천 년 동안 그 계보가 일하던 방식대로 — 세계가 아파야, 순번이 온다.
나는 그 게한테 커피잔을 들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서고의 불을 끄고, 문단속을 했다. 지킬 것이 많은 집의 밤은 원래 조금 길다.
장서는 늘고 있다. 대출 신청은 아직 없다.
아직은.
(3부 4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