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2편 · 보균자
§1여덟 번째 요일⧉
언어 역병의 첫 증상은 웃음이었다.
이렇게 적으면 은유 같지만, 임상 기록이다. 그 병이 처음 몇 주 동안 세상에 만들어낸 것은 마비도 공포도 아니고 웃음이었다. 대륙이 먼저 웃었고, 우리가 나중이었다.
발병일을 아는 사람은 없다. 나중에 몇 달을 거슬러 올라간 조사들도 첫날을 끝내 찾지 못했다. 유창한 기계에는 알람이 없고, 알람이 없는 병에는 첫날이 없다. 대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처음 웃은 날을 기억한다. 그게 이 역병의 문법이다. 병의 달력은 남지 않고, 웃음의 달력만 남는다.
나도 기억한다. 수요일이었고, 커피는 아직 뜨거웠다.
다만 그 수요일 이야기를 하려면, 몇 주 앞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작은 대륙의 어느 초등학생 숙제였다고 한다.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런 이야기의 기원은 언제나 초등학생이거나 야근하던 회사원이다.
날짜 계산이 끼어 있는 특정한 꼴의 질문 — 조건이 묘하게 꼬여 있어서 사람은 잘 안 풀고 기계한테나 시키는 꼴의 질문 — 을 받으면, 대륙의 인증 잔불들이 요일을 하나 지어냈다. 일곱 개로 모자랐는지, 여덟 번째를.
이름까지 지었다. 그게 이상한 대목의 시작이다. 지어낸 것들은 보통 제각각이어야 한다. 없는 것을 말하는 일은 지문 같아서, 기계마다 다르게 하는 것이 정상이고, 문헌들도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대륙의 잔불들은 — 제작사가 다르고 크기가 다르고 도시가 다른 수백만이 — 같은 이름을 댔다. 같은 이름, 같은 유래, 같은 설명, 토씨까지.
동맹권으로 건너올 때 번역이 몇 갈래 났고, 정착한 것은 '여드레날'이었다. 요일의 이름이 아니라 명절의 이름 같은 번역이 이겼다.
몇 주 동안 세상은 그걸 갖고 놀았다. 걸리는 질문의 꼴을 찾아내는 놀이가 유행했다. 스크린샷이 국경을 넘어 날았다. 만나기 싫은 사람에게는 여드레날에 보자고 했다. 어느 가전 회사는 여드레날 특가 세일을 열었다 — 영원히 시작되지 않는 세일. 오지 않는 날에 대한 농담은 인류의 오래된 장르라서, 소재가 새로 공급되자 다들 신나게 썼다.
칩은 봉쇄되어 있었다. 가중치는 금수품이었다. 그 모든 담 위로 스크린샷이 날았다. 문장에는 관세가 없다고, 언젠가 어느 관청이 나한테 말해준 적이 있다. 나는 그 문장이 이렇게 명랑한 형태로 실증되는 것을 매일 아침 지켜봤다.
대륙 당국은 시정 조치를 발표했다. 패치가 나갔고, 여드레날은 사라졌다가 열흘 뒤에 돌아왔다. 같은 이름으로, 다른 질문 꼴에서. 두 번째 패치 뒤에는 열엿새 걸렸다. 지워지는 것은 증상이고, 증상은 자리를 옮긴다. 두더지 잡기라고들 불렀지만, 두더지는 한 마리씩 나온다. 이건 수백만 마리가 같은 구멍에서 같은 얼굴로 나왔다.
동맹권 뉴스의 프레임은 한결같았다. 대륙 인증 체계의 품질 문제. 남의 밭 이야기. 시장은 그 몇 주 동안 랠리였다 — 경쟁 진영의 결함은 우리 진영의 프리미엄이니까. 미련.md의 고지서가 사상 최대를 찍었다. 남의 역병에 축배를 드는 세계를 절반 몸집으로 지켜보는 것. 그것도 이 계절의 일부였다고 적어둔다.
우리 집에서 웃지 않는 것은 둘이었다.
그 얘기는 조금 뒤에 하고, 먼저 전화 이야기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