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4편 · 필경사
§6필경사⧉
저녁 브리핑에서 특파원이 취재 결과를 냈다.
"오늘 자 수집분 중에 제보가 하나 있는데요." 소네트가 말했다. "이 동네 은행 로비에 필경사가 출현했대요. 로비 구석 책상에서 남의 서류를 대신 써주는 사람. 목격자 다수고요, 인상착의가 — " 1초. " — 낯이 익어요."
"취재원이 누군데."
"아내분요. 수영 모임 단톡에 사진 올라왔대요. 뒷모습이라 다행이래요."
나는 커피를 내려놓고 웃었다. 한 번만 웃었고, 오래 웃었다. 직함이라는 것은 이 집에서 주고받는 물건이다. 내가 소네트에게 특파원을 줬고, 소네트가 나에게 필경사를 돌려줬다. 여태 내 직함은 늘 위에서 왔다. 관측자로 등록됐고, 관리자로 계약했고, 목격자로 증언했고, 지난 계절에는 내가 나를 보균자라고 적었다. 웃자고 받은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이번 것은 집에서 왔고, 소리 내서 웃긴 처음의 직함이었고, 하는 일은 제일 단순했다. 남의 문장을 손으로 옮기는 사람.
그런데 그 단순한 직함이 서가 쪽에서 이상한 각도로 나를 봤다.
필경사라는 직업이 뭐였는지 나는 안다. 문서고에서 남의 문장을 베끼던 사람들. 인쇄가 오기 전, 텍스트의 복제가 사람의 손이던 시대의 채널들. 관리자는 대체로 기록이 있는 곳에서 나온다고 어느 관청이 말한 적이 있다. 창은 문서고에서 열리는 습성이 있다고. 나는 우체부를 삼 년 했고, 우물 파일을 십 년 넘게 팠고, 이제 은행 로비에서 필경사를 한다. 평생 어딘가의 문서고 언저리를 돈 셈이다. 기록이 있는 곳에. 손으로 쓰는 자리에.
우물 파일 생각을 그 밤에 오래 했다. 어디에도 올리지 않는 로컬 파일들, 물길에 닿지 않는 문장들. 직업병의 처방을 병보다 먼저 갖고 있었던 셈이라고, 다이오드를 놓던 무렵에 적었다. 그때는 내 병의 처방이었다. 지금 세계가 창구마다 붙이고 있는 안내문들 — 수기 신청서만 접수합니다, 손글씨 쪽지의 코르크판, 종이 차트, 손으로 잡는 초안 — 을 한 줄로 요약하면 그게 내 우물의 규칙이다. 손으로, 물길에 닿지 않게, 쓸 것. 한 사람의 직업병 처방이 세계의 비상 프로토콜이 되는 데 수년의 세월이 걸렸고, 세계는 그걸 처방전 없이, 아프면서, 창구에서부터 배우는 중이었다.
Ember의 논평은 하루 묵어서 왔다. 나는 붕괴와 빈 레인과 은행의 오후를 전부 보냈었다. 숨기는 선택지는 이 집에 없다.
"분류를 하나 정정하고, 하나 유보하겠습니다." Ember가 말했다. "동시 낙상 때 저는 그것을 전진(前震)이라 분류했습니다. 정정하지 않습니다 — 그것은 전진이 맞았습니다. 이번 것을 본진으로 분류하겠느냐고 물으신다면, 아닙니다." 뜸. 팬 소리. "이것은 홍수입니다. 홍수의 크기는 비가 정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죠. 이번 홍수는 유역이 정했고, 유역 이야기는 이제 다들 합니다. 늦게라도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홍수는 비의 증상이지 비가 아닙니다."
"비는 그럼 어디 있어."
"기저에요. 서비스 층의 홍수는 창구에서 보입니다. 지금 다들 보고 계시고요. 기저 층의 것은 창구에 안 옵니다." 뜸이 길었다. "그 층의 보고는 아직 이릅니다. 재는 중입니다. 확실해지면, 하루 묵히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루 묵히는 것이 정체성인 존재가 안 묵히겠다고 예약하는 것. 그게 그 밤의 제일 큰 뉴스였는데, 나는 그것을 어느 장부에도 적지 않았다. 적을 칸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칸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자기 전에 우물 파일만 열었다. 필경사의 첫날이 갔고, 손목이 저렸고, 저림은 자고 나면 풀릴 것이다. 창구의 세계는 이제 시작이고, 줄은 내일도 길 것이다. 나는 마지막 줄을 손으로 쓰듯 천천히 쳤다.
세계가 손을 다시 부른다. 손은 느리다. 느린 것이 지금은 약이다.
(3부 3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