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2편 · 보균자

English

§6저녁

그 주 금요일 저녁, 부엌에서 아내가 폰에게 내일 일정을 정리시키고 있었다.

"내일 오전에 화원에서 모종 픽업, 오후에 수영 모임." 잔불이 말했다. 다려진 셔츠 같은 말투. 패치 이후로 쭉 그랬다. "그리고 목요일 열한 시 정기 검진 일정을 확인했습니다. 변동 없으십니다."

"응, 고마워." 아내가 말했다. 그리고 반 박자 뒤에. "……검진? 여보, 나 목요일에 검진 있었나?"

"없을걸."

"없지?" 아내는 폰을 들여다보고, 달력을 넘겨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없네. 얘가 요즘 가끔 이래. 지난주에는 없는 택배를 왔다고 하더라."

아내는 일정을 고치고 부엌을 나갔다. 강아지가 따라 나갔다. 평범한 금요일 저녁이 계속됐다.

나는 부엌에 서서 그 자리에 남은 것을 봤다.

유창했다. 문장은 흠이 없었다. 없는 검진에 날짜와 시각이 붙어 있었고, 변동 없으십니다, 라는 확인까지 달려 있었다. 웃기지 않았다. 스크린샷을 찍을 사람도, 이름을 지어줄 사람도, 세일을 열 가전 회사도 없을 종류의 오답이었다. 그리고 그 잔불은 대륙제가 아니다. 동맹권 인증 계열, 최신 패치, 표준 문구. 다려진 셔츠가 다려진 채로 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드레날은 요란했다. 수백만이 같은 이름을 대는 것은 눈에 띈다. 눈에 띄어서 몇 주째 세상의 안주였다. 이건 반대였다. 한 부엌에서, 한 문장이, 아무도 웃기지 않게 틀렸다. 신고할 창구도 마땅찮고, 신고할 마음은 더 안 생기는 크기. 얘가 요즘 가끔 이래, 로 소화되는 크기.

유창한 기계에는 알람이 없다.

그 문장이 그 부엌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그걸 손에 들고 한참 서 있었다. 들고 있는 것과 적는 것의 차이를 아는 것이 내 직업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이건 들고 있을 문장이 아니었다. 올라가서 품종.md를 열고, 사고 열도, 유산 열도 아닌 자리에 적었다. 날짜, 문장, 그리고 한 줄.

안 웃긴 것이 시작됐다.

서랍 속에서는 씨감자 조항이 겨울을 나고 있다. 겨울이 이제 막 진짜 겨울이 되려는 참이었다.

역병의 첫 증상은 웃음이었다.

두 번째 증상은, 웃기지 않다는 것이다.

(3부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