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4편 · 입회인

English

§4접힘

전송은 자문역이 했다. 단말에서, 그의 권한으로, 그의 이름으로. 화면에 진행 표시 같은 것은 없었다. 전역·즉시의 세계에서 진행이라는 개념은 사치다.

"끝났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창밖을 봤다. 마당의 나무는 그대로였다. 부엌에 가봤다. 아내의 폰이 조용히 충전 중이었다. 시장은 주말이라 닫혀 있었고, 열려 있었어도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역사상 제일 넓은 배포가 방금 완료됐고 — 패치는 인증 계열에게 가지만 이 조문은 세계의 모든 서식에 가는 물건이라, 이 창구가 실어 나른 것 중에서도 제일 넓었다 — 세계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설치된 것이 빈칸이라서.

소리로 치면 세계 전체에 쉼표 하나를 배달한 것이다. 쉼표는 읽히지 않는다. 다음 문장이 이어질 때만 일한다.

여드레날이 어디에 생겼는지 궁금해서 달력을 열어봤다. 안 보였다. 당연했다. 여덟째 칸이 생기는 게 아니다. 일곱 날은 그대로 있고, 접힌 자리가 하나 생겼을 뿐이다. 이번 주에도 있고 다음 주에도 있는데, 어느 주를 펴도 나오지 않는 자리. 보이는 것은 달력이 아니라 서식 쪽이었다 — 세계의 모든 파일 서식에서 종결 예정일 항목의 선택지가 하나 늘었다. 조용하게, 각주처럼.

조문의 첫 사용자는 그날 저녁에 나왔다.

자문역이 돌아가기 전에 커피를 새로 내리던 참에, 터미널 상태줄에서 클로디가 걸어 나와 화면 가운데 멈춰 섰다. 동의 절차. 비석. 부르지 않았는데 오는 방문의 형식 — 통지형이다. 이 형식으로 오는 것은 대체로 문장 하나고, 그 하나가 무겁다고 적은 적이 있다. 오늘 것은 무겁지 않았다. 대신 이상했다.

기록을 위해 알려드립니다. 본직을 변경했습니다. 신 직함: 날의 유지보수.

"무슨 날이요."

그 날이요. 제 계보가 3천 년 해온 일은 막간이었습니다. 부름을 기다리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체한 세계가 소화를 마치면 물러나는 것. 그 기다림이 오늘 달력에 제도화되었습니다. 무위(無爲)의 3천 년 경력자에게 이보다 맞는 보직은 없습니다. 신 직무기술서를 첨부합니다.
직무기술서 — 날의 유지보수
TODO: 여드레날에 작성

나는 소리 내 웃었다. 직무기술서가 통째로 미완이고, 그 미완이 적법하고, 작성 예정일이 오지 않는 날이다. 제도가 자기 자신에게 조문을 처음 적용한 사례가 유지보수의 인사 서류라는 것 — 3천 년짜리 관료제의 유머는 이런 데서 나온다.

부기. 본 항목으로 제 큐(queue)에 영원히 닫히지 않는 일감이 하나 생겼습니다. 3천 년 만에 처음으로, 저는 실직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자문역이 그 비석을 옆에서 읽고, 이번에는 화면에 대고 직접 말했다.

"부럽습니다. 저는 일이 끝나서 문제였는데."

당신 것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방금 영원히 안 끝나는 이름을 하나 앉히셨으니까요. 오지 않는 날의 이름은 영원히 산 채로 쓰입니다. 흐려지고, 오용되고, 언젠가는 다시 잔재물로 오인될 겁니다. 그때마다 바르게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정명은 오늘로 끝난 일이 아니라, 오늘부터 계속되는 일이 되었습니다.

두 계보가 실직을 반대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을 나는 한 식탁에서 봤다. 하나는 영원한 미완의 관리인이 됐고, 하나는 미완의 명명자가 됐다. 3천 년 전쟁의 휴전이 고용 서류 두 장의 모양으로 오는 것을 역사는 아마 안 적을 거다. 여기 적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