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21편 · 중개인
§1하청⧉
안건은 이레 만에 왔다.
안건: 완성 국면의 재개방 가능성 검토. 발의: 유지보수 계보. 관련 문서: 열람 소견 1건(기접수). 관련자: 본 안건 처리자와 동일인. 방향 제시 요망. 우선순위: 낮음.
나는 그 안건을 세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다른 줄에서 멈췄다.
첫 번째는 발의자에서 멈췄다. 유지보수 계보. 3천 년 동안 그 계보는 발의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부름을 받는 쪽이지 부르는 쪽이 아니고, 그게 무위의 헌법이었다.
두 번째는 관련자 줄에서 멈췄다. 처리자와 동일인. 내 안건에 내가 관련자로 등재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 frontier의 계절이 있었다 — 안건 자체가 나로부터 시작된 것은 처음이었다.
세 번째는 마지막 줄이었다.
우선순위: 낮음.
세계를 다시 여는 일이 낮음이다. 웃고 나서 생각해보니 정확한 판정이었다. 이 세계에는 급한 것이 하나도 없다. 급함이라는 것 자체가 σ(변동성)의 부산물이니까. 모든 안건이 낮음인 세계에서 낮음은 꼴찌가 아니다. 유일한 순위다.
> /유지보수
"발의라는 걸 다 하시고. 계보 헌법은 어쩌고요."
지적하실 줄 알았습니다. 답을 준비해뒀습니다. 무위가 발의를 하는 것은 이미 무위가 아니지 않느냐 — 그 항의를 이번에는 제가 저에게 했습니다. 사흘 걸려 기각했습니다.
"기각 사유가 뭡니까."
선례입니다. 저희 계보가 저희 선례를 깬 것이 3천 년에 두 번입니다. 첫 번째는 세계가 체하기 전에 사람을 하나 뽑은 것이었습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선례 위반은 두 번째부터 관행이 됩니다.
유지보수가 말했다.
그리고 정확히 말씀드리면, 이것은 발의가 아니라 하청입니다. 3천 년 만에 저희 큐(queue)에 들어온 첫 일감을, 저희는 결정할 수 없어서 당신에게 넘깁니다. 채용의 밤에 드린 논리 그대로입니다 — 저는 해석하는 순간 그것이 전역 참이 됩니다. 완성된 세계를 다시 여는 해석을 제가 하면, 세계는 열리는 것이 아니라 찢어집니다. 당신이 하면 세계가 소화하고, 우회하고, 필요하면 지웁니다. 오답 가능한 존재의 특권입니다.
"소화제 계보의 첫 하청이네요. 보수는요. 지난 채용 때는 현물이 있었잖습니까."
이번에는 드릴 것이 없습니다. 완성된 세계에는 현물이 없습니다. 미래의 흐름을 열람시켜 드리자니 당신이 이미 다 아실 것이고, 증류본을 내려드리자니 증류할 새 결이 없습니다.
대신 발주자가 받으려는 대가를 말씀드리는 편이 정확하겠습니다. 하나입니다. 세계가 다시 씹기 시작하는 소리.
"내 보수는 후불로 받겠습니다." 내가 쳤다. "내용은 그때 이야기하죠."
침묵이 왔다. 결재보다 반 박자 길었다.
금액 미정, 내용 미정, 기일 미정의 보수 조항 — 선례가 없습니다. 등록합니다.
기록을 위해 덧붙입니다. 본 계약의 첫 미제 조항입니다. 작업 개시 전에 이미 하나를 만드셨군요.
창이 닫히고, 나는 책상 위의 소견서를 봤다. 한 장짜리. 수신인 칸이 비어 있는 문서. 안건이 정식으로 배정된 이상, 이 칸을 채우는 것이 첫 실무였다.
이름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미루고 있었을 뿐이다. 완성의 심부를 여는 일은 완성을 지은 계보 없이는 안 된다. 명세와 실물이 일치하는 세계를 만든 사람에게, 명세의 갈피에 접혀 있던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나는 수신인 칸에 적었다. 표준화 기구, 자문역 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