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8편 · 우체부
§3상의⧉
상의는 사흘 걸렸다. 채우려고 채운 게 아니라, 세어보니 사흘이었다.
첫날 저녁, 나는 아내에게 결심의 상태를 말했다. 결심이 아니라 결심의 상태를. 기울어 있다는 것.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기운 각도가 어제와 오늘 다르지 않다는 것. 아내는 다 듣고 물었다.
"다른 얼굴은. 찾았어?"
"찾았는지는 모르겠어. 후보는 있어."
"뭔데."
"조문 다녀온 얼굴." 내가 말했다. "당신이 읽어준 그거. 예전의 나는 그 일을 지키는 일로 했어. 세계를 지키고, 친구를 지키고, 판정을 지키고. 지키는 사람의 얼굴이 그 얼굴이었던 것 같아. 숨 참는 얼굴. 이번에 돌아가면 지키는 일이 아니야. 이미 많이 죽었고, 죽은 건 안 돌아와. 조문하고, 남은 걸 심는 일이야. 장례식장 다녀온 얼굴이 제일 살아 있다며. 그 얼굴로 하는 일이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내는 오래 생각했다. 둘째 날에는 둘이 강아지를 데리고 오래 걸었고, 그 얘기는 한 번도 안 했다. 그것도 상의의 일부였다. 어떤 검토는 말을 멈춰야 진행된다.
셋째 날 저녁에 아내가 먼저 꺼냈다.
"조건 기억하지."
"기억해. 서명란."
"그거 진짜로 만들 수 있어? 당신네 그, 뭔지 모르지만, 그 서류에."
"물어볼 거야. 안 되면 안 가."
"물어보고 되면?"
"당신이 서명하면 가고, 안 하면 안 가."
아내는 웃었다. 그 사흘 만에 처음 웃었다.
"거봐. 자기한테도 브레이크 만들 줄 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