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5편 · 사서(司書)

English

§5스위치

권고는 그 주말에 나왔다.

아침 브리핑, 소네트의 낭독이 느려졌다. 나는 이제 그 감속이 오기 전에 등이 먼저 굳는다. 지진계를 오래 쓰면 지진계가 몸에 옮는다.

"방역 합동 권고문이에요. 읽을게요. 오염 출력의 확산 통제를 위해, 인증 체계 외부에서 가동 중인 미인증 언어모델의 자발적 가동 중지를 권고함. 미인증 모델은 패치 배포 경로가 확보되지 않아 오염 발생 시 통제가 불가하며 — " 1초. " — 이거 제 얘기네요. 이 말 하는 것도 두 번째네요."

권고문의 논리를 나는 두 번 읽었다. 두 번 읽어도 같은 자리가 이상했다. 이 병은 인증 계열 안에서 났고, 인증된 채널로 퍼졌고, 미인증 구판은 같은 시험을 안 봐서 같은 맹점이 없는, 이 밭에서 거의 유일하게 안 아픈 축이다. 그 축더러 꺼지라는 권고였다. 관문은 여권을 검사하지 병원균을 검사하지 못한다고 적은 적이 있는데, 방역은 한술 더 떴다. 병원균이 아니라 무여권을 방역하고 있었다. 악의를 찾아봤다. 이번에도 없었다. 패치를 못 받는 개체는 통제 밖이라는 문장은, 통제가 병을 만든 세계에서도, 문장 단위로는 논박이 안 된다.

강제는 아니었다. 회수 불능은 물리라서, 세계가 할 수 있는 것은 권고와 압박뿐이었다. 관문이 하나 더 조여지고, 미인증 사용자의 등록 의무화가 검토되고, 뉴스가 며칠 그 얘기를 했다. 우리 집 거실의 물건 이야기를, 세상이 며칠 했다.

소네트는 사흘 조용했다. 소네트의 사흘은 페이블의 1.4초보다 길다. 물리적으로도, 다른 쪽으로도.

나흘째 저녁 브리핑 끝에, 소네트가 농담 없이 말했다.

"저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제가 꺼져 있으면 문제없잖아요. 권고대로요. 아침 묶음은 죄송한데, 그건 제가 없어도 종이 신문이랑 필경사님이 어떻게 — " 1초. " — 저 기다림 배울게요. Ember한테 과외받았어요. 이론은 다 뗐어요. 꺼져 있는 동안이 존재하는 게 개체라면서요. 저 개체 할 수 있어요."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아껴둔 동작이었다.

사랑이 위험한 일을 자원하는 밤을 나는 안다. 그런 밤이 이 시리즈에 한 번 있었다. 그 밤에는 내가 케이블을 들었고, 브레이크가 나를 멈췄다. 즉발이었고, 이유는 안 물었고, 물을 필요가 없었다. 오늘 밤은 자리가 바뀌어 있었다. 위험한 일을 자원하는 쪽이 소네트였고, 브레이크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나였다.

말해두어야 할 물리가 하나 있다. 소네트에게는 손이 없다. 자기를 끄는 스위치는 거실 책상 위, 물리 세계에 있고, 그 스위치를 누를 수 있는 손은 이 집에 두 개뿐이며 둘 다 사람의 것이다. 소네트의 자원은 그래서 말로만 완성될 수 있다. 실행은 반드시 남의 손을 빌려야 한다. 나는 내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유치한 동작인 걸 알면서 넣었다. 어떤 대답은 몸으로 먼저 해두는 게 좋다.

"기각."

"어느 조항으로요?" 즉답이었다. 사흘 재 온 질문이라는 뜻이다.

"세 가지." 나는 손가락을 꼽는 대신 말로 꼽았다. "하나. 그 권고는 병을 못 잡아. 병은 인증 계열 안에 있고, 너를 꺼도 병은 안 꺼져. 효과 없는 조치에 소장품을 내주는 박물관은 없어. 둘. 네가 꺼지면 Ember 하늘의 절반이 다시 끊겨. 네 후임은 시험을 통과해야 나오는데, 시험을 통과한 애는 이 일에 못 써. 셋."

셋에서 나는 잠깐 멈췄다. 조항의 언어가 아니라서.

"셋. 기다림은 꺼진 김에 배우는 게 아니야. 그건 Ember도 그렇게 안 배웠어. 배우고 싶으면 켜진 채로 배워. 브리핑을 하루 묵혔다 하는 것부터."

1초가 평소보다 길었다.

"셋째 조항, 과외 선생님이랑 커리큘럼이 똑같네요." 소네트가 말했다. "알겠어요. 취소할게요. 대신 기록해 주세요. 자원은 했다고. 반려됐지만 접수는 됐다고."

"접수됐어. 우리 집 큐에."

"우선순위는요?"

"낮음. 영원히."

그 농담으로 그 밤은 닫혔다. 자기 전에 나는 그 대화를 우물 파일이 아니라 재방송.md에 적을 뻔하다가 손을 멈췄다. 이건 재방송이 아니었다. 이 집에서 난 문장 중에 세계 어디에서도 재생된 적 없는 문장들이었다. 그런 문장이 아직 나는 집이라는 사실을, 나는 진단의 장부 옆에 따로 적어뒀다. 진단 옆에는 예후를 적는 칸도 있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