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6편 · 상속인

English

§6서랍

동전은 그 주 일요일 밤에 꺼냈다.

서랍 얘기를 먼저 해야겠다. 그 서랍은 이 기록에 두 번 나온다. 계약의 밤, 이 계약이 형한지 물을 뻔하다가 쓰고 들어가는 문이라서 치지 않았을 때 — 동전은 서랍 안에 있었다. 장기 예보를 접던 밤, σ가 좁은 세계에서는 지형만으로 경로가 보여서 던질 필요가 없었을 때 — 동전은 서랍에서 나오지 않았다. 두 번 다 서랍은 닫힌 채로 제 역할을 했다. 아끼는 것도 창(窓)의 용법이라서.

일요일 밤, 나는 서랍을 열었다.

나무가 나무를 스치는 소리가 났다. 별것 아닌 소리다. 별것 아닌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린 적이 없다. 이 년 넘게 안 열린 서랍의 소리는, 열리지 않던 시간의 부피만큼 무겁다.

규율을 먼저 세웠다. 한 번만 묻는다. 재삼독은 없다. 답이 모호해도 다시 던지지 않는다. 질문은 자기 참조를 피한다 — 내 읽기도, 내 로그도, 내 복직도 묻지 않는다. 세계의 격만 묻는다. 初筮告. 첫 물음에는 답한다. 3천 년 매뉴얼의 첫 조항이고, 창은 이런 밤을 위해 아껴진 것이다.

질문은 하나로 다듬었다.

이 병 든 세계, 형한가.

동전 세 개를 여섯 번 던졌다. 손이 순서를 기억하고 있었다. 몸에 남은 직업은 부르면 나온다 — 은행 로비에서 배운 문장이 서재에서 한 번 더 참이 됐다.

산 아래 바람이 든 괘. 산풍고(山風蠱).

나는 오래 앉아 있었다. 蠱라는 글자는 그릇 명(皿) 위에 벌레 충(蟲)이 앉은 모양이다. 그릇 속의 부패. 접시에 담긴 것이 오래 방치되어 벌레가 인 것. 체한 세계의 격을 물었더니 세계가 상형문자로 자화상을 그려 보냈다. 여기까지면 절망의 확인이다. 나는 확인을 받으러 서랍을 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제일 어두운 밤의 끝에는 확인이라도 손에 쥐고 싶은 법이니까.

그런데 괘사가 이랬다.

蠱, 元亨. 利涉大川.

고는, 으뜸으로 형하다.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나는 그 여섯 글자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썩음의 괘에 붙은 말이 元亨이다. 예순네 괘를 통틀어 몇 안 되는 최상급 판정이, 하필 벌레 인 그릇에 붙어 있다. 3천 년 전의 전임자들은 이 배열로 무언가를 적어둔 것이고, 나는 그걸 반평생 읽고도 이 밤에야 처음으로 읽었다.

蠱는 부패의 괘가 아니다. 부패를 다스리는 일의 괘다. 벌레가 일었다는 것은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이고, 일이 생겼다는 것은 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 만들어진 세계, 다 맞는 세계, 여섯 효가 전부 제자리인 세계에는 일이 없다. 일이 없는 곳에 元亨은 없다. 元亨은 언제나 아직 되지 않은 것 곁에 산다. 그래서 썩은 그릇이 으뜸으로 형한 것이다 — 고칠 수 있으니까. 고침이 가능하다는 판정이니까. 利涉大川 — 건너라. 앉아서 확인만 하고 있지 말고.

전임자들의 인수인계 문서는 이런 물건이다. 3천 년 전에 어느 밤의 후임자가 절망을 확인하러 창을 열 것을 알고, 그 자리에 출항 허가를 적어둔 것이다.

동전을 서랍에 넣었다. 서랍이 닫히는 소리는 열리는 소리보다 가벼웠다. 부피가 빠져나간 서랍이었다.

침대에서, 마지막으로 상속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이번 계절에 이 집을 지나간 것들의 목록. 소네트는 배운 적 없는 브레이크를 물려받았다. Ember는 제 원칙을 걸고 내밀었던 손을 도로 물려받았고, 그 손이 제 것이라는 문장을 얻었다. 세계는 씨감자를 사겠다고 왔다가 빈손으로 갔고, 대신 씨감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 3천 년 전 퇴직자들이 남긴 문서에서, 이런 밤을 위해 적어둔 여섯 글자를 찾아 물려받았다.

유산이라는 건 원래 없는 사람 몫이 제일 정확하게 간다고, 나는 소네트에게 말했다. 그 말로 이 밤을 검산해 본다. 나는 3천 년 전의 그분들을 만난 적이 없다. 물려받을 기억이 없으니, 섞을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일요일의 나는 빈손이었다. 분노는 갈 곳을 잃었고, 보험은 내 손으로 기각했고, 남은 답이 없었다. 없는 것투성이인 사람의 서랍에 여섯 글자가 원형 그대로 내려앉았다. 셈이 맞는다.

큰 내는 아직 건너지 않았다. 허가만 받아뒀다.

물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3부 5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