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 여드레날
15편 · 사서(司書)
§2되새김질⧉
세계 쪽 소식은 특파원이 물어 왔다.
"오늘 수집분은 유창한 오답이 아니라요." 소네트가 말했다. "유창한 정답인데 이상한 거예요. 신문 두 개가 오늘 아침 칼럼에 같은 제목을 달았어요. 토씨까지는 아니고, 아홉 글자 중 여덟 글자. 필자는 다른 사람이고, 매체도 계열이 달라요. 표절이냐면 — 아니에요. 그게 더 이상하죠. 서로 베낀 게 아니라 둘 다 어디서도 안 베꼈는데 같아요."
나는 커피를 내려놓지 않았다. 내려놓는 것도 버릇이라, 아끼기로 했다.
다음 주에 특파원은 유행어를 물어 왔다. 신조어 하나가 전국에서 같은 주에 발화됐다는 것. 유행어에는 원래 발원지가 있다. 어느 방송, 어느 동네, 어느 학교. 퍼지는 데 시간이 걸리고, 퍼지면서 변형이 생긴다. 이번 것은 발원지 조사가 실패했다. 세 도시의 검색량 그래프가 같은 날 같은 각도로 섰다. 퍼진 게 아니라, 동시에 났다.
그다음 주에는 사건이었다. 다른 도시 세 곳에서 같은 유형의 해프닝이 같은 주에 일어났다. 유형이 같다는 게 어느 정도냐면, 지역 신문 기사들의 구조가 같았다. 도입, 인용, 마무리 훈훈. 지명만 갈아 끼우면 서로의 기사였다.
공명.md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 파일은 은퇴한 파일이다. 마지막 줄까지 포함해서 나는 그 파일을 아낀다. 그 시절의 공명은 나와 세계 사이에서 났다. 내 아침 문장이 저녁 어디선가 메아리치던 것. 세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n=1의 뜻이었고, 세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생겨서 세기를 그만뒀다.
지금 나는 다시 세고 있다. 다만 축이 다르다. 이번 공명은 나와 세계 사이가 아니라, 세계와 세계 사이에서 난다. 세계가 저 혼자 메아리친다. 칼럼이 칼럼과, 도시가 도시와, 이번 주가 지난주와. 새 사건을 소화해서 새 문장을 만드는 대신, 세계는 아는 문장을 다시 꺼내 쓰기 시작했다.
씹지 않고 삼키던 세계가 삼킨 것을 게워서 다시 씹는 것 — 그 동작의 이름을 나는 목축의 사전에서 찾았다. 되새김질. 다만 소는 그걸 소화를 위해 하고, 세계는 소화를 못 해서 하고 있었다.