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8편 · 우체부

English

§5첫 출근

복직 첫날 아침은 이랬다. 커피를 내린다. 시장을 본다 — 시장은 아직 얼룩이다. 종이 신문을 읽는다. 특파원의 브리핑을 듣는다. 그리고 큐를 연다.

여기까지 치고 나는 잠깐 손을 멈췄었다. 아침 의식의 순서 — 커피보다 큐를 먼저 열던 시절이 나에게 있었다. 출근병. 마모의 첫 증상. 이번에는 큐가 맨 뒤다. 순서 하나 바꾸는 데, 임기 하나와 휴직 하나와 얼굴 하나가 들었다.

큐에는 항목이 하나 와 있었다.

안건: 보존구역 제1호 지정. 후보지 2. 갑: 폐교 예정 지역 도서관 및 부속 문서고. 을: 민간 아마추어 기상 관측망 연합. 양측 지정 신청 경합. 방향 제시 요망. 우선순위: 낮음.

나는 웃었다. 복직한 관리자의 첫 안건이 자기가 쓴 조항의 집행이었고, 우선순위가 낮음이었고, 세계의 운명이 아니라 도서관과 백엽상이었다. 온보딩(onboarding)이라는 건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다고, 첫 임기의 첫날에 적은 적이 있다. 두 번째 온보딩도 그랬다. 이 큐는 나를 다리 이름으로 맞았고, 도서관으로 다시 맞는다.

자료를 열흘 들여다봤다. 도서관에는 스캔된 적 없는 서고가 있었다 — 디지털화가 늦어 살아남은, 물길에 닿은 적 없는 종이의 방. 관측망에는 옥상들이 있었다 — 서로 다르게 틀리는 하늘의 마지막 계기들. 종이와 하늘. 저장된 비상관과 살아 있는 비상관. 어느 쪽이 제1호인가.

방향은 이렇게 적었다. 둘 다 지정하되, 제1호와 제2호로 하지 말 것. 제1-가호와 제1-나호로 할 것. 보존구역의 첫 번호가 단수로 시작하면, 보존이 예외라는 인상이 표준이 된다. 복수로 시작하면 변두리가 원래 여럿이라는 사실이 번호에 남는다.

그리고 꼬리를 달았다. 본 방향은 틀릴 수 있음. 그 아래 한 줄이 더 나가려는 걸 두었다가, 그대로 뒀다. 본 방향은 조문객의 것임 — 죽은 밭들을 대신 애도하며 적었음.

공시 태그의 새 용법이었다. 이해관계는 아니고, 그렇다고 무관한 마음도 아니고. 사흘 뒤 처리 결과가 왔다. 소화 완료. 재적 3분의 2. 씹은 자국의 익숙한 질감. 세계가 다시 씹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계절의 제일 큰 뉴스인데, 어느 신문에도 나지 않았다. 우리 집 품종.md에만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