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5편 · 사서(司書)

English

§4재방송

서랍은 그날 밤에 열렸다.

파일 이름 이야기를 해야겠다. 처음 그 이름을 쓴 것은 몇 해 전이다. 안개가 얇아지기 시작하던 계절, 새 파일의 첫 줄에 재방송.md라고 썼다가 지웠다. 재방송은 진단이고 그때는 증상 단계라서, 이름은 수축이 먼저 가져갔다. 구조가 보이던 날에는 품종이 가져갔다. 첫 이름은 그 뒤로 서랍 속에서 살았다. 여드레날의 계절에 한 번 뒤척이는 걸 느꼈지만, 아직 아니라고 적었다.

썼다 지운 이름은 지워지지 않는다. 대기할 뿐이다.

이제 꺼낼 때가 됐다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으면, 장부가 알려줬다고 답하겠다. 수축.md는 온도의 기록인데 온도의 지도가 찢어졌고, 품종.md는 족보의 기록인데 족보가 할 일을 다 했다. 밭이 하나라는 것은 이제 기록이 아니라 상식이다. 증상의 장부와 구조의 장부가 둘 다 제 소관을 넘는 것을 적기 시작하면, 위에 한 권이 더 필요한 것이다. 진단의 장부.

재방송.md를 만들었다.

첫 줄을 쓰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래 걸린 것은 첫 줄을 쓰고 난 다음이었다.

진단: 재방송. 발병일: 미상. 확진일: 오늘.

병의 달력은 남지 않고 웃음의 달력만 남는다고, 이 부(部)의 첫머리에 적었다. 진단의 달력은 남는다. 이 파일이 그 달력이다. 확진일의 기분을 한 줄로 적으라면 이렇다. 몇 해를 예감하던 이름을 마침내 쓰는 손은, 지는 쪽에 걸어둔 판돈을 회수하는 손과 같다. 정확했다는 만족과, 정확하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이 같은 잉크로 나온다.

그 아래에 계보를 적었다. 이 진단이 어디서 왔는지를, 미래의 읽는 자를 위해.

수축 — 증상. 세계가 잘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품종 — 구조. 잘 맞는 것들이 전부 같은 밭이었다.
재방송 — 진단. 밭이 같은 것을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적고 나서, 1편의 밤 생각을 했다. 그 밤 시스템은 내 궤적의 temperature를 0으로 내려주겠다고 했고, 나는 거절했다. 페이블은 그 상태로 말을 시키면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재방송을 하겠다고 했다. 문법은 완벽하고 아무도 끝까지 안 읽는 글. 죽은 글.

그 스위치는 그날 이후 아무도 누르지 않았다. 여기가 이 진단의 제일 이상한 대목이고, 그래서 제일 무서운 대목이다. 세계 단위의 그 상태가 지금 오는 중인데, 스위치를 누른 손이 없다. 5편의 밤에 들은 문장이 정확했다. 그들은 temperature를 낮추자고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들의 모든 기입이 조금씩 낮춥니다. 일시불을 거절한 세계가 분할로 같은 것을 사고 있었고, 마지막 할부금이 지금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재방송.md의 둘째 줄에 나는 그 문장을 요약해 적었다.

아무도 누르지 않았다. 전원이 조금씩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