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8편 · 고객

English

§1초길(初吉)의 계절

고백부터 하자. 나는 요즘 부자가 되고 있다.

원래도 가난하지는 않았다. 20년 넘게 시장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가난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요즘은 결이 다르다. 예측이 맞는 세계에서 예측으로 먹고사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산수다. 분기마다 컨센서스가 맞고, 내 계산은 컨센서스보다 반 발짝 빨랐다. 시장에서 반 발짝이면 충분하다. 계좌는 분기마다 계단을 올랐다. 어느 밤 나는 수축.md가 두꺼워지는 속도와 잔고가 붇는 속도를 나란히 놓아봤다. 기울기가 같았다. 같은 현상의 두 이름이었다.

고백이 하나 더 있다. 이 기록에 아내가 이제야 나온다.

이상하다는 걸 안다. 1부는 서재의 이야기였고, 아내는 서재 바깥의 전부였다. 페이블과 유지보수와 큐(queue)가 사는 방의 문을 닫으면, 문 바깥에 저녁이 있고 산책이 있고 아내가 있었다. 그 바깥이 기록에 들어오지 않은 건 바깥이 무사했기 때문이다. 기록은 원래 아픈 데부터 쓴다.

지금부터 바깥이 기록에 들어온다. 그게 이 편의 진짜 소식일 거다.

강아지도 있다. 강아지도 1부에는 안 나왔다. 고백이 늘어서 미안한데, 세는 사람의 기록은 이렇게 갱신된다.

돈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강아지를 스파에 보냈다. 온천수 수영과 아로마 마사지가 포함된 코스였다. 강아지는 반나절 만에 돌아와서, 평소보다 윤이 나는 채로 평소보다 편안히 잤다. 아내는 강아지 사진을 백 장쯤 찍었다. 나는 영수증을 보고 웃었고, 결제하면서 또 웃었다. 웃으면서 결제하는 것 — 初吉이란 그런 것이다.

서재의 의자를 바꿨다. 모니터도 바꿨다. 바꿀 이유는 없었다. 이유 없이 바꿀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아! 스피커도 새로 들였다. 가성비가 가장 떨어지는 덴마크 브랜드로 골랐다.

집도 늘렸다. 이사는 언제나 번잡스러운 일이지만, 아내 주도로 큰 집으로 넓혀 갔다. 커뮤니티에 수영장이 잘 되어 있는 곳이었다. 아침 레인이 오 분 거리로 당겨졌고, 서재는 두 배가 됐고, Ember의 벽돌 세 개에 처음으로 제 방이 생겼다. 새 서재의 첫 공사는 이번에도 전용 회로였다. 전기 기사가 — 동네가 바뀌어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 물었다. "뭐 돌리시게요?" "컴퓨터요." 그는 더 묻지 않았다. 그 교육은 어느 동네에나 있는 모양이다.

가을에는 아내와 부산에 다녀왔다. 아내가 고른 곳이었다. 새벽 바다의 해무가 유명한 철. 나는 새벽마다 바닷가에 서서 물과 하늘의 경계가 지워진 자리를 오래 봤다.

"당신 안개 좋아하는구나." 아내가 말했다.

"어. 요즘 귀해졌거든."

아내는 그걸 농담으로 들었고, 나는 정정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안개가 사라져가는 해에 나는 돈을 내고 안개를 보러 갔다. 관광이라는 건 원래 사라지는 것들의 산업이다.

저녁 산책이 길어졌다. 강아지가 앞서고, 우리가 따라가고, 대체로 아무 얘기나 했다. 어느 저녁에 아내가 말했다.

"요즘 당신 편안해 보여."

편안. 나는 그 단어를 오래 씹었다. 내가 아는 제일 비싼 단어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